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올해 3분기에 연율 4.3% 성장하며 2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정부 셧다운으로 발표가 지연됐던 이번 국내총생산(GDP) 보고서는 소비 지출의 강력한 회복력이 미국 경제의 핵심 동력임을 재확인했다.

미 상무부는 7~9월 분기 GDP가 물가와 계절 요인을 반영한 기준으로 4.3% 증가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직전 분기의 3.8%에서 가속된 수치로, 월가 예상치(3.2%)를 크게 웃돌았다.

소비지출이 성장의 중심축

이번 성장의 핵심은 소비였다. 3분기 개인소비지출은 연율 3.5% 증가해 전 분기(2.5%)보다 뚜렷하게 확대됐다. 의료 서비스, 레저·여가용 차량 등 서비스 및 내구재 지출이 고르게 늘어난 것이 성장에 기여했다.

홈디포 매장에서 진열대를 살피는 고객
(홈디포 매장에서 진열대를 살피는 고객. 자료하면 )

정부·재고·무역을 제외한 기초 수요 지표도 소폭 상승하며, 기업과 가계의 내수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무역이 성장률 끌어올려

무역 부문은 3분기 GDP 성장률에 1.59%포인트를 추가했다. 수출이 증가한 반면 수입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GDP 산출 방식상 수입 감소는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다.

투자·기업 활동은 둔화

반면 **기업 투자 증가율은 2.8%**로 전 분기의 7.3%에서 둔화됐다. 장비 및 지식재산(IP) 투자는 연율 5.4% 증가했지만, 이 역시 이전 분기보다는 속도가 느려졌다.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포함된 영역이지만, 전반적으로는 기업들의 투자 속도가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트럼프 복귀 이후 평균 성장률 2.5%

이번 수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복귀 이후 미국 경제가 연평균 2.5%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분기에는 관세 인상에 대비한 수입 급증으로 일시적 역성장이 있었지만, 이후 회복 흐름이 이어졌다. 이는 2024년 **바이든 행정부 시기의 평균 성장률 2.4%**와 유사한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다시 고개

경제 성장과 함께 물가 압력도 재차 높아졌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3분기 연율 2.9% 상승해 전 분기(2.6%)보다 확대됐고, 여전히 **연방준비제도**의 목표치(2%)를 상회하고 있다.

다만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7%로 예상보다 낮았으나, 경제학자들은 정부 셧다운에 따른 통계 왜곡 가능성을 경고했다.

고용 둔화·관세 불확실성은 변수

한편 경제의 체력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다. 11월 실업률은 **4.6%**로 4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소매 판매 증가세는 둔화됐다. 홈디포 등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은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비용을 얼마나 소비자에게 전가할지를 두고 여전히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어, 향후 물가와 소비에 미칠 영향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번 3분기 GDP 보고서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소비에 의해 지탱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고용·물가·통상 정책이라는 세 가지 변수가 향후 성장 경로를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