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새 8척째 피습..."글로벌 무역 지연, 비용도 상승"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교역로가 지나는 홍해의 안보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전 세계적 물류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고 의심되는 선박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거나 납치하자 대형 해운사들이 잇따라 운항을 중단하면서다.

글로벌 해운기업 머스크(Maersk)는 15일(현지시간) 홍해를 통한 운항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전날 소속 선박인 '머스크 지브롤터' 등이 후티 반군에 공격받은 데 따른 조처라면서 해당 선박들은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를 우회하는 경로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시 소속 선박이 홍해에서 예멘 반군의 공격을 받은 독일 최대 컨테이너 해운사 하파그로이드도 이 항로의 이용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후티 반군 공격받은 노르웨이 선적 유조선

(후티 반군 공격받은 노르웨이 선적 유조선. 연합뉴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파그로이드의 닐스 하우프트 대변인은 "수에즈로 향하는 선박이 (예멘과 접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야만 한다는 점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홍해 항로 이용을 전면 중단한다는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AFP 통신은 하파그로이드가 최소 18일까지 홍해를 통한 운항을 멈추기로 했다고 전했다.

국제 해운사 MSC 역시 수에즈 운하 동쪽 방향과 서쪽 방향으로 운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는 15일 이 회사 소속 컨테이너선이 홍해를 운항하던 도중 공격을 받은 데 따른 것으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선박에 화재가 일부 발생해 운항이 중단됐다.

MSC는 일부 선박 운항이 희망봉을 거치는 것으로 변경될 것이며, 이에 따라 수에즈 운하로 운항하려던 선박의 경우 운항 일정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벌어진 이후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에서 예멘 반군의 공격을 받은 선박은 최소 8척에 이른다.

홍해의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수에즈 운하와 이어져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 상품 무역량의 약 12%를 차지하는 주요 해상 수송로다.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돼 유럽과 북미로 수출되는 석유와 천연가스 대부분이 지나는 통로이기도 한 이 항로를 오가는 선박은 연간 2만척에 이른다.

이 항로를 통하지 않으려면 희망봉을 경유해 아프리카 대륙을 한 바퀴 돌아야 하는 까닭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세계 해운기업들은 최근 수주간 홍해 일대의 안보 위험이 커지면서 가파르게 오르는 선박 보험료 등 비용 문제로 골치를 앓아왔다.

머스크는 최근 컨테이너 하나당 50∼100달러(6만5천∼13만원)의 위험 할증료를 매기겠다고 밝혔고 다른 업체들도 화물 운임 인상을 추진해 왔는데 홍해를 통한 운항이 아예 중단되는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심각한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해운회의소(ICS)는 성명을 내고 "일부 회사는 후티의 공격을 피해 이미 희망봉 주변으로 항로를 변경했으며, 이는 글로벌 무역을 지연시키고 추가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라면서 세계 각국에 대응을 촉구했다.

한편, 홍해를 통한 국제물류 이동이 위축되는 상황은 팔레스타인 피란민을 수용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아온 이집트에도 새로운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은 동맹국들과 협력해 홍해의 안보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의 주도로 한국과 일본 등 39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해군 연합체인 연합해군사령부(CMF) 예하 함대를 확대해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부터 민간 선박들을 지키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