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G7정상회의 앞두고 美주도 합의 도출 주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내 러시아 자산을 압류해 우크라이나 재건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우크라이나인을 위한 경제적 번영과 기회법'(REPO)에 서명했다.
이 법은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포함한 미국 내 러시아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 재건 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몰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유럽연합(EU) 및 동맹국도 동참하도록 대통령이 유도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법은 미국 상원 주도로 성사됐다.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로 이전할 국제적인 보상 메커니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동맹국 등과 협력하도록 했고, 국무부에도 이와 관련한 재원을 제공하도록 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지난 1월 24일(현지시간) 법안이 통과된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중대한 국제적 조치"라고 평가한 뒤 "우크라이나와 다른 러시아의 테러 희생자를 위한 정의 문제에 미국 상원이 초당적 지지를 보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EU 등 서방은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의 해외 자산 약 3천억달러(약 410조원)를 동결했다. 이 가운데 2천억달러 정도는 유럽 국가들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이다. 이 동결 자산의 이자 등 수익금은 수십억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자국 내 미국 자산 압류를 허용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미국의 REPO법에 대한 맞불 조치였다.
미국의 '비우호적 행동'으로 러시아 연방과 중앙은행 등이 입은 피해를 러시아 내 미국 자산으로 보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내용이다.
오는 13∼15일 이탈리아 동남부 풀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러시아 동결자산의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미국은 G7과 EU에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의 이자를 담보로 500억달러(약 68조4천억원) 규모 대출 프로그램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확한 지출 형태와 상환 보증 등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G7이 아직 최종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기간 서방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이 따로 모였는데, 이 자리에서 프랑스가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낸 적이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 자산을 압수하기 위한 "국제법적, 경제적, 도덕적 근거가 탄탄하다"며 정당성을 강조하자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재무부 장관은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은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의미 있는 합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11일 G7 정상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우리는 동결된 러시아 국유 자산의 가치를 실현해 우크라이나가 혜택을 입도록 하고, 푸틴의 군대가 준 피해로부터 우크라이나가 회복하도록 돕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G7 정상회의 이후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커비 보좌관은 "이번 주에 우리는 강력하고 새로운 (대러시아) 제재와 수출통제 세트를 발표할 것"이라며 "이런 행동은 러시아가 전쟁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는 것을 돕는 단체와 네트워크를 겨냥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비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3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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