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에 대한 유럽의 자주성을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를 사례로 들어 강조하다가 나토 동맹국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박 3일간(5∼7일)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정치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유럽)가 대만 문제에 (미국과 보조를 맞추어) 속도를 내는데 이익이 있는가?  NO!"라고 자문자답했다.

그는 "우리 유럽인이 이 사안에서 미국의 졸개가 돼 미국의 장단을 맞추며, 중국의 과잉행동에 반드시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여러 상황 중에 최악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미국의) 하수인'가 돼서는 안 되며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어떠한 분쟁에도 끌려들어 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그가 예전부터 유럽의 장기적 과제로 거론해온 '전략적 자율성'과 같은 맥락이었다.

그러나 미중 진영대결의 중심에 있는 대만 문제에 이기적 입장을 공표한 게 미국뿐 아니라 유럽내 동맹국사이에서도 비판을 부른 화근이었다.

미국과 다수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 긴장을 민주주의에 대한 권위주의 체제의 위협으로 간주한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도 괘를 같이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동안 중국을 방문해 밀착을 과시했다. 

또한, 최근까지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해 친밀함을 과시한 것도 우크라이나와 함께 러시아와 대척점에 서 있는 유럽에는 반중정서를 자극하며 적성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중국은 러시아가 그러했던 것처럼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대만을 궁극적으로 통일해야 할 영토 일부로 보고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런 상황가운데 대만에 대한 마크롱 대통령의 태도가 전해지자 미국 정가에서는 유럽의 견해가 그렇다면 우크라이나전을 비롯한 유럽의 안보는 유럽에 맡겨두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마코 루비오(플로리다·공화) 미국 연방 상원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 전체를 대변했다면(편집자주:유럽의 견해도 마크롱 대통령과 같다면)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유럽이 대만 문제에 그런 입장을 취한다면) 우리는 중국이 제기하는 위협과 대만 문제에 집중하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유럽이 알아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뢰트겐 전 독일 연방 하원외교위원장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박'이지만 유럽에는 '외교적 참사'라고 평가했다.

뢰트겐 전 위원장은 "미국과 제휴하기보다 경계선을 그리는, 주권에 대한 그런 생각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은 점점 유럽에서 고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회에서 중국 사절단을 이끄는 라인하르트 부티코퍼의원은 전략적 자율성 등 마크롱 대통령의 지론을 두고 '완전한 재앙', '선을 넘는 행위', '망상' 같은 냉소적 표현을 쏟아냈다.

그은 마크롱 대통령과 방중에 동행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마크롱 대통령보다 더 나은 대안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국가자본주의'라는 격한 표현을 써가며 중국 정부가 허위정보 유포를 일삼고 경제와 통상에서 억압 수위를 높여간다며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마크롱 대통령 환대 속 푸대접 받은 유럽 집행위원장

( 마크롱 대통령을 극진하게 대접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푸대접하며 떨떠름한 표정을 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국빈만찬과 군사행진 등 극진한 대접을 받았으나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런 행사에서 배제된 채 푸대접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