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바통을 넘겨받은 그렉 에이블, 사상 최대 현금 더미의 향방에 시선 집중

워런 버핏이 물러나고 그렉 에이블(Greg Abel)이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최고경영자(CEO)로 공식 취임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단 하나의 숫자에 쏠리고 있다. 바로 3,580억 달러. 버크셔가 보유한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이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버핏이 직접 선택한 후계자인 에이블은 오늘부로 경영 전면에 나선다. 그러나 그가 맞닥뜨린 가장 시급한 과제는 '버핏 이후의 버크셔'라는 상징성보다도, 이 막대한 현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라는 실질적 질문이다.

"그는 워런 버핏이 아니다"라는 시험대

에이블은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렸던 워런 버핏(Warren Buffett)과는 다른 인물이다. 주주들은 그가 전임자처럼 주식 투자에서 마법 같은 성과를 재현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워런 버핏
(오마하의 현인으로 알려진 워런 버핏. WSJ)

실제로 버크셔는 최근 12개 분기 연속으로 주식을 순매도했고, 이는 버핏이 "가격이 너무 비싸 장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음을 시사한다.

2025년 한 해 동안 S&P 500 지수가 16% 상승하면서, 가치 투자자에게는 시장 전반이 고평가된 상태로 보이고 있다. 과거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해왔던 버크셔마저 5개 분기 연속 자사주 매입을 중단했다. 그 결과, 현금은 쌓였고 그 자체가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다.

"막대한 자산이자, 방패"

에이블은 이 현금 더미를 "막대한 자산(enormous asset)"이라고 표현했다. 경기 침체나 시장 급락이 발생할 경우, 이는 버크셔의 가장 강력한 완충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버핏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버크셔의 탄탄한 재무구조를 활용해 골드만삭스와 GE 등에 구제금융 성격의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다만, 연방준비제도(Fed)가 향후 금리를 인하할 경우, 현금 및 단기 국채에서 얻는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로 지적된다. 보호막이 될 수도,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인이 될 수도 있는 양면성이다.

에이블이라는 인물

캐나다 대평원에서 태어난 에이블은 병 공병 환급, 광고 전단 배달 등으로 용돈을 벌며 성장했다. 하키를 즐기며 자랐고, 현재도 아들의 하키팀에서 코치를 맡고 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기억되고 싶은 모습은 훌륭한 아버지이자 코치"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20여 년 전 버크셔가 미드아메리칸 에너지를 인수하면서 그룹에 합류했고, 이후 이를 Berkshire Hathaway Energy로 키워 미국 중서부와 서부 최대 전력 공급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 2018년부터는 보험을 제외한 모든 버크셔 계열사를 총괄하며 사실상 'CEO 수업'을 받아왔다.

버핏은 최근 인터뷰에서 "그렉은 모든 면에서 내 기대를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배당, 대형 투자, 혹은 기다림

일부 투자자들은 버크셔가 현금을 활용해 배당을 실시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하지만 버핏은 세금 부담을 이유로 배당에 부정적이었고, 실제로 버크셔의 배당은 1967년 10센트 배당이 유일하다.

다른 투자자들은 에이블이 대규모 시장 조정이나 경기 침체가 오기 전까지는 큰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S&P 500 기업들은 순자산 대비 5배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10년 평균(3.9배)을 크게 웃돈다. 반면 버크셔 B주는 장부가 대비 약 1.6배 수준이다.

'버핏 프리미엄' 이후의 버크셔

버핏이 은퇴를 공식화한 이후, 버크셔 B주는 약 7% 하락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버핏 프리미엄'의 소멸로 해석한다. 그럼에도 다수의 장기 주주들은 에이블이 '제2의 버핏'이 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이는 버핏이 의도적으로 설계한 구조다. 버크셔는 극도로 분권화된 조직으로, 각 자회사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버핏은 "누가 수장이든 잘 돌아가도록" 회사를 만들어 왔다.

다른 시대, 다른 리더

에이블이 물려받은 버크셔는 버핏이 처음 이끌던 시절과는 전혀 다른 규모다.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긴 초대형 기업인 만큼, 과거와 같은 성장 속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버핏 자신도 "회사가 너무 커졌다"고 말해왔다.

에이블은 언론 노출이나 대중적 이미지 관리에도 소극적이다. 버핏처럼 광고에 등장하거나 TV 쇼에 출연할 가능성은 낮다. 시장이 흔들릴 때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지 않다.

그러나 버핏은 여전히 회장으로서 오마하 사무실에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에이블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3,580억 달러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