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약 7조달러(약 1경 원) 규모에 달하는 가계 금융자산을 국채 수요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 축소로 생긴 공백을 메우고, 국채 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은 최근 개인 대상 국채 판매가 호조를 보이자 신규 상품과 인센티브 도입을 검토 중이다. 2025년 개인 대상 일본국채(JGB) 판매액은 전년 대비 30.5% 증가한 5조2,800억 엔으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수익이 만든 변화

과거에는 마스코트 홍보나 기념 금화 제공 같은 이벤트성 마케팅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금리 상승이 개인 투자자 유입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
(일본 재무성. 자료화면)

최근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3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인상하고 추가 긴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10년물 일본 국채 금리는 26년 만에 2%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장기 국채 수익률도 크게 상승했다.

가계자산은 여전히 '미개척지'

현재 일본에서 발행된 국채 잔액은 약 1,060조 엔에 달하지만, 가계가 보유한 비중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전체 가계 금융자산 2,200조 엔 중 절반가량은 현금이나 저수익 예금에 묶여 있다.

재무성 관계자들은 개인 투자자를 '새로운 핵심 수요층'으로 보고 있다. 해외 투자자는 안정적 보유자로 보기 어렵고, 은행 역시 금리 위험 규제로 국채 매입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30년물 국채 투자신탁 등장

이 같은 흐름 속에 Daiwa Asset Management와 Amova Asset Management는 최근 30년물 일본 국채에 투자하는 투자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올해 처음으로 3%를 돌파하며 상품 기획에 탄력이 붙었다는 설명이다.

Amova의 가나자와 타쿠야 부사장은 "연 3% 수익률은 물가 상승률을 상회한다"며 "미국이나 호주 국채처럼 환율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제도 개편도 검토

재무성은 2027년 1월부터 개인 대상 국채 판매 범위를 비영리법인과 비상장 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학계와 시장에서는 개인 대상 국채를 **NISA(일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비과세 대상에 포함하고, 현재 기준금리보다 할인 적용되는 쿠폰 산정 방식을 손질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누쿠비즈니스스쿨의 오쓰키 나나 교수는 "상품 설계를 개선할 경우 가계의 국채 보유 비중이 5~6%까지 확대될 여지가 있다"며, "이는 다카이치 사나에 행정부가 강조하는 책임 있는 재정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모델도 참고 대상

시장 전문가들은 개인 국채 판매 확대 사례로 이탈리아를 언급한다. 이탈리아는 장기 보유자에게 더 높은 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개인 투자자 참여를 늘려왔다. 다만 이는 사실상 세제 혜택과 유사해 재정 부담과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과제로 남는다.

일본이 막대한 가계 저축을 국채 시장으로 유도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향후 상품 설계와 제도 개편의 방향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