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지원 업고 드론 부대·특공대까지 갖춘 반군...8년 전과는 달라"
'사기 바닥' 정부군, 이란·러 무관심 속에 이렇다 할 저항 못하고 길 터줘

8년 전 최대 격전지 알레포에서 정부군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시리아 반군이 이번에는 불과 열흘 남짓 만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심장부인 수도까지 함락하는 '가공할 속도전'으로 국제 사회를 놀라게 했다.

반군의 '파죽지세' 진격이 가능했던 것은 오랜 독재 체제 아래에서 저임금과 부정부패에 시달리며 사실상 '오합지졸'로 전락한 정부군이 제대로 된 반격에 나서지 못한 탓이 크다.

여기에 정부군과 달리 그간 이슬람 무장세력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을 필두로 규합한 반군의 준비된 전투력과 전술, 선전전 등이 먹혀 들어간 결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HTS가 주도하는 시리아 반군은 이날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하고 승리를 선언했다.

축포 쏘는 시리아 반군

(축포 쏘는 시리아 반군. 연합뉴스)

이날 반군의 승리 선언은 지난 달 27일 북부 알레포 지역에서 정부군을 상대로 공격을 개시한 지 불과 11일 만이다.

그 사이 반군은 시리아 제2의 도시인 알레포를 사흘 만에 장악한 데 이어 하마, 다라, 홈스 등 주요 도시들을 하나씩 점령하며 빠르게 진격해 나갔다.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은 지원 세력인 러시아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에 급하게 'SOS'를 치며 저지를 시도했지만 사실상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하고 반군이 수도까지 내려오는 길을 그대로 터준 꼴이 됐다.

휴전 기간을 포함해 장장 13년간 이어져 온 내전의 양상을 단 열흘 남짓 만에 뒤집은 반군의 기세는 놀랄만한 것이었지만, 이를 가능하게 한 정부군의 무능은 실상 예상가능했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앞선 내전 과정에서 정부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던 러시아와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이번에는 각자 본거지에서 벌어진 전쟁들로 여력이 없던 것이 정부군에 치명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래프는 "과거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벌어진 내전에서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군의 공습과 헤즈볼라 병력의 도움으로 반군을 상대로 전세를 역전시켰다"면서 이들이 다른 전투에 이미 주의가 뺏긴 상황으로 인해 "시리아 정부군은 HTS가 이끄는 반군 공세에 맞서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짚었다.

실제로 아사드 정권은 2015년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군사 개입을 결정한 이듬해인 2016년 최대 격전지였던 알레포에서 반군을 몰아내고 승리를 거두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그러나 2020년 튀르키예와 러시아의 중재로 양측이 휴전한 뒤로 정부군은 제대로 된 전투 경험 없이 저임금과 만연한 부정부패 속에 날로 사기가 저하됐다고 텔레그래프는 진단했다.

중동 상황에 정통한 퇴역 영국군 대령인 하미시 드 브레턴 고든은 텔레그래프에 "시리아군은 한 번도 실력이 좋았던 적이 없다"면서 "대부분의 장교들은 단지 아사드와 친하다는 이유로 뽑힌 이들"이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그레그 워터스 역시 시리아 정부군의 지휘관들은 "방어 기지를 만들고 병사를 이끄는 것보다는 밀수나 약탈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군의 이러한 무능은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아사드 일가의 독재 치하 정권 전반의 실패를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리아 전문 매체 '시리아 리포트'의 편집장 지하드 야지기는 "군대의 붕괴는 시리아 국가 기관의 전반적인 붕괴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아사드 정권 내부에는 "상황이 단지 지금 더 나아지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그럴 전망이 없다는 인식이 깊이 박혀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시리아 내에서 마약 생산 및 거래가 급증하면서 군대를 비롯한 국가 기관들이 이러한 마약 범죄에 깊이 연루된 것도 아사드 정권의 이번 급속 붕괴에 일조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짚었다.

이와 반대로 이번 진격을 이끈 HTS는 북서부 이들리브주를 근거지로 여러 반군 세력을 규합하면서 조용히 조직력을 키워온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래프는 "반군 측의 잘 된 준비와 전술, 능숙한 선전전의 활용 또한 시리아 정부군을 충격에 빠트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군을 주도한 HTS가 "장교와 특수 부대, 드론 부대, 그리고 야간 특공대까지 갖췄다"고 전했다.

그간 반군을 도우며 아사드 정권과 대립해 온 튀르키예의 전폭적인 지원도 결정적이었다.

중동연구소의 워터스 연구원은 "오늘날 싸우고 있는 반군은 정부군이 이전에 싸웠던 것과는 매우 다른 군대"라면서 "이들은 더 나은 장비를 갖추고 훈련이 잘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있어서는 튀르키예가 가장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반군의 승리에서) 얻을 것이 가장 많은 입장이 바로 튀르키예"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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