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겨냥 "이성 잃고 미친듯이"...EU 향해선 中 상무부, "대화·협상으로 처리 촉구"
독일·스웨덴·헝가리 등 일부 EU 회원국, 자국업체 불이익 등 우려 관세폭탄 반대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8%의 '관세 폭탄'을 예고한 가운데, 중국은 EU를 비판하면서도 미국의 관세 인상 때와 비교해선 수위를 조절하며 대(對)중국 견제에 대한 EU 회원국 간 '틈'을 노렸다.

중국 상무부는 12일 EU의 예고 발표 직후 대변인 명의 입장문에서 "중국은 이에 고도의 우려와 강한 불만을 표한다"면서 "EU 집행위는 한 손에는 '녹색 발전' 큰 깃발을 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보호주의' 큰 몽둥이를 휘두른다"고 비판했다.

또 "중국은 EU가 즉시 잘못된 처사를 바로잡고 (지난달) 중국-프랑스-EU 정상 3자 회담이 달성한 중요한 공동인식을 실질적으로 이행해 대화와 협상으로 경제·무역 마찰을 적절히 처리하기를 촉구한다"며 "후속 진전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모든 필요한 조치를 단호히 취해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출대기중인 BYD 전기차

(수출대기중인 BYD 전기차. 신화 연합뉴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이번 반(反)보조금 조사는 전형적인 보호주의로 결국 유럽 자신의 이익을 훼손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보호주의에는 앞날이 없고 개방과 협력이야말로 올바른 길이다. 중국은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해 자신의 합법적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기조는 지난달 14일 미국이 무역법 301조를 발동, 중국산 전기차와 리튬전지, 태양광전지, 반도체 등에 대해 '관세 폭탄'을 부과하기로 했을 때와는 어조 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당시 베이징에서 열린 제5차 중국-파키스탄 전략 대화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한동안 미국은 중국에 자주 일방적 제재를 가하면서 (미국 무역법) 301조 관세를 남용했는데 중국의 정상적 경제·무역·과학·기술 활동을 미친 듯이 탄압하는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왕 주임은 "이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전형적인 횡포(覇道)이자 일방적인 괴롭힘(覇凌·'집단 따돌림'의 의미도 있음)"이라며 "미국의 일부 인사가 자기의 단극 패권을 지키기 위해 이미 이성(理智)을 잃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했다.

중국의 '수위 조절'은 EU 27개 회원국 중 독일, 스웨덴, 헝가리 등 일부가 중국의 보복 조처와 자국 업체에 대한 불이익 등을 우려해 '관세 폭탄'에 반대해왔다는 점을 고려한 걸로 보인다.

독일의 경우 중국은 가장 중요한 자동차 수출시장 중 하나다. 헝가리는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문을 계기로 내년 BYD 공장 신축을 앞두고 있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볼보는 중국 지리가 소유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중국 기업 단체들이나 관영매체들도 비판 기조 속에서도 EU와 '상생'을 강조했다.

중국 기업계를 대표하는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는 13일 "중국과 EU는 전기차 협력 전망이 커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협상과 대화를 통해 분쟁과 모순을 해소하고, 호혜를 통해 에너지 절약·탄소 배출 감소를 도와야 한다"고 했다.

신화통신은 12일 밤늦게 내놓은 논평에서 "EU는 미국의 발걸음을 따라 '관세 몽둥이'를 꺼냈는데, 이제 EU 소비자의 차 구매 비용은 크게 증가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EU에 수출된 중국 전기차는 EU 탄소 배출 감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EU는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이 손해인지 이익인지 잘 계산해야 한다"고 했다.

강경 국수주의 논조로 그간 타국 비난 선봉에 섰던 관영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2일 EU 집행위 발표는 잠정 결론일 뿐이다. 무역 전쟁 연착륙의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문제 해결을 향한 중국 태도에는 진정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 잠정 결론을 토대로 17.4∼38.1%포인트의 잠정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려는 계획을 중국 당국과 대상 업체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EU는 이미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상계관세율은 기존 관세에 추가로 적용된다.

내달부터 임시 조처 성격으로 상계관세가 부과될 예정으로, 올해 하반기 EU 27개 회원국이 승인하면 향후 5년간 시행이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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