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유럽연합(EU)이 장기간 표류해온 자유무역협정을 타결하며 양측 간 교역 장벽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6일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글로벌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상호 교역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판단의 결과로 평가된다.

EU 수출 97% 관세 인하...유럽 기업 연 40억유로 절감

EU에 따르면 이번 협정으로 인도가 수입하는 EU산 상품 가운데 가치 기준 96.6%에 대해 관세가 철폐되거나 인하된다.

EU, 인도와 무역협정 체결
(인도 뉴델리에서 무역협정에 서명한 안토니오 코스타 유럽평의회 의장,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로이터 영상 캡쳐 )

이를 통해 유럽 기업들은 연간 약 40억유로(약 47억5천만달러)의 관세 절감 효과를 거둘 전망이다. EU는 2032년까지 대(對)인도 수출이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산 제품 99.5% 무관세...농산물은 제외

EU는 향후 7년에 걸쳐 인도산 수입품의 99.5%에 대해 관세를 인하한다. 해산물, 가죽·섬유, 화학제품, 고무, 비금속, 보석·귀금속 등은 관세가 0%로 낮아진다. 다만 대두, 쇠고기, 설탕, 쌀, 유제품 등 농업 관련 품목은 협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모디 "세계가 '모든 협정의 어머니'라 부른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EU와 인도 사이에 대형 협정이 체결됐다"며 "전 세계가 '모든 협정의 어머니'라고 부를 만큼, 인도 14억 인구와 유럽 수백만 명에게 막대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오늘 유럽과 인도는 역사를 만들고 있다"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자동차 관세 110%→10%...유럽 완성차에 대형 호재

협정의 핵심은 인도의 보호 장벽이 높았던 자동차 시장 개방이다. 인도는 현재 최대 110%에 달하는 자동차 관세를 5년에 걸쳐 10%까지 낮춘다. 즉시 시행 시점에는 30~35%로 인하되며, 연간 25만대(차량 가격 1만5천유로 초과)에 한해 적용된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 르노,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주류·기계·화학도 관세 인하...CBAM은 예외

와인 관세는 즉시 150%에서 75%로 낮아지고, 단계적으로 20%까지 인하된다. 증류주 관세는 40%로 내려간다. 기계, 전기장비, 화학, 철강 등 다수 EU산 제품도 관세 인하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따른 부담은 즉각 완화되지 않았다. 철강을 비롯해 시멘트, 전력, 비료 등은 여전히 탄소세 적용 대상이다. 인도는 EU로부터 제3국에 유연성이 부여될 경우 동일한 대우를 받겠다는 약속을 얻었다.

법적 검증 거쳐 1년 내 시행 목표

인도 정부 관계자는 법적 검증에 5~6개월이 소요된 뒤 정식 서명이 이뤄질 것이라며, "1년 내 시행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U 내부에서는 앞서 체결된 메르코수르 협정처럼 법적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인도·EU 협정은 양측 교역 규모가 2025 회계연도 기준 1,365억달러에 이르는 상황에서 체결됐다. 이는 인도·미국(1,320억달러), 인도·중국(1,280억달러) 교역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글로벌 무역 질서가 재편되는 국면에서 인도와 EU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층 강화하는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