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억 달러 하이페리온 프로젝트, 재무제표 밖에 숨겨진 자산과 부채
메타(Meta)가 루이지애나에 27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면서도, 그 자산과 부채를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는 방식의 구조화 금융을 적용한 사실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보기에는 금융공학의 정교한 산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충되는 회계 목표를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전형적인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합작법인으로 옮겨 재무제표 밖으로... "운용리스로 처리"
메타는 '하이페리온(Hyperion)'이라 불리는 프로젝트를 투자사 블루아울 캐피털(Blue Owl Capital)과의 합작법인으로 이전했다. 메타가 20%, 블루아울 펀드가 80%의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이며, 블루아울 측 지주회사인 Beignet Investor가 273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주로 핌코(Pimco)에 판매했다.
메타는 이 합작법인을 재무제표에 연결하지 않을 계획이며, 2029년부터 최소 4년 동안만 데이터센터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이용한다. 이로써 메타는 자산과 부채를 최소한만 인식하고, 금융리스가 아닌 '운용리스' 처리로 회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권한은 없다, 위험도 없다, 보증도 문제 없다"... 회계 논리를 위한 세 가지 가정
핵심 논란은 메타가 재무제표 밖 처리를 위해 여러 '무리한 가정'을 동시에 적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합작법인은 회계 기준상 '변동지분실체(VIE)'로 분류되며,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반드시 연결해야 한다.
첫 번째 조건은 메타가 경제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활동을 '실질적으로 지휘할 권한'을 갖는지 여부다.
하지만 메타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을 가진 하이퍼스케일러이며, 블루아울은 기본적으로 금융 투자자다. 데이터센터의 성과는 메타의 운영 능력과 결정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메타는 "우리가 주요 활동을 지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기준은 "지휘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지휘할 권한이 있는지"를 묻는다.
잔존가치보증과 임대 갱신 가정... 서로 충돌하는 논리
두 번째 조건에서는 메타가 합작법인의 경제적 위험과 혜택을 부담하는지가 쟁점이다. 메타는 공사비 초과, 지연 등 운영 리스크를 사실상 부담하고 있으며, 채권자 보호를 위해 **잔존가치보증(residual value guarantee)**까지 제공했다.
문제는 메타가 부채 인식을 피하기 위해 "임대 갱신은 확실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잔존가치보증이 실행될 가능성도 낮다"고 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대 갱신 가능성이 낮다면 보증이 실행될 가능성은 높아지고, 보증이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면 메타는 부채를 인식해야 한다. 즉, 두 가정은 서로 모순된다.
"인공지능 시대, 회계도 인공적이어야 하나"
결국 메타가 재무제표 밖 처리를 위해 전제한 사실관계는 회계적으로 무리한 해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메타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려면, 메타는 실질적 통제권이 없고, 4년 후에도 사용할지 확실하지 않으며, 보증 의무가 실행될 가능성도 낮다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믿어야 한다.
AI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만큼이나 '인공적 회계(artificial accounting)'가 필요한 것인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