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합의액의 78% 부담키로...美 약속 이행은 아직 불투명
유럽연합(EU)이 러시아 동결자산 수익금을 담보로 우크라이나에 350억 유로(약 52조원)의 신규 대출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EU는 9일(현지시간) 27개국 대사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우크라이나 금융 지원 패키지'를 승인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승인 표결이 만장일치가 아닌 가중다수결제(15개 회원국 이상·EU 인구의 65% 찬성)로 이뤄져 신속히 승인될 수 있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날 회원국 승인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22일께 유럽의회 최종 승인을 거치면 내년부터 대출이 실행된다.
이는 주요 7개국(G7)과 EU가 지난 6월 서방 제재로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담보로 총 450억 유로(약 67조원)의 대출을 지원하기로 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G7 합의에 따르면 참여국들은 각자 예산으로 우크라이나에 대출한 뒤 상환 시 러시아 동결자산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활용하게 된다.
수익금이 소진되거나 사용 불가능할 경우엔 참여국 예산으로 상환해야 한다.
애초에는 EU와 미국이 균등하게 180억 유로(40%)씩을 부담하고, 나머지 차액은 나머지 G7 파트너들이 기여한다는 구상이었다.
이후 EU는 합의 이행에 속도를 내자는 차원에서 분담 비율을 약 78%로 대폭 늘렸다. EU의 최종 대출 규모는 350억 유로 범위에서 다른 국가 기여금에따라 조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의 합의 이행 시기는 아직 불투명하다.
미국은 참여국 중 어느 한 곳이라도 러시아 자산 동결 제재를 해제해 수익금 사용이 가로막힐 경우 프로젝트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
특히 러시아 동결자산의 3분의 2가 묶인 EU에 더 확실한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규정상 EU가 러시아 자산 동결 제재를 연장하려면 현재 6개월마다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승인을 거쳐야 하므로 러시아에 우호적인 헝가리가 제동을 걸면 동결 조처가 중단될 위험이 있어서다.
이에 EU는 제재 갱신 기간을 6개월에서 36개월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규정을 개정하려면 역시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하다.
EU 하반기 순회의장국인 헝가리는 이 승인을 내달 미국 대선 이후로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대사회의에서도 헝가리 반대로 제재 갱신기간 연장안은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의 G7 합의를 번복해 EU 홀로 대출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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