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와 영토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사실상 장악함에 따라 이곳을 떠나려던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의 전직 장관이 체포됐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 국경수비대는 27일(현지시간)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벗어나 아르메니아로 입국을 시도했던 자치세력의 자칭 '아르차흐 공화국' 전직 국무장관 루벤 바르다니안(55)을 국경 부근에서 붙잡아 구금했다고 밝혔다.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의 자칭 '아르차흐 공화국' 전직 국무장관인 루벤 바르다니안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의 자칭 '아르차흐 공화국' 전직 국무장관인 루벤 바르다니안)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적으로는 아제르바이잔 영토이지만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거주하며 자치세력을 형성해왔다.

주민들은 국제적으로는 인정되지 않는 자치공화국을 세우고 분리독립을 요구해 왔으며 2017년 국가명을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에서 아르차흐 공화국으로 바꿨다. 아르메니아계 지도자 아라익 아루튜난이 이 공화국의 대통령 직함을 갖고 있다.

러시아에서 대형 투자은행을 운영하며 부를 쌓은 사업가 출신의 바르다니안은 지난해 아르차흐 공화국의 국무장관으로 임명됐다가 올해 3월 직책에서 물러났다.

바르다니안의 체포는 나고르노-카라바흐 내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의 피난 행렬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19일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과 무력 충돌을 벌인 뒤 사실상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장악하자 지역 내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본국으로 떠나고 있다.

아르메니아 정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이후 이날 오전까지 아르메니아로 들어온 피난민 수가 4만7천115명에 이른다. 나고르노-카라바흐 내 아르메니아계 주민 인구 12만여명 가운데 40%에 가까운 규모다.

아제르바이잔 당국은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의 피난을 허용하면서도 국경 초소 등지에서 무력 분쟁 가담 세력을 걸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제르바이잔이 자치세력 내 고위 인사인 바르다니안의 신병을 확보한 것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통제권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쥐려는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아제르바이잔은 지난 19일 무력 충돌 후 자치세력과 휴전에 합의하고 나고르노-카라바흐 내 자치세력 군대를 무장해제하되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을 놓고 자치세력 대표와 협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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