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기업 코어위브(CoreWeave)가 불과 6주 만에 시가총액 330억 달러를 날리며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단독보도했다.

주가는 이 기간 46% 급락했다. WSJ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AI 버블 가능성, 무산된 인수합병(M&A), 그리고 엔론 붕괴를 예견했던 공매도 투자자 짐 채노스의 공개 비판이 겹치며 신뢰가 급속히 훼손됐다고 본다.

그러나 사태의 발단은 의외로 저기술적 변수였다. 북텍사스 지역의 폭우와 강풍이 공사 일정을 흔들었다.

폭우가 촉발한 공정 지연...오픈AI 프로젝트 차질

여름 동안 텍사스 북부 덴턴(Denton)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공사 현장에서 폭우와 강풍으로 약 60일간 콘크리트 타설이 중단됐다. 이곳은 코어위브가 오픈AI(OpenAI)에 임대할 약 260메가와트(MW) 규모의 AI 컴퓨팅 클러스터가 들어설 핵심 현장이다. 결과적으로 완공 시점은 수개월 늦춰졌다.

코어위브
(코어위브)

회사 공시에 따르면, 텍사스와 기타 지역에서 파트너사가 건설 중인 일부 데이터센터의 설계 변경도 추가 지연을 야기했다.

CEO의 엇갈린 메시지, 투자심리 악화 가속

지연은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인트라토르의 혼선 섞인 발언과 맞물리며 주가 하락을 가속했다. 코어위브는 고금리 차입으로 엔비디아(Nvidia)의 최신 AI 칩을 대량 구매해 데이터센터에 설치한 뒤, 이를 AI 기업에 임대하는 모델이다. 엔비디아가 지분 7%를 보유하고 있으며, 마그네타 캐피털과 코튜 매니지먼트 같은 헤지펀드가 후원한다.

11월 초 WSJ 행사에서 인트라토르는 "경제를 가속하는 근본적 가치가 있다면 자금은 조달된다"며 AI 버블을 일축했다. 하지만 11월 10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그는 공사 지연을 "단일 데이터센터 문제"로 축소해 설명했다가, 곧바로 최고재무책임자(CFO) 니틴 아그라왈이 **"하나의 제공업체 전반에 걸친 문제"**라고 정정했다. 다음 날 CNBC 인터뷰에서도 유사한 혼선이 반복됐다.

실적 발표 당일 105.61달러였던 주가는 하루 만에 16.3% 급락해 88.39달러로 마감했고, 하락세는 12월까지 이어졌다.

고부채·소수 고객 의존...수익성 의문

코어위브의 매출은 최근 분기 14억 달러에 육박하며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지만, 분기 1억1천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비판론자들은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해 떠안은 고부채 구조와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소수 대형 고객 의존도를 리스크로 지적한다.

DA 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기술 업계에서 가장 보기 흉한 재무제표"라며, 약 4%의 영업이익률이 대부분의 차입금 이자율에도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규모의 경제로 해결될 문제라는 낙관론이 있지만, 이미 규모에 도달한 기업"이라는 지적이다.

무산된 90억 달러 인수...시장 불안 증폭

10월 말, 코어위브는 최대 임대 파트너인 코어 사이언티픽(Core Scientific)에 대한 90억 달러 인수를 추진했으나, 최대 주주 중 하나인 투 씨즈 캐피털의 반대로 주주투표에서 부결됐다. 투 씨즈는 인수가 성사되면 코어 사이언티픽 주주가 코어위브 주가 변동성과 "상당한 경제적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수 무산 직후 코어위브 주가는 6% 이상 하락했다.

코어 사이언티픽은 이미 2월부터 GPU 성능 최적화를 위한 설계 변경으로 일정 지연을 공지했고, 8월에는 날씨로 인한 차질을 언급한 바 있다.

자금조달 시장 경색...부채 비용 급등

AI 인프라 기업 전반의 자금조달 환경도 악화됐다. 오라클이 예상보다 큰 설비투자를 공개한 뒤 채권시장이 요동치며 대형 기술주의 자본비용이 상승했다. 코어위브의 부도 대비 보험 비용(CDS 스프레드)은 7.9%포인트로 급등했다.

코어위브는 지난주 22억5천만 달러 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기존 자산담보대출보다 금리는 낮지만, 주식 희석 위험을 동반한다.

AI 인프라의 '속도전'이 드러낸 구조적 한계

코어위브의 급락은 업계 전반의 질문을 던진다. 막대한 선행투자가 언제, 어떻게 지속 가능한 수익으로 전환될 것인가. 엘론 머스크의 xAI는 테네시 서부 습지 114에이커에 20만 개 엔비디아 칩을 수용할 '콜로서스' 프로젝트를 밀어붙이고 있다. 경쟁사들은 "끝없는 수요"를 외치지만, 공사 지연과 공급망 병목은 이미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 일정을 뒤로 밀고 있다.

오라클과 브로드컴 주가가 최근 실적 발표 후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은 성장의 속도보다 질과 수익성을 묻기 시작했다. 코어위브의 추락은 그 질문에 대한 가장 선명한 경고 신호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