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2025년 들어 관세·이민 충격과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예상 밖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소비자 심리는 냉각됐고 노동시장은 둔화 조짐을 보이지만, 상위 소득층의 소비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성장을 떠받치고 있다는 평가다.
성장의 두 축: 상위 10% 소비와 AI 투자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의 약 70%는 가계 소비와 AI 관련 설비투자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상위 10% 고소득층이 전체 소비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지출을 주도했다. 주가 상승에 힘입은 자산효과와 데이터센터 구축 확대가 결합되며 성장 모멘텀을 형성했다.
예상을 빗나간 관세 충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관세 인상과 이민 규제가 경기침체를 부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실제로는 침체를 피했다.
4월 '해방의 날' 관세 발표 이후 금융시장이 흔들렸고 경기침체 확률은 한때 45%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일부 정책 완화와 기업·수입업자의 우회 전략으로 공급 차질과 물가 급등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Goldman Sachs와 JPMorgan Chase 등 주요 금융사의 비관적 전망도 수정됐다.
현장 체감: 프리미엄은 호조, 중저소득층은 압박
항공사들은 프리미엄 좌석과 공항 라운지 수요 증가를 보고했고, 명품 소비도 연말을 앞두고 견조했다. 반면 외식·할인 유통에서는 젊은층과 저소득층의 지출 압박이 확인됐다. 관세로 수입가가 오른 일부 온라인 소매업체는 판매 감소를 겪는 등 업종별 온도 차도 뚜렷하다.
'잡 없는 성장'의 경고등
전문가들은 경고음을 함께 내고 있다. 주식·주택 시장이 흔들릴 경우 고소득층 소비가 둔화될 수 있고, 노동시장이 약해진 상황에서의 성장은 충격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실질 가처분소득은 정체됐고 저축률은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비자 신뢰지수도 5개월 연속 하락했다는 Conference Board의 발표가 나왔다.
연말 소비는 '아직' 견조
그럼에도 연말 소비 지표는 버텼다. Mastercard의 스펜딩펄스에 따르면 11월 초부터 12월 하순까지(자동차 제외) 소매 매출은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국 소비는 당분간 성장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