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에 스위스 은행의 탈세 방조 재발 고발... 역사상 최대 규모 세금 내부고발 보상금 가능성

크레디 스위스가 2014년 미국 당국과 체결한 탈세 방지 합의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며, 이 문제를 고발한 전직 직원들이 최대 1억 5천만 달러(약 2천억 원)의 보상을 받을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번 주, 크레디 스위스의 한 사업 부문은 미국 고객들의 자산 은닉을 도운 혐의로 다시 유죄를 인정하고, 5억 1,100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이는 2014년 미국 정부와의 탈세 방지 합의를 어긴 데 따른 것이다. 해당 은행은 현재 UBS에 인수돼 운영 중이다.

크레딧스위스

(UBS에 인수합병된 크레딧 스위스. 자료화면 )

크레디 스위스는 2014년 이후에도 최소 수십 개의 탈세 가능성이 있는 미국인 계좌를 개설했고, 보고해야 할 고액 계좌들을 유지하거나 은닉 자산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합의문에 따르면, 2018년경 기준 크레디 스위스가 알고 있었어야 할 미국 관련 계좌는 최소 475개이며, 총 자산은 40억 달러(약 5.4조 원)에 달한다.

UBS는 이번 문제 해결에 대해 "크레디 스위스의 유산 문제 중 하나를 마무리하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내부고발자로 확인된 인물은 두 명이며, 이들은 전체 합의금의 15~30% 수준인 최대 1억 5천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이는 IRS(국세청)의 역사상 가장 큰 세금 내부고발 보상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참고로 2012년 UBS의 내부고발자는 1억 400만 달러의 보상을 받은 바 있으며, 2023년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해외 뇌물 사건을 고발한 제보자에게 2억 7,900만 달러를 지급하기도 했다.

이들 고발자는 스위스의 은행 비밀법에 따라 신분 공개를 꺼리고 있다. 해당 법은 외부인에게 고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내부고발자 측 변호사인 제프리 나이먼은 "이들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금융기관에 맞선 것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는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년 가까이 이어진 미국의 스위스 은행 탈세 조사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당시 크레디 스위스 CEO 브래디 도건은 2014년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문제가 된 행위는 모두 과거의 일이며 관련자들은 모두 해고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내부고발자 중 한 명은 스위스 취리히의 은행가들이 자주 찾는 '알 레오네' 카페에서 도건의 증언을 TV로 시청하고는 "거짓말이다!"라고 외쳤다고 회상했다. 그는 문제 행위가 조직 전반에 퍼져 있었음을 알고 있었고, 은행 경영진이 고객의 미국 국적을 숨긴 채 자산을 다른 은행으로 옮기려 한 사례를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크레디 스위스는 미국 국적 고객들이 부모나 형제자매 명의로 계좌를 돌리는 데 도움을 주거나 기록을 조작하기도 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자선기부를 가장해 소유권을 감췄다. 2022년에는 한 스위스 변호사가 13명의 미국 고객을 대신해 총 104개의 계좌를 관리하고 있었던 사실이 내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특히 2014년 이후에도 문제가 된 이스라엘 데스크 계좌는 젊은 직원에게 맡기며 문제가 생기면 그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했던 정황도 내부고발자를 통해 드러났다. 해당 계좌의 미국인 소유자 댄 호스키는 2016년 미 정부에 1억 달러 벌금을 내고 유죄를 인정했다.

검찰은 월요일 발표한 합의문에서 크레디 스위스가 호스키 계좌가 2014년 이전부터 문제였음을 알고 있었으며, 2016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호스키와 자산 은닉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UBS가 크레디 스위스를 인수하기 직전까지 미뤄졌던 사안으로, 크레디 스위스는 향후 3년간 보호관찰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