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내부 문서 "제한된 예산 내 우선순위 필요"
EU 외교적 공백에 중·러 입김 강화 우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예산 압박에 직면해 해외 각지의 대표 사무소 직원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이 28일(목) 보도했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EU가 전략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국가에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여타 대표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인원을 대폭 감축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EU는 전 세계 145개의 대표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이 사무소들은 EU의 현지 대사관 역할을 하고 있다.
EU 외교부 격인 대외관계청(EESA)은 올해 배정된 예산을 초과 사용했으며, 인플레이션과 비용 상승 등을 감안할 때 내년엔 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대표단 네트워크를 축소하고, 정치적·외교적 이해관계가 높은 국가들에 외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폴리티코가 확보한 문서에는 "현상 유지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라며 "EU는 새로운 정치·정책 우선순위에 더 적합한 대표단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이는 제한된 예산 범위 내에서 달성돼야 한다"고 적혀 있다.
EU가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대상 국가들로는 EU 가입 희망국이나 EU 인접국, 주요 20개국(G20), 신흥 정치·경제 강국, EU 이익을 위협하는 불안정 국가 등이 고려된다.
반면 아프리카, 아시아 및 라틴 아메리카의 다수 국가가 인력 감축 대상으로 거론된다. 아프리카에서는 30개국 이상에서 대표단 파견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심지어 주요 강국인 브라질까지 인원 감축 목록에 올라가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검토 방안에 대해 EU 일각에선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EU 관계자는 "수단이나 니제르 같은 곳에 소규모 대표단만 남기게 된다면, 이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특히 외부 세계에 관심이 덜한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러시아나 중국이 우리가 만든 공백을 채울 수 있다는 우려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와의 관계 강화를 약속했던 EU가 대표단을 축소할 경우 EU 신뢰에도 심각한 타격이 될 거란 우려도 있다.
첫 번째 관계자는 "대표단장과 운전기사만 남겨둔다면 이는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폴리티코는 EU 내 소규모 회원국들도 이 계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해외 외교 네트워크가 부족한 상황에서 EU 대표단에 의존하고 있어 대표단 개편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대표단에 채용된 현지 직원들의 경우 다른 국가에 재배치하거나 대규모로 해고하기가 쉽지 않아 대표단 개편이 무산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외관계청의 한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된 상황이라 모든 아이디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외관계청의 피터 스타노 대변인은 "EU 대표단 네트워크에 대한 모든 전략적 결정은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위원회 지침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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