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우크라 파병론 언급하며 "그들 영토 타격할 무기 있어"
"러 전략핵무기 완전히 준비 상태"...2시간 6분 '최장' 국정연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9일(목) 서방에서 최근 언급된 우크라이나 파병론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 고스티니 드보르에서 상·하원 의원을 대상으로 한 국정연설에서 "러시아에 새롭게 개입하려는 시도는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대규모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내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내놓은 경고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6일 나토 회원국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에 대해 "합의된 것은 없다"면서도 "어떤 것도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 독일, 영국 등은 파병 계획이 없다고 즉시 밝혔지만 이 발언은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푸틴 대통령은 과거 히틀러, 나폴레옹이 러시아에 군을 끌고 왔다가 실패한 역사를 돌아보며 "이번에 개입하는 사람들의 결과는 더욱 비극적일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그들 영토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들이 전 세계를 겁주는 이 모든 것은 실제 핵무기 사용과 그에 따른 문명 파괴를 의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략 핵무기가 완전한 준비 상태에 있다고 과시했다.
그는 킨잘, 아반가르드, 치르콘 극초음속 미사일과 신형 레이저 무기 페레스베트가 실제 전투에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핵 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닉과 핵 추진 어뢰 포세이돈 등 차세대 핵무기 시험이 완료 단계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가 현재 군에 배치돼 있으며 곧 전투 임무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여러 유망한 무기 시스템을 계속 연구하고 있으며 곧 공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러시아가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할 것이라는 미국 측의 주장에 대해선 "근거 없는 거짓"이라고 부인하면서 "서방이 러시아를 군비 경쟁에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이해한다"고 비판했다.
러시아가 유럽을 공격할 것이라는 서방의 주장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다만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도 나토 가입을 앞둔 상황에 대해선 "(러시아) 서부 군사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미국과 전략적 안정성 문제에 대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그들은 전략적 안정성을 논의하는 동시에 우리가 전장에서 전략적 패배를 당하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는 위선"이라고 지적했다.
3년째로 접어들며 격전지 아우디이우카를 점령하는 등 최근 우세를 보이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대해서는 "러시아군이 여러 방향으로 자신 있게 전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승리를 믿는다"는 말을 끝으로 2시간 6분에 걸친 연설을 마쳤다. 이는 2018년의 1시간 55분을 넘어선 푸틴 대통령의 최장 국정연설 기록이다.
그러나 지난 16일 옥중 사망한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해선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서방은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에서도 내부 불화와 약화가 일어나기를 원하지만 계산이 잘못됐다"며 "러시아는 계속 민주적 제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매년 연방 의회에서 국정 현안과 외교 정책의 주요 방향에 관해 연설해야 한다.
다음 달 15∼17일 대통령 선거에서 5선에 도전하는 푸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으로서뿐 아니라 선거 후보로서 연설한 것이며 직접 연설문을 작성했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설명했다.
이번에 당선되면 2030년까지 임기를 연장하는 푸틴 대통령은 6년 안에 러시아가 구매력 기준으로 4대 경제 대국에 들어갈 것이며 대가족 지원과 교육 등 경제·사회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날 연설장에는 상·하원 의원들과 정부 관료, 주지사, 종교단체 대표들, 외교관, 외신을 포함한 취재진과 특별군사작전 참가자들 등 1천명이 초대됐다. 주요 도시에서는 야외 스크린을 설치해 연설을 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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