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의 과학 발전을 2년 만에 압축하려는 사람들 - AI 연구자들의 극한 경쟁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다시 한 번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세계 주요 AI 연구소와 빅테크 기업의 핵심 인재들은 매주 80시간에서 100시간씩 일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치열한 기술 경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앤트로픽(Anthropic)의 연구원 **조시 배트슨(Josh Batson)**은 이제 소셜미디어에 시간을 쓰지 않는다. 그가 유일하게 흥분을 느끼는 순간은, 사내 메신저인 슬랙(Slack)에서 동료들과 대형 언어모델(LLM)의 구조와 실험 결과를 논의할 때뿐이다.
배트슨은 "우리는 20년의 과학 발전을 2년 안에 끝내려 하고 있다"며 "AI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과학적 질문"이라고 말했다.
경쟁은 곧 전쟁, 멈춤은 곧 패배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애플, 오픈AI 등 세계 주요 AI 기업의 연구원들과 경영진들은 스스로의 일을 **"역사적 전환점에 놓인 사명"**이라 부른다. 많은 이들이 이미 수백만 달러의 자산을 쌓았지만, 정작 그 돈을 쓸 시간조차 없다.
구글 딥마인드의 수석 연구원 **마다비 세왁(Madhavi Sewak)**은 "모두가 일하고 있다. 그 강도는 말 그대로 극단적이며,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스타트업은 주 80시간 이상 근무를 계약서에 명시하지만,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자발적으로 일한다. 그들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냥 쉴 수가 없다. 놓치는 순간 경쟁에서 뒤처진다"고 말했다.
밤과 주말이 사라진 근무, '0-0-2'
실리콘밸리의 AI 연구소에서는 전통적인 '9-9-6(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근무)'보다 더 혹독한 일정이 일상화되고 있다.
한 스타트업 임원은 이를 "0-0-2"라고 부른다 - "자정부터 자정까지 일하고, 주말에 2시간 쉰다"는 뜻이다.
메타의 신규 AI팀 'TBD 랩'은 마크 주커버그의 책상 바로 옆에서 근무하며, 회사의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메타가 AI 부서에서 600명을 해고했음에도, 핵심 인력들은 오히려 더 긴 시간을 일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 같은 '무한 근무'를 지원하기 위해 주말 식사 제공, 24시간 인력 배치, 모델 모니터링 전담자('캡틴') 제도를 도입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외식 플랫폼 데이터에 따르면, 주말 오후~자정 사이 배달 주문이 폭증했다.
AI 엔지니어들이 사무실에서 밤낮없이 근무하며 식사를 주문하는 탓이다.
"이번엔 다르다"... AI가 만든 새로운 속도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제품총괄 아파르나 체나프라가다(Aparna Chennapragada)는 "이전의 기술혁명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녀는 "닷컴 붐이나 아이폰 등장 때는 사용자 확산에 10년 이상 걸렸지만, AI는 불과 몇 년 만에 포춘 500대 기업의 90%가 도입했다."며 이처럼 과도한 업무 부담을 '두 번째 근무조(second shift)'라 부르며, 스스로 AI 도구를 만들어 업무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새 탭을 열 때마다, '이 일을 AI로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고 묻는 확장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24시간 일해야 하는 건 인간이 아니라, 당신의 AI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연구는 진화(evolution), 결과는 예측 불가
배트슨은 "AI 모델 훈련은 공학이라기보다 진화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는 "훈련이 끝나야 결과를 알 수 있고, 실제 환경에 투입하기 전까지 그 모델이 어떤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국제 연구자들과 함께 실험실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추적하던 긴박한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그때처럼 지금도 멈출 수 없다. 이번엔 인류의 지능을 재정의하는 실험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너드들의 시대지만, 아무도 삶을 즐기지 못한다"
세왁은 "이제 드디어 똑똑한 사람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는 시대가 왔다"고 말하지만, 곧 씁쓸하게 덧붙였다. 그는 "그런데 아무도 휴가를 가지 않아요. 친구도, 취미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도 없습니다. 모두 그냥... 일만 합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