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21일(현지시간) 전화통화를 하고 교착상태에 빠진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무리한 뒤 순방 일정을 축소하고 귀국하는 기내에서 매카시 의장과 통화를 하고 22일부터 다시 만나 실무 차원의 부채한도 논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그 동안 백악관과 재무부는 내달 1일까지 의회가 부채한도를 상향하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가 채무 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하며 공화당을 압박하며 무조건적인 부채한도 상향에 합의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하원 다수당을 점한 공화당이 정부 지출 삭감을 전제로 한 부채한도 상향을 고수했고, 백악관도 공화당의 요구를 받아드리지 않아 논의에 진전을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통화는 부채한도 협상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뤄졌다"며 "디폴트 사태까지 11일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경제적 재앙을 피할 수 있다는 새로운 긍정적 신호를 발신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의 통화로 일단 실무협상은 다시 속개됐지만,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합의점 마련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귀국 직전 기자회견에서 공화당의 요구에 대해 "솔직히 수용할 수 없다"면서 "이제는 상대방(공화당)이 극단적인 입장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며 "공화당은 당파적 요구를 내세우면 초당적 합의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공화당의 태도 변화를 거듭 압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는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수정헌법 14조 발동과 관련해서도 "우리가 권한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반면 매카시 의장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우리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태도를 바꾼 것은 대통령이다. 그는 올해 지출보다 내년에 수십억 달러를 더 지출할 것을 제안했다"고 비판하며 책임을 돌렸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협상보다는 디폴트를 원하는 것 같다"면서 "이것은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도 글을 올려 "내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전제한 뒤 "정부는 미래 세대를 희생시키면서 우리에게 없는 돈을 계속 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수정헌법 14조는 '연방정부의 모든 채무 이행은 준수돼야 한다'고 규정한 조항으로, 일부 헌법학자들은 이에 따라 의회가 부채 한도를 상향하지 않아도 대통령에게 국채 발행 권한이 부여되는 것으로 민주당 일각에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비록 바이든 행정부가 수정헌법 14조를 발동한다 할지라도, 공화당 측에 의해서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할 경우 상당기간 교착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20일(토) 마켓워치에 따르면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의 정책연구소 소장인 조셉 화이트는 "현재의 역학 관계는 민주당이 무언가를 양보하지 않고는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작다"며 "이번에는 (공화당) 그들이 양보할 가능성이 훨씬 작다"면서 부채상한 증액 법안이 결국 통과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