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 해외원조 재개 명령한 하급심에 일시 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제개발처(USAID)가 기존에 체결한 해외원조 계약의 90% 이상을 해지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AP통신이 26일(수)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정부 지출 감축 등을 이유로 미국의 대외원조 전담 기구인 USAID를 사실상 없애는 수준의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USAID가 외부 단체들과 맺은 총 6천200개의 다년 계약 중 5천800개를 해지해 예산 540억달러(약 77조5천억원)를 절감하고, 국무부 보조금 9천100개 중 4천100개를 없애 44억달러(약 6조3천억원)를 아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서류는 '에이즈 백신 수호 연합' 등 미국의 해외 원조 프로그램에 따라 운영되는 단체들이 '미국 정부의 불법적인 지원 동결로 광범위한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제기한 소송을 담당하는 재판부에 제출됐다.
이런 가운데 미 연방대법원이 해외원조 자금 지원을 이날 밤 12시까지는 재개하라는 하급심 결정에 일시 제동을 걸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앞서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알리 아미르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 정부 때부터 진행된 해외 원조 계약을 취소할 수 없고, 자금 지원을 계속 해야 한다는 내용의 임시 명령을 내렸다.
자금 지원 재개 시점은 이날 밤 12시까지로 명시했는데, 사라 해리스 법무차관 대행은 적용 시점이 너무 빨라 지키기 어렵다며 상급법원에 판단을 요구했다.
그는 "36시간 이내에 막대한 수준의 해외원조 자금 집행을 재개하라는 것은 행정부의 특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제 문제에 있어서는 대통령의 권한이 정점에 있고 사법부의 권한은 바닥에 있다"고 주장했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이런 요청을 받아들여 자금지원 재개 적용을 일단 보류하고 소송을 제기한 해외원조 단체 측에 28일 정오까지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상급심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자금지원을 재개하지 않아도 된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연방대법원이 일단은 트럼프 행정부의 USAID 해체 시도에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20일 해외 원조 프로그램이 미국의 외교 정책에 부합하는지 평가하는 동안 자금 지출 등을 90일 중단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국무부는 같은 달 24일 지출 동결 지침을 전체 해외 공관에 내려보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계약의 적절성을 재평가하고, 정부의 정책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에는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