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CEO, '로켓 회사' 설립 가능성 언급...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 개발 구상도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알트만이 로켓 기업을 인수하거나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경쟁할 수 있는 위치를 모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알트만은 올여름 최소 한 곳의 로켓 제조업체인 스톡 스페이스(Stoke Space) 측에 접촉했으며, 이 논의는 가을까지 이어졌다고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들이 밝혔다. 논의된 방안 중에는 오픈AI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계적으로 진행해 스톡의 지배 지분을 확보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었다.
현재 이 논의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오픈AI 측 관계자들은 전했다.
■ 오픈AI의 자금 부담 속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
알트만과 오픈AI는 최근 수천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를 어떻게 재정적으로 감당할지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외부에 제시하지 못한 상황이다.
오픈AI는 월요일, 구글 '제미나이(Gemini)' 챗봇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면서 챗GPT 품질 개선을 위한 '코드 레드(code red)' 경보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광고 출시 등 다른 제품 출시가 지연되고 있으며, 직원들에게도 챗GPT 개선에 집중하기 위해 팀 이동을 권장하고 있다.
알트만은 이전부터 지구 환경 부담을 낮추기 위해 우주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방안에 관심을 보여 왔다.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컴퓨팅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지구 내 에너지 소비 증가가 문제될 수 있으며 태양광을 직접 활용하는 궤도 데이터센터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스톡 스페이스는 제프 베이조스가 창업한 블루오리진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회사로, 스페이스X와 마찬가지로 완전 재사용 로켓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이조스, 머스크,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등 주요 테크 CEO들은 AI 컴퓨팅 인프라를 우주에 구축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왔다.
이 개념은 아직 실현된 적이 없지만,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위성 기업 플래닛 랩스(Planet Labs)는 2027년 구글 AI 칩을 탑재한 시범 위성 2기를 발사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알트만은 최근 팟캐스트에서 "장기적으로는 지구 대부분이 데이터센터로 뒤덮일 것"이라며 "결국 인간이 태양계를 둘러싼 거대한 다이슨 스피어를 만들고, '이걸 지구에 둘 이유가 없다'고 말하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 AI 열풍 식자 시장 분위기 급변... 오픈AI 재정 전망 불확실성
스톡 투자 논의가 본격화하던 시점은 AI 시장의 기대감이 정점에 달했던 때였다. 알트만은 9~10월 오라클, 엔비디아, AMD 등과 일련의 칩·데이터센터 구축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오라클과 엔비디아의 주가는 급등했으나, 이후 시장은 AI 확장 전략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오라클 주가는 약 19%, 엔비디아는 13% 하락했다.
엔비디아 CFO는 이번 주, 오픈AI와의 1,000억 달러 규모 계약이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최근 몇 달 동안 약 6,000억 달러(600 billion) 규모의 신규 컴퓨팅 계약을 체결해, 이를 어떻게 충당할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오픈AI의 올해 예상 매출은 **130억 달러(13 billion)**이며, 기업 및 개발자 시장에서 급성장 중인 경쟁사 **앤트로픽(Anthropic)**의 압박도 받고 있다.
뉴스코프(WSJ 모회사)는 오픈AI와 콘텐츠 라이선싱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 알트만의 광범위한 투자 네트워크... 우주·칩·소셜네트워크까지 확장
알트만은 Y콤비네이터(Y Combinator)를 운영했던 벤처투자가 출신으로, WSJ에 따르면 400개 이상의 기업에 대해 방대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 투자를 줄였지만, 오픈AI 자금을 활용한 대규모 프로젝트에는 적극적이다.
올해 초 오픈AI는 소프트뱅크와 함께 '스타게이트(Stargate)'라는 신규 데이터센터 회사에 18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스톡과의 잠재적 파트너십은 알트만을 머스크와 더욱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위치에 올려놓는 셈이었다. 스페이스X는 로켓 발사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머스크는 오픈AI의 라이벌 AI 기업 xAI 또한 운영 중이다.
알트만은 또한 최근 머스크의 뉴럴링크와 경쟁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업 '머지 랩스(Merge Labs)'**를 설립했으며, 오픈AI도 머스크의 X(트위터)와 경쟁 가능한 소셜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스톡과의 거래가 성사되었다면, 알트만은 회사가 개발 중인 '노바(Nova)' 로켓에 대한 권한을 확보했을 것이다. 신규 로켓 개발은 기술적 난제가 많고 규제 또한 복잡해 완성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아, 신규 회사 설립보다는 기존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스페이스X에 도전하는 블루오리진, 로켓랩, 스톡 등 여러 로켓 기업이 이미 경쟁 중이다.
알트만은 지난 6월 형제와 함께 출연한 팟캐스트에서 "내가 로켓 회사를 만들어야 할까?"라고 농담 섞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언젠가 인류가 지구에서 생산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