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겨우 피했지만 독일·프랑스 등 부진 지속
금리 인하·물가 하락 등에 올해 연착륙 기대감도 '솔솔'

유로존의 경제 성장이 정체되면서 미국과의 격차가 더욱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수) 보도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20개국의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장률은 전 분기와 비교할 때 제로에 그쳤다. 3분기에 0.1%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점을 고려하면 겨우 경기침체(recession)를 피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2개 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하는 경우 기술적으로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유로존 성장은 0.1%에 머물렀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는 이날 지속적인 에너지 위기로 인해 일부 유럽 산업의 경쟁력이 상실되고 소비자들이 높은 생활비 탓에 지출을 억제한 것이 영향을미쳤다고 밝혔다.

EU

(EU기 )

유로존의 작년 연간 GDP 성장률은 전년에 비해 0.5%에 그쳤다.

EU 집행위원회가 올해 유로존 GDP가 1.2%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지만 내달 새롭게 발표할 경제 전망에서 이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최신 경제전망에서 유럽이 소비자 심리 약화, 비싼 에너지 가격 여파, 금리에 민감한 제조업과 기업 투자의 약세 등으로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했다고 밝혔다. 또 올해 성장률을 0.9%로 봤다.

반면, 미국의 경제는 예상외의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5일 지난해 4분기 GDP(속보치)가 연말 소비 호조에 힘입어 연율 3.3%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예상치를 크게 웃돈 수치다.

지난해 3분기 4.9%라는 이례적인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2.5%로 집계됐다.

IMF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라고 밝혀 기존의 1.5%에서 상향 조정했다.

ING 은행의 유로존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베르 콜린은 "미국과 유로존 간 경제 활동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며 "올해 말에야 유로존 경제에 실질적인 개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NYT에 말했다.

그는 이처럼 유럽을 끌어내리는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위기 이후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경쟁력 상실을 꼽았다.

유럽 기업들은 임금을 인상해 왔지만, 그 폭이 크지 않아 소비자들은 지출보다는 저축 쪽으로 옮겨갔다.

이런 모습은 독일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역내 경제 규모 1위인 독일은 제조업 부문이 부진해 4분기 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독일이 조만간 불황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낮게 본다.
역내 두 번째 경제 대국인 프랑스도 소비 감소와 투자 둔화로 4분기 성장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경제를 심각한 침체에 빠뜨리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주력하는 가운데 최악의 상황은 끝난 것으로 믿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르면 4월에 기대되는 ECB의 금리인하, 물가 하락 등과 함께 올해 점진적인 회복이 예상되지만, 경제 반등의 강도는 독일의 방향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S&P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 경제의 연착륙은 단기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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