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출신 공화당 하원의원 마조리 테일러 그린이 내년 1월 초 의회를 떠나겠다고 밝히며 워싱턴 정가에 충격을 던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자이자 보수 진영의 대표적 강경파로 꼽혀온 그는 최근 몇 달간 트럼프와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어 왔다.

WSJ에 따르면, 그린은 금요일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공격을 언급하며 2026년 1월 5일부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일주일 전 트럼프가 그녀를 공개적으로 버리고, 내년 공화당 경선에서 그린을 겨냥한 경쟁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시사한 뒤 나온 결정이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마조리 테일러 그린. X)

그린은 성명에서 자신이 속한 지역구가 "서로를 상처 주는 혐오스러운 경선을 치르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탈환할 경우 트럼프가 다시 탄핵 위기에 놓일 것이며, 자신이 그를 방어하는 투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전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터무니없고 진지함이 결여돼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린은 트럼프의 압박을 "학대받는 아내처럼 기다릴 수는 없다"며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백악관은 즉각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고, 트럼프는 ABC 뉴스 인터뷰에서 "국가에 좋은 소식"이라며 "그녀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의 단짝'에서 정면 충돌로... 균열 공개된 MAGA 진영

한때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었던 그린은 올해 들어 경제, 외교 정책,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등 다양한 이슈에서 트럼프와 결별을 드러냈다. 그린은 스스로를 거리낌 없는 '아메리카 퍼스트' 정치인으로 규정했지만, 트럼프는 이를 계기로 그녀를 강하게 비판했고, MAGA 진영 내 공간을 둘러싼 충돌이 본격화됐다.

특히 이번 주에는 엡스타인 관련 법무부 문건 공개 결의안에서 그린이 민주당과 손잡고 표결을 강행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트럼프가 강하게 반대했음에도 그린은 공화당 내 일부 의원들과 협력해 표결을 추진했으며, 결국 상·하원 모두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당시 트럼프는 이를 민주당이 꾸민 "정치적 함정"이라 주장했다.

그린은 또한 H-1B 비자, 주(州) 차원의 AI 규제, 물가·생활비 문제, 대통령의 외교 우선순위 등 여러 정책에서 트럼프와 공개적으로 다른 입장을 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최근 그녀를 "괴짜(wacky)"라고 비난하며 "마조리 트레이터 그린(Marjorie Traitor Greene)"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그린은 이에 따른 사망 협박까지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원 출마 무산에서 시작된 균열... 엡스타인 표결로 폭발

두 사람의 갈등은 올봄부터 본격화됐다. 그린이 민주당 존 오소프 상원의원에게 도전하는 상원 출마 의사를 밝히자, 트럼프는 내부 여론조사를 제시하며 출마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그린은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가로막았다며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린은 금요일 성명에서 "14세에 성폭행당하고 권력자들에게 착취당한 미국 여성들을 위해 싸우는 일이 대통령에게 '배신'으로 해석되는 현실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그린은 강경 정치인의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고 비(非) MAGA층에 손을 내밀며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낮 시간 토크쇼 '더 뷰'에 출연해 의료보험료 문제를 논의하는 등 정치적 스펙트럼 확대를 시도한 점도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와 결별한 강경파... 정치적 미래는 안갯속

그린은 2020년 의회 입성 후 전국적 인물로 급부상했다. 코로나19 마스크·백신 의무화를 나치의 잔혹 행위에 비유하는 등 극단적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고, 트럼프의 '부정선거' 주장에 적극 동참하며 MAGA 진영 핵심 인물로 자리 잡았다.

취임 직후 음모론을 옹호하는 과거 발언이 문제 되며 민주당 주도로 모든 상임위원회 배정이 박탈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린은 공화당 내부에서는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하며 영향력을 키워왔다.

최근 CNN 인터뷰에서 그는 과거 발언에 대해 "독성 정치에 가담한 것에 대해 겸손하게 사과하고 싶다"며 새로운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린의 사임 발표는 MAGA 운동 내 균열을 상징하는 사건이자, 내년 대선과 중간선거에 복잡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