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10억 달러 브랜드' 보유한 글로벌 헬스·웰니스 기업 탄생

킴벌리클라크(Kimberly-Clark)가 타이레놀(Tylenol) 제조사인 **켄뷰(Kenvue)**를 400억 달러(약 55조 원) 이상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기저귀 브랜드 '허기스(Huggies)'와 진통제 브랜드 '타이레놀'을 한 지붕 아래 둔, 올해 최대 규모 인수합병 중 하나가 성사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 소식에 켄뷰 주가는 프리마켓에서 20% 급등한 반면, 킴벌리클라크 주가는 약 15% 하락했다. 현금과 주식이 결합된 이번 거래에서 킴벌리클라크는 주당 21.01달러를 지급하기로 했으며, 이는 지난 금요일 종가(14.37달러)보다 크게 높은 금액이다. 부채를 포함하면 이번 거래의 총 가치는 487억 달러에 달한다.

헬스·웰니스 중심의 '초대형 소비재 기업' 탄생

이번 인수로 연간 매출 약 32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헬스·웰니스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새 회사는 킴벌리클라크의 대표 브랜드 클리넥스(Kleenex), 코토넬(Cottonelle) 등과 켄뷰의 타이레놀(Tylenol), 리스테린(Listerine) 등을 포함해 10개의 10억 달러급 브랜드를 보유하게 된다.

 

킴벌리 클라크
(킴벌리 클라크 제품군. 킴벌리 클라크)

이번 결합은 성장 둔화에 직면한 킴벌리클라크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경쟁사인 유니레버(Unilever)와 프록터앤갬블(Procter & Gamble)에 비해 부진했던 킴벌리클라크는 최근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수익성 높은 분야에 집중해 왔다. 켄뷰의 인기 건강·웰니스 제품은 킴벌리클라크가 수익성 높은 소비자 헬스케어 시장에 진입하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킴벌리클라크 CEO 마이크 슈(Mike Hsu)는 "소비자들이 건강과 웰니스를 점점 더 중시하고 있다"며 "두 회사가 합쳐지면 세계 최대의 순수 소비자 헬스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J에서 분사된 켄뷰, 독립 2년 만에 매각

이번 인수는 2023년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에서 분사된 켄뷰가 독립한 지 불과 2년 만에 이뤄진 매각이다.

켄뷰는 최근 몇 달간 여러 압박에 시달려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이 자폐증의 원인일 수 있다고 발언한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켄뷰의 임시 CEO 커크 페리(Kirk Perry)는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 방안을 모색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켄뷰는 이러한 주장을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박했고, 많은 의학 전문가들도 최근 자폐 진단 증가의 주요 원인은 인식 확산과 진단 기준의 변화라고 지적했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매각 압박

이전부터 켄뷰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매각 압박을 받아왔다. 회사는 전략적 검토를 위해 투자은행들과 협의 중이었으며, 7월에는 CEO 티보 몽공(Thibaut Mongon)을 해임하고 전 P&G 임원인 페리를 임시 CEO로 임명했다.

행동주의 펀드 **스타보드 밸류(Starboard Value)**는 올해 초 켄뷰의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 운영 개선을 요구하며 위임장 대결을 벌였다. 스타보드는 3월 이사회 의석 3개를 확보한 후 투쟁을 종료했다.

이외에도 톰스 캐피털(Toms Capital), 서드 포인트(Third Point), D.E. 쇼(D.E. Shaw) 등이 최근까지 켄뷰의 매각을 비공식적으로 압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레놀 논란으로 협상은 다소 지연됐지만, 결국 두 회사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합병 구조와 향후 계획

합병 후 회사는 **텍사스주 어빙(Irving)**에 본사를 두고, CEO는 킴벌리클라크의 마이크 슈가 맡는다.

계약 조건에 따르면 켄뷰 주주들은 보유 주식 1주당 현금 3.50달러와 킴벌리클라크 주식 0.14625주를 받게 된다.

거래는 2026년 하반기 마무리될 예정이며, 합병 완료 후 기존 킴벌리클라크 주주가 약 54%, 켄뷰 주주가 약 **46%**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켄뷰, 소송과 리스크 부담도

켄뷰는 최근 영국에서 제기된 존슨 베이비파우더(talc-containing Johnson's Baby Powder) 관련 암 소송에도 직면해 있다. 원고 측은 탈크 함유 제품이 암을 유발했다고 주장하지만, 켄뷰는 "해당 제품은 안전하며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켄뷰는 현재 탈크 대신 **옥수수전분(cornstarch)**을 사용하고 있으며, 탈크 함유 제품은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소송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향후 법적 배상 책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번 인수로 킴벌리클라크는 유니레버와 P&G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헬스·웰니스 중심 소비재 거인'으로 도약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