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업체 포드가 전기차(EV) 사업 재조정과 관련해 195억 달러(약 26조 원) 규모의 손상차손(자산가치 하락)을 반영하면서,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직면한 구조적 어려움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16일(화)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손상차손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규제 환경 변화 속에서 포드가 전략을 수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신호로 평가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차 세제 혜택을 폐지한 점이 업계 전반의 후퇴를 가속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전략 후퇴...하이브리드·내연기관으로 회귀

이번 조치는 2020년대 초반 자동차 제조사들이 적극적으로 채택했던 전기차 기술에서 한발 물러나는 흐름을 상징한다. 워싱턴의 정책 변화로 전기차 판매 감소가 심화되면서, 포드·제너럴모터스(GM)·스텔란티스(크라이슬러 모회사) 등 이른바 '디트로이트 3'는 미국 내 전기차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하이브리드 및 내연기관 차량에 다시 무게를 두고 있다.

포드
(포드 자동차. 자료화면)

모건스탠리는 "포드의 전략적 리셋은 변화한 시장 현실과 소비자 수요를 명확히 인정한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고통스럽지만, 장기적으로 수익성과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정"이라고 평가했다.

세제 혜택 종료 이후 EV 판매 급감

미국의 전기차 판매는 9월 30일부로 7,500달러 소비자 세액공제가 종료된 이후 급격히 위축됐다. 15년 이상 유지돼 온 이 인센티브가 사라지자, 11월 전기차 판매는 약 4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정책 전환 속에서도 미국 자동차주 전반은 연초 이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9월 이후 포드 주가는 14%, GM은 34% 상승했으며, 테슬라도 약 7% 올랐다. 포드의 손상차손 발표 이후 포드 주가는 개장 전 거래에서 1.3% 상승했다.

경쟁사도 잇단 조정...추가 손실 가능성

GM은 10월 전기차 공장 계획을 조정하며 16억 달러의 비용을 반영했고, 향후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도 경고했다. 스텔란티스 역시 전기차 전략 일부를 철회하며 전기 픽업트럭 '램(Ram)' 출시 계획을 취소하고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하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이번 포드의 결정은 미국 전기차 시장 환경이 수요 부진과 규제 완화로 급격히 악화된 현실을 고려하면 충분히 예상된 일"이라며 "다른 업체들도 유사한 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고통스러운 리셋', 그러나 불가피한 선택

전문가들은 포드의 대규모 손상차손이 단기적으로는 충격적이지만, 변화한 시장 환경에 맞춘 불가피한 구조조정이라고 보고 있다. 전기차 중심의 공격적 확장에서 벗어나, 수익성이 검증된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차량을 병행하는 전략이 전통 완성차 업체들의 생존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결국 포드의 이번 결정은 전기차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현실 속에서, 레거시 완성차 업체들이 맞닥뜨린 **'험난한 전환의 길'**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