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라는 미국의 요청에 대해 네덜란드는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2일(화)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리에체 슈라이네마허 대외통상장관은 헤이그 의회에서 의원들에게 미국 및 기타 동맹국과들과 통상 규정에 대해 논의를 하겠지만 네덜란드는 자국 기업인 ASML의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에 대해 자체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라이네마허는 "국가 안보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이익을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 며 "우리가 그것을 유럽연합의 틀 안에서 미국과 협상하면 결국 미국에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중국 수출 문제에 대해 미국에 양보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더 나빠질 것이다."고 말했다.
슈라이네마허의 논평은 국내 반도체 산업을 건설하고 군사력을 향상시키려는 중국의 야망을 약화시키기 위해 워싱턴과 협력할 것을 요구하는 미국에 대한 네덜란드의 반대가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 국가들 또한 중국을 주요 시장으로 유지하기를 원한다.
지난 주에도 슈라이네마허 장관은 네덜란드가 조건 없이 미국의 중국 수출 제한을 채택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ASML은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본사를 두고 다양한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제조한다. 심자외선(DUV) 시스템은 네덜란드 ASML의 두 번째로 진보된 반도체 생산 장비이다.
ASML은 미국의 압력을 받은 네덜란드 정부가 라이센스 부여를 거부해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판매하지 않았지만 이전 모델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아시아 국가에 판매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관리들이 네덜란드 정부에 ASML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중에서 가장 첨단 기술인 액침 노광(immersion lithography) 장비의 수출도 금지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10월 초에 발표한 중국에 더 많은 반도체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기 위한 수출통제조치를 네덜란드와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이 채택하도록 노력해 왔다.
네덜란드의 ASML은 반도체 제조 장비 시장을 지배하는 소수의 회사 중 하나이다. 경쟁사로는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KLA, 일본의 도쿄 일렉트론이 있다.
앨런 에스테베즈 산업안보 상무부 차관을 포함한 미국 고위 관리들은 이번 달 수출 통제를 논의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회담에서 즉각적인 합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고 보도했다.
EU 협상가들은 워싱턴과 여러 가지 논쟁이 되는 무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목소리를 내는 프랑스는 이 조치가 유럽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러한 문제는 다음 달 초 EU와 미국 관리 간의 고위급 회의인 무역 및 기술 위원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한편, 중국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2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서 네덜란드 총리 마르크 뤼테에게 세계 무역을 방해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시 주석은 뤼테 총리에게 "우리는 경제 및 무역 문제의 정치화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 체인과 공급 체인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지도자는 또한 기술 문제를 논의하고 반도체 관계를 심화하기 위해 지난주 한국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