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금리인하, 바이든에겐 유리...연준에는 위험"
선거 영향 피하려 대선 레이스 본격화 전 금리 내릴 가능성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미 대선을 앞두고 이뤄져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이 나오면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부담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일) 금리 인하를 향한 연준의 '피벗'(정책 전환)이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를 보이는 가운데, 경제 사령탑 적임자를 물은 블룸버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51%)이 바이든 대통령(33%)을 앞선 상태다.
선거를 앞두고 각종 이슈가 범람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라는 평가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부진에는 물가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백악관 측이 낮은 실업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견고한 성장률 등을 내세우는 가운데 미 경제가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연착륙에 성공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실업률 하락 등에 대해 "최고의 상황"이라면서 추가 금리 인상 불필요성을 지지한다고 8일 말했고,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인플레이션 둔화에 따른 금리 인하에 대해 "자연스럽다"고 13일 밝히기도 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파월 의장의 피벗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재대결에서 의도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지원하려 한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 침체 위험이 높아질 경우 금리 인하의 정치적 정당성이 있겠지만, 경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데도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지원하려 한다는 의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내년 0.7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파월 의장은 정책 결정 시 정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사라 바인더 선임연구원은 연준이 내년 대선 과정에서 비판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준이 신뢰도를 유지하고 좋은 통화정책을 펼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봤다.
바이든 측 고문으로 일했던 울프 리서치의 토빈 마커스는 "기준금리 인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불만인 유권자들을 달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찍고 코로나19 여파가 지나가는 가운데, 내년 금리가 정상화되면 유권자들이 경제가 다소 나아졌다고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던 SMBC니코 증권 아메리카의 조지프 라보르그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서면 기준금리 인하 시 파월 의장을 공격할 것"이라고 봤다.
연준이 대선 과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11월 선거 직전 대신 선거가 본격화하기 전에 행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연준이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데 장애물이 훨씬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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