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글로벌 제조 패권을 지키기 위해 로봇과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이 고율 관세와 공급망 재편을 통해 제조업을 자국으로 끌어오려는 가운데, 중국은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적은 인력으로 생산하는 'AI 공장'**을 국가 전략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인공지능
(인공지능. 자료화면)

세탁기부터 의류 디자인, 항만 운영까지 중국 전역의 공장·물류센터에서는 AI가 '두뇌' 역할을 수행하고, 로봇이 노동력을 대체하면서 생산 공정 전반이 대대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AI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 中 공산당, 제조업 재건에 사활

중국 지도부는 shrinking 인구와 젊은 세대의 제조업 기피, 서방의 반(反)중국 공급망 재편 등 압박이 심화되는 가운데 AI가 제조업 경쟁력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중국 국영 철강그룹 바오스틸은 AI 활용처가 125곳에 달한다고 발표했고, 수년 내 1,000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바오스틸의 '다크 팩토리(dark factory)'에서는 근로자 몇 명이 수십 개 화면을 모니터링할 뿐, 실제 작업 개입은 30분에 한 번꼴로 줄어든 상태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29만5천 대의 산업용 로봇을 신규 설치, 미국의 9배이자 전 세계 설치량을 합한 것보다 많은 규모다.
중국의 제조업 비중은 GDP의 4분의 1에 달해 세계 평균을 크게 웃돈다.

 AI 공장 두뇌가 생산 통제... "15분 걸리던 작업이 30초로"

중국 내륙 징저우시에 있는 가전 대기업 미디어(Midea) 공장은 자동화 혁신의 대표 사례다.
여기서는 독일 로봇기업 쿠카(KUKA) 인수 이후 구축한 **AI '팩토리 브레인'(factory brain)**이 공장의 중앙 신경망처럼 작동하며 생산을 실시간 제어한다.

  • 로봇이 제품 모델을 스스로 인식해 맞춤 작업 수행

  • 3D 카메라가 구성품을 검사하고, 불량이 발생하면 AI가 즉시 원인 분석 및 수정

  • 작업자에게는 AI 기반 스마트 글라스를 지급해 오류 탐지 지원

그 결과, 15분 걸리던 공정이 30초로 단축됐고, 2015~2024년 사이 직원 1인당 매출은 약 40% 증가했다.

 "샘플 제작 70% 단축"... 패션·시멘트·조선까지 AI 전면 도입

AI 혁신은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 의류 기업 보스덩(Bosideng)

  • 저장대와 AI 모델을 공동 개발

  • 가상 의류 디자인 및 샘플 제작 자동화

  • 샘플 제작 기간 100일 → 27일(70% 단축)

  • 개발비 60% 절감

• 시멘트 대기업 콩치(Conch)

  • 화웨이와 공동으로 클링커 강도 예측 모델(정확도 70% → 85%) 개발

  • 에너지 사용량·원료 배합 자동 최적화

  • 석탄 소비 1% 감소 → 생산라인당 연 30만 달러 절감

  • 전체 적용 시 연간 수천만 달러 절감 효과 예상

화웨이는 중국 AI 전략의 핵심 축으로, 대규모 언어모델 '판구(Pangu)'를 비롯해 제조업용 AI 서비스를 대거 공급하고 있다.

항만 자동화 속도도 세계 최고... "10분이면 하루치 계획 수립"

시진핑 국가주석이 특별히 중시하는 분야는 항만 현대화다. 중국은 세계 20대 항만 중 절반(10곳)을 보유하며, 여기에도 AI 자동화를 공격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 톈진항(天津港)

  • 화웨이의 OptVerse AI Solver가 선박 입항, 하역 장비, 크레인 가동 등 수천만 개 변수를 동시에 계산

  • 24시간 걸리던 계획이 10분으로 단축

  • 88% 이상의 컨테이너 장비가 자동화

  • 무인 트럭, 영상 분석 모델 PortGPT 도입

  • 인력 필요량 기존 대비 60% 감소

반면 미국은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로 항만 자동화가 제한되어 있으며, 2030년까지 완전 자동화 터미널 금지, AI 사무자동화 금지 합의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AI 제조 굳히기'... 미국보다 빠르게 배치하는 전략

중국은 최첨단 AI 칩 확보에서 제약이 있지만, 대규모 인프라·정부 지원·노동 규제의 부재를 바탕으로
"최신 기술을 미국보다 더 빨리 대규모 적용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중국인 83%가 AI 도입에 긍정적이라는 조사도 정부의 빠른 보급을 가능하게 한다.

시진핑 정부는 **"AI 제조업 혁신은 국가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하며, 제조업을 다시 한 번 중국 경제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고정하려 한다.

 텐진항 "우리가 미래다"

톈진항 홍보 영상에는 "우리가 미래다(We are the future)."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 속에서 AI를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제조 패권 유지와 국가 전략의 핵심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