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강제 진입 여파 주변국에 지원 요청도 기대 난망
에너지 믹스(구성비) 정책 분야에서 수력 발전 비중을 극대화한 남미 에콰도르가 가뭄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심한 전력난 속에 에콰도르 정부는 순환 정전에 이어 공공과 일부 민간 부문 근무일을 재조정하는 등 비상사태 극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에콰도르 대통령실은 17일(현지시간) "전력 배분을 위한 긴급 조처 차원에서 18∼19일을 근무일에서 제외한다"며 "상황이 개선되면 추가로 근무 시간을 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조처는 일부 전략적 핵심 부문을 제외한 모든 공공 부문에 적용된다. 민간 부문에서도 노사 간 합의에 따라 근무일을 재조정하도록 했다.
대통령실은 "극심한 가뭄으로 마사르 저수지 0%, 파우테 저수지 4% 등 저수율이 곤두박질쳤다"며 "이 중요한 시기에 전기 소비를 줄일 것을 국민들께 호소한다"고 당부했다.
전력난에 따른 비상사태까지 선포된 에콰도르에서는 전날부터 순환 정전이 시작됐다. 정부는 또 전력 소비를 줄이는 기업에 세금 공제 혜택을 고려하고 있다.
전체 에너지원의 75%를 수력발전으로 충당하는 에콰도르는 풍부한 수량으로 잘 알려졌던 그간의 '명성'과는 달리 최근 반복적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현지에서는 엘니뇨 기상 패턴과 관련한 가뭄과 고온 현상을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웃 나라 콜롬비아는 최근 에콰도르로의 전력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이는 콜롬비아 역시 물 부족으로 수력발전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게 주원인이지만, 에콰도르 군·경의 멕시코 대사관 강제 진입에 따른 여파라는 시각이 있다고 콜롬비아 일간지 엘에스펙타도르는 전했다.
실제 멕시코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 중인 구스타보 페트로(63) 콜롬비아 대통령은 25일로 예정돼 있던 에콰도르 정부와의 내각 회의를 취소하기도 했다.
'세계 최연소 현직 국가원수'로 알려진 다니엘 노보아(36) 에콰도르 대통령은 전력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안드레아 아로보 에너지자원부 장관을 경질한 데 이어 아로보를 비롯한 22명의 공무원의 검찰 수사 개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에콰도르 대통령실은 "아로보 전 장관 등은 국가 에너지 시스템 기능에 중요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며 "전례 없는 공무원들의 부패와 태만 행위가 전력난으로 이어졌다"고 책임을 물었다.
한편 에콰도르 정부는 장기적으로 수력발전 의존도를 낮추고 태양광 발전 비중을 높이는 장기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다.
지난 2월 이 나라 에너지자원부는 피친차주를 포함한 7곳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책 아이디어를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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