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로 성장률을 떠받치는 동안 과잉생산이 가격·이익·임금·소비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상하이 최대 의류 도매시장인 치푸루(七浦路)에서는 요즘 '판매'보다 '반품'이 더 분주하다. 전국 소매점으로 보내진 스웨터와 원피스, 바지는 팔린 만큼만 결제되고 나머지는 되돌아온다.

최근 들어 팔리는 물량이 급감하면서 반품 더미가 복도를 가득 메운다. 여성복 도매상 왕징징(40)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전엔 직원 네 명을 둘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 명도 부담스럽다. "보통 사람들 지갑에 돈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과잉생산과 부족한 내수의 충돌

중국 전반에서 소비는 위축됐고 생산은 과도하다. 재고를 털기 위해 가격을 낮추면 이익이 깎이고, 기업은 임금 인상과 채용을 멈추거나 인력을 줄인다. 이는 다시 소비 여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중국은 수출 호조 덕분에 성장률 5%를 지켰다. 인공지능·로봇 등 첨단기술에서도 도약을 이뤘고, 희토류부터 상선까지 폭넓은 제조 역량은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경쟁력이 됐다. 그러나 제조 중심 성장 전략은 경제를 한쪽으로 기울게 만들었다. 광범위한 물가 지표인 GDP 디플레이터는 2023년 이후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내수 수요 부족을 드러낸다.

기업 실적도 광범위하게 악화됐다. 철강·콘크리트·전기차·로봇·조미료·화장품 등에서 이익이 줄었다. 팩트셋 기준 중국 상장사 5,000곳의 평균 이익률은 2009년 이후 최저다. 주택·공장·도로 투자를 포함한 고정자산투자는 2025년에 사상 처음 감소했다.

'일본식 장기 침체' 경고

전문가들은 1990~2000년대 일본처럼 장기 침체가 고착될 위험을 경고한다. 디플레이션은 지정학적 부담으로도 번진다. 중국은 2025년 사상 최대인 1조2천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값싼 중국산 제품의 유입에 각국 정부가 자국 산업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내수 진작'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가격 전쟁과 과도한 경쟁을 뜻하는 '내권화(内卷)' 단속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첨단기술 자립과 산업 주도권을 중시해온 시진핑(Xi Jinping)의 노선과 충돌한다는 평가가 많다. 모건스탠리의 로빈 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디플레이션이 올해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축 국가'의 구조적 제약

지방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해 산업에 자금을 쏟고, 기업은 값싼 대출·세제 혜택을 받는다. 반면 개인의 사회안전망은 얇다. 일부 연금은 월 30달러 수준에 그친다.

그 결과 가계는 소득의 약 3분의 1을 저축한다. 2024년 중국의 가계소비 비중은 GDP의 40%로, 세계 평균(약 55%)과 미국(약 68%)에 크게 못 미친다(세계은행).

중국의 연 소비율
(중국의 월별 소매비율, 중국 국가통계국)

베이징에서 휴대폰을 파는 송톈잉(20)은 월급 1,000달러 중 400달러를 저축한다. 가족의 의료비 부채와 주택 구입을 대비해서다.

부동산 침체도 소비를 짓누른다. 2021년 고점에 집을 산 상하이의 주얼리 도매상 저우즈민(35)은 "자산가치가 20% 줄었다"며 귀걸이를 60% 할인해 판다고 말했다.

전기차·로봇까지 번진 과잉

전기차 산업엔 100곳이 넘는 업체가 난립했다. 지방정부는 고용과 세수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미루고 있다. 가격은 3년째 하락 중이며, 2025년 상반기 딜러의 70%가량이 원가 이하 판매를 했다. 상하이의 한 딜러는 내수 부진으로 수출 비중을 키우며 중동·중앙아시아·아프리카를 찾고 있다.

신흥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150곳 이상이 몰려 '버블' 경고가 나왔다. 비(非)기술 부문 역시 종이·반려동물용품·식품 등에서 가격 인하 경쟁이 심화됐다.

할인 전쟁의 후유증

배달 플랫폼 3사-Meituan, Alibaba, JD.com-는 공격적 할인으로 수요를 끌어올렸지만 수익성은 악화됐다. 메이퇀은 2025년 3분기에 2022년 이후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더 일하고, 덜 번다

임금 상승은 멈췄고 초과근무는 늘었다. 16~24세(학생 제외) 실업률은 2025년 11월 약 17%였다. 베이징의 그래픽 디자이너 톈이(24)는 디자인과 라이브커머스를 겸하며 하루 12시간 일하지만 월급은 1,100달러로 그대로다. 상하이의 반도체 직장인 루유(32)는 "주변의 감봉 소식이 저축 압박을 키운다"고 말했다.

정책의 한계

정부는 2024년 노후 차량·가전 교체 보조금으로 소비를 띄웠지만, 일회성 효과는 빠르게 소진됐다. 반(反)내권화 대책도 '증상 완화'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HSBC의 프레드 노이만은 "투자 유인이 만든 구조가 디플레이션 함정을 낳는다"고 말했다.

상하이의 장난감 상인 황하이(44)는 온라인 최저가에 맞추느라 정가 50달러 상품을 34달러에 판다. 장사가 더 나빠지면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치푸루의 왕징징은 "그 활기가 그립다. 지금은 막막함뿐이다."라며 호황기의 상하이를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