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스위스에서 개막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에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하자 외교전에 밀릴 것을 우려한 미국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스위스 정부 당국자의 회담을 추진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5일(월) 보도했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이달 12일 자 미 국무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이번 다보스 포럼에는 중국 내 '서열 2위'인 리창 총리를 비롯해 중국의 장관급 인사 10여명이 참석한다.

다보스 포럼 개막

(다보스포럼 개막. 연합뉴스 )

미 국무부는 해당 문건에서 "중국의 '넘버2'(리창 총리)는 스위스 대표자들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며 "스콧 밀러 주스위스 미국 대사는 이를 두고 '유사 국빈 방문'이라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어 "밀러 대사는 'S'(블링컨 장관의 약칭)가 (다보스포럼에서) 비올라 암헤르트 스위스 대통령과 최소한 악수라도 나누지 않는다면 여론에 좋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며 블링컨 장관이 다보스에서 스위스 당국자와 회담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반응은 중국이 중립국인 스위스를 대상으로 다보스 포럼에서 적극적인 외교전을 펼쳐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폴리티코에 블링컨 장관이 스위스 당국자와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일정이나 문건의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을 주지 않았다.

이날 개막한 다보스 포럼은 지난 주말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중 노선의 라이칭더 민주진보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된 와중에 열리게 됐다.

미국과 중국 정상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토니 블링컨 장관이, 중국에서는 리창 총리가 각국 정상을 대신해 참석한다.

이번 국무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16∼17일 이틀간 다보스에 머무르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 등과 만난다.

문건 작성 시점까지 블링컨 장관과 중국 당국자의 만남은 예정된 바가 없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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