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의 모회사 메타(Meta)가 중국발 광고 사기를 대규모로 인지하고도 수익 감소를 우려해 사실상 방치해왔다는 내부 문건이 로이터 통신의 조사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고 로이터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메타는 중국 광고 시장에서 발생한 불법·사기성 광고 비중이 막대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강력한 단속이 가져올 '수익 충격'을 이유로 근본적 조치를 미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연 180억 달러 중국 매출...그중 30억 달러는 사기성 광고

로이터가 입수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메타는 2024년 기준 중국 광고 시장에서 연간 18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전체 매출의 10%를 넘는 규모다. 문제는 이 중 약 19%, 금액으로는 30억 달러 이상이 사기, 불법 도박, 음란물 등 금지된 콘텐츠 광고에서 발생한 것으로 메타 내부 분석에서 드러났다는 점이다.

메타
(메타 페이스북. 자료화면)

중국 정부는 자국민의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사용을 차단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이 해외 이용자를 대상으로 광고를 집행하는 것은 묵인하고 있다. 이 구조 속에서 중국은 메타 내부에서 '최대 사기 광고 수출국(Scam Exporting Nation)'으로 분류될 정도로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됐다.

단속 강화했다가 중단..."저커버그 이후 방향 전환"

메타는 2024년 중국발 사기 광고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단속을 강화했다. 그 결과 중국 광고 매출 중 문제성 광고 비중은 19%에서 9%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그러나 내부 문건에 따르면, 같은 해 말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의 '후속 지시' 이후 정책 방향이 급격히 바뀌었다. 중국 광고 단속팀은 해체됐고, 신규 중국 광고 대행사에 대한 승인 중단 조치도 해제됐다. 내부 테스트에서 효과가 입증된 추가 단속 방안 역시 보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메타 비즈니스 무결성 책임자였던 롭 리던은 "이 정도 수준의 약탈적 광고는 도저히 정당화될 수 없다"며 "어떻게 이런 상황을 용인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수익 영향이 너무 크다"...반복되는 내부 경고 무시

로이터가 확인한 문건들에는 메타 내부 직원들의 경고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일부 직원은 "피해가 분명히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했지만, 경영 판단의 기준은 일관되게 '수익 영향(revenue impact)'이었다.

2025년 5월 기준, 메타 내부 표본 조사에서는 단 한 달 동안 800개 중국 광고 계정이 약 2,800만 달러 규모의 규정 위반 광고를 집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75% 이상은 메타가 '파트너 보호'를 제공하는 계정에서 발생했다. 한 직원이 해당 대형 광고 파트너에 대한 제재 여부를 묻자, 내부 답변은 단순했다.
"수익 영향이 너무 크다."

중국 광고 유통 구조, 사기 확산에 취약

메타는 중국 내에서 11개 대형 광고 대행사(Top-tier resellers)를 통해 광고를 판매한다. 이들 대행사는 다시 다수의 2차·3차 중소 광고업체를 끌어들이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제 광고주가 누구인지 메타조차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중개 구조의 사각지대'가 형성됐다.

런던 컨설팅사 프로펠러피시(Propellerfish)가 메타 의뢰로 작성한 보고서는, 이 구조가 사기·불법 광고를 사실상 조장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는 해외 이용자를 겨냥한 위반 행위에 개입하지 않는다"며, 중국 광고주들이 "거의 아무런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글로벌 수사로 이어지는 피해

중국발 사기 광고로 인한 피해는 현실화되고 있다. 2025년 3월, 미국 일리노이주 연방 검찰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광고를 통해 투자 사기를 벌인 조직과 관련해 FBI가 2억1,400만 달러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광고를 클릭한 뒤 왓츠앱 투자방으로 유인돼, 중국 조직이 설계한 주식 사기에 노출됐다.

메타 해명 "일시적 팀, 전 세계 단속 강화"

메타 대변인 앤디 스톤은 로이터에 "중국 사기 대응팀은 애초에 한시적 조직이었다"며, 저커버그 CEO의 지시는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사기 대응을 강화하라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메타는 지난 18개월간 중국 파트너를 통해 제출된 광고 4,600만 건을 자동 시스템으로 차단 또는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이터의 질문 상당수에 대해 메타는 명확한 답변를 내놓지 않았다.

'용인 가능한 사기 수준' 설정...윤리 논란 확산

내부 문건에 따르면, 메타는 중국 광고 시장에서 다른 국가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대신, 장기적으로 "중국발 피해 비율을 글로벌 평균 수준으로만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사실상 일정 수준의 사기와 불법 광고를 상시적으로 감내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광고 매출은 2022년 74억 달러에서 2024년 184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로이터는 "이 성장의 이면에는 사용자 보호보다 매출을 우선한 선택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폭로로 메타는 이미 제기된 '사기 광고 수익 의존' 논란에 더해, 기업 윤리와 이용자 보호 책임을 둘러싼 정치·규제 리스크까지 동시에 떠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