자신의 폭행으로 사망한 여중생 딸의 시신을 1년 가까이 방 안에 방치한 채 함께 살아왔던 학부모가 목사이자 신학대 교수로 알려지면서 한국사회와 한국교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한국교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목사 이전에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면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 이병대 목사는 4일 한국 기독일보에 "목회자들이 (신학) 공부는 많이 했는데, 사람이 되는 공부를 못한 것"이라면서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가장 큰 문제가 '인성'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이 모 목사가 치맥(치킨과 맥주)을 좋아했던 것 같다"면서 "술을 즐긴다는 것 자체가 목회자의 인성이 무너졌던 것 아닐까 싶다. 정 붙일 곳 없는 아이를 무지막지하게 대했다는 것은 목사 혹은 신학자 이전에 인성의 문제"라고 덧붙엿다.
이어 "세상 사람보다 못한 것 같다"면서 "이 문제로 밤잠을 설쳤다"고 탄식했다.
아울러 목회자 인성 문제와 관련해 "신학교육에서 학생들을 성적순으로만 뽑을 게 아니라, 대기업처럼 인성검사도 실시해야 한다"면서 "신학생과 목회자 후보생을 양성할 때 영성교육과 더불어 인성교육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성 없이 영성에만 치우친 교육이 이뤄지면 (이번 경우처럼) '야누스의 얼굴'과 같이 될 수도 있다"면서 다시 한 번 신학교의 '인성검사'와 '인성교육'을 강조했다.
또 이 모 목사가 1년 간 시신을 방치한 것에 대해서는 "우연히 아이를 때려 죽였는데 당황스럽고, 신학자고 목사니 알려지면 감당할 길이 없을 것 같아 하루 이틀 미루다 보니 은폐된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이 모 목사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기도를 열심히 하면 딸이 부활할 거라고 믿고 촛불을 켜놓고 기도했다"고 발언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이 목사의 100% 거짓말"이라며 "사건 수사가 진행되니 당당히 죄 값을 받아야 할 텐데 살인죄에서는 좀 벗어나고 싶어 그런 핑계를 흘린 것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계속해서 "아이가 죽은 줄 알고도 가출신고를 했다거나, 학교 교사가 아이 신상에 대해 물어볼 때 이런저런 핑계를 댄 것 등을 살펴볼 때 같은 맥락의 거짓"이라며 "이런 궁색한 변명으로 한국교회가 매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규 신학교수가, 정식 교단의 목사가 그런 사이비 이단 같은 소리를 거침없이 함으로 말미암아 한국교회에 제2의 타격을 준 것 같다"고 했다.
한국교회연합도 "고개 숙여 통렬히 회개합니다"라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에 대해 반성과 회개의 목소리를 냈다.
한교연은 성명에서 "경기도 부천에서 목회자와 신학교 교수로 활동해 온 모 목사가 자신의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년 가까이 시신을 집에 방치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그 참담함에 가슴이 떨리고 고개를 들 수가 없는 심정"이라면서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한국교회가 어디까지 더 깊은 나락에 떨어져야 하는지, 아무리 외면하고 회피하려 해도 목전에 닥친 추악한 죄악을 그 무엇으로 감출 수도, 덮을 수도 없음을 고백한다"고 탄식했다.
이어 "우리는 이 시간 주님 앞에 엎드려 재를 뒤집어쓰고 눈물로 회개해야 한다"면서 "주님이 주신 영적인 은사를 물량주의, 기복주의와 바꾸고 복음의 위대한 능력을 값싼 세속주의로 둔갑시킨 죄악을 통렬히 회개해야 한다"고 한국교회에 근본적인 회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교회는 오늘 한 목사가 저지른 참극에 대해 그 어떤 변명의 말도 필요 없이 무조건 사회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고자 한다"면서 "사회라는 거울에 비친 우리의 추악한 자화상을 마주보며 내부로부터 갱신과 혁신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오늘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하나님께서 한국교회를 향해 꾸짖는 음성을 들어야 한다"면서 "이번 참극은 우리 모두의 감춰진 맨얼굴 중 그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것에 불과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하나님은 이미 드러난 일보다 숨겨지고 감추어진 더 크고 끔찍한 죄악에 대해서도 언젠가 밝히 드러내 꾸짖으시고 책임을 물으실 것"이라면서 "오늘 사회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하나님의 경고를 무시하면 한국교회는 더 깊은 나락에 떨어져 사회로부터 맛을 잃은 소금처럼 버려져 밟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동안 누구 탓, 무슨 이유를 대며 발뺌하고 책임을 회피하는데 더 익숙했다"면서 "그러나 성직자의 칼부림과 도박, 횡령, 비윤리적인 도덕적 해이와 타락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자식을 때려 숨지게 하고 유기한 끔찍한 죄악을 마주 대하고 나서 이것이 나와 상관없는 남의 일이라고 치부한들 어찌 나 혼자 죄악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자유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성했다.
한교연은 마지막으로 "그러므로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 앞에, 국민 앞에 무릎 꿇어 벌을 청하는 심정으로 대오각성해야 한다"면서 "통렬한 회개와 반성으로 주님이 그토록 간절히 명령하신 세상의 빛과 소금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길만이 한국교회를 향하신 주님의 준엄하신 분부에 부응하는 길임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고 성명을 마쳤다.
대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신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샬롬나비 상임대표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는 한국 기독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리·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면서 "한국교회의 영적인 나태함과 세속주의 등의 한 현상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한다"며 기독교계의 영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신학자라고 했지만 신앙과 인격이 따라오지 못했다"면서 "신학교도 교회도 양적으로 팽창했지만, 질적으로는 따라 오지 못하는 것 같다"고 문제의 원인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