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이스라엘군 주장 아닌 공개된 정보 토대로 판단
"EU "하마스, 환자·의료진·피란민 '인간 방패'로 내세워"
하마스 일축...현지 의료진 "단 한명의 전투원도 없다" 주장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지하 본부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알시파 병원 주변 지도.

(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지하 본부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가자지구 최대병원인 알시파 병원 주변 정보. 이스라엘군 제공)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자신들이 통치하는 가자지구의 병원들을 방패막이 삼아 작전 지휘소로 활용하고 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에 미국과 EU가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 통치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현장 의료진에게서도 병원들이 군사시설과 관련이 없다는 반박이 제기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일) 하마스가 가자지구 내 병원들을 지휘통제센터로 이용하고 있다는 이스라엘의 군사적 평가는 옳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은 이스라엘군에 병원 환자들이 십자포화에 휘말릴 위험을 최소화할 것을 촉구하면서도 왜 병원을 표적으로 삼는지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의 정보보다는 공개된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EU 회원국들을 대표해 발표한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병원과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쓰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는 "민간인들이 전투 지역을 떠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적대행위는 병원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고, 민간인과 의료진에게 끔찍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병원 지하에 지휘 본부를 두고 있다며 주요 병원을 봉쇄한 채 하마스에 대한 공격의 끈을 더욱 조이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스라엘군의 봉쇄로 가자지구의 규모 1, 2위인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과 알쿠드스 병원의 운영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주에 알시파 병원이 하마스의 전투원과 무기 이동에 사용되는 지하 터널망 '가자 메트로'와 연결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이 같은 주장이 무차별적 공격에 따른 민간인 살상을 은폐하기 위한 거짓 선전전이라고 주장한다.

알시파 병원의 외과과장 마르완 아부는 병원 지하에 하마스 지휘소가 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병원에는 단 한명의 전투원도 없다"고 영국 BBC 방송에 말했다.

팽팽한 진위 논란 속에 다른 한편에서는 하마스가 과거 병원을 의료 서비스가 아닌 다른 범법적 목적으로 악용한 적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2015년 보고서에서 알시파 병원이 한때 하마스의 심문과 고문 장소로 이용됐다고 지적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협력한 팔레스타인인이나 경쟁 관계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쪽 인사들을 상대로 이른바 '목조르기 작전'을 벌였고, 알시파 병원의 외래진료소에서 한 명이 눈을 가리고 묶인 채 두 시간 동안 고문을 당했다는 내용이 당시 보고서에 담겼다.

보고서는 수십건에 이르는 하마스의 초법적 처형을 조사했으며 희생자들의 시신이 알시파 병원의 시신 안치소에 버려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2008년에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병원 잡역부로 가장한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병원에 누워 있던 반대세력 5명을 총으로 쏴 살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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