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들어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관세를 인상하자 멕시코의 수출 주도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멕시코의 대미 수출은 오히려 증가하며, 미·멕시코 교역 규모는 연간 약 9,0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향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관세 격차가 만든 '반사이익'

WSJ에 따르면, 멕시코의 최종 유효 관세율이 다른 국가들보다 낮게 확정되면서, 높은 관세를 맞은 중국산 제품의 공백을 멕시코산이 메웠다는 분석이다. 미국 진출을 노리는 제조업체들은 관세 이전과 동일한 멕시코의 강점을 재확인했다. 지리적 근접성, 저비용 제조 기반, 그리고 훼손되긴 했지만 유지되고 있는 자유무역 체제다.

멕시코
(멕시코의 한 광장. 자료화면)

멕시코 정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1월 멕시코의 대미 제조업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9% 증가했다. 자동차 수출은 약 6% 감소했지만, 기타 제조업 수출은 17% 급증했다.

경기 침체 우려 완화

멕시코 중앙은행은 2025년 경제성장률을 0.3%로 전망했다. 침체 수준은 아니며, 연초 예상됐던 -1% 역성장 우려보다 크게 개선된 수치다.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그램시 펀드 매니지먼트의 캐서린 엑섬은 "관세 전쟁 속에서도 멕시코가 충격을 피해 갔다"고 평가했다.

'리버레이션 데이'의 반전

미국·국경 인근 18개 산업단지를 운영하며 대미 생산을 지원하는 '니어쇼어 코'의 사례는 변화를 상징한다. 공동 CEO 호르헤 곤살레스 엔리크센은 관세 수준이 불확실하던 시기 보류됐던 프로젝트들이 4월 2일 이후 재개됐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대부분 국가의 신규 관세율을 공개했지만 멕시코는 제외됐다. 엔리크센은 "우리에게는 해방의 날이었다"고 말했다.

USMCA의 버팀목

'좀비 협정'이라는 우려와 달리, 현재 멕시코 수출의 약 85%는 USMCA에 따라 무관세다. 멕시코 대통령 Claudia Sheinbaum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관리에 공을 들이며 국경 마약 단속 강화, 수배 중인 카르텔 수장 추방, 중국산 차량에 대한 50% 관세 부과 등으로 더 강한 제재를 피했다.

다만 멕시코는 여전히 25%의 자동차 비(非)미국산 부품 관세, 최대 50%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등 수십 년 만의 높은 관세에 직면해 있다.

중국과의 격차 확대

펜 와튼 예산모형에 따르면 멕시코의 유효 관세율은 4.7%로, 중국의 37.1%에 비해 크게 낮다. 세계 평균은 약 10%다. 미 무역대표부의 제이미슨 그리어는 멕시코가 대중 무역적자 축소분의 약 25%를 흡수했다고 밝혔으며, 이는 "미국 공급망 회복력에서 멕시코의 역할"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멕시코는 2023년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상품 공급국이 됐고, 역으로 미국의 최대 구매국이기도 하다. 젊고 저렴한 노동력과 깊게 통합된 지역 제조 네트워크가 배경이다.

근접성·통합의 힘

운송비 절감 효과도 크다. 자동차 등 대형 제품은 거리 자체가 비용 경쟁력이 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에 참여했던 루이스 데 라 카예는 "USMCA를 폐기하는 비용은 천문학적"이라고 말했다.

AI·데이터센터 수요까지 흡수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멕시코의 상대적 관세 안정성은 매력으로 부각된다. 특히 미국의 데이터센터·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멕시코의 데이터 처리 장비 수출은 올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니어쇼어 코의 한 고객사는 2019년 직원 18명으로 시작해 현재 4개 공장, 600명 고용으로 성장했으며 내년 1,000명 추가 채용을 계획 중이다.

엔리크센은 "미국으로 공장을 접고 돌아간 고객은 아직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