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Keir Starmer)의 비서실장(chief of staff) 모건 맥스위니(Morgan McSweeney)가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 관련 파문 속에 전격 사임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너(WSJ)이 8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번 사임은 엡스타인과 오랜 친분이 있었던 인물의 외교 요직 임명을 둘러싼 논란이 영국 정치 전반으로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엡스타인과 친분 인사 주미대사 임명 논란
맥스위니는 스타머 총리가 피터 맨델슨(Peter Mandelson)을 주미 영국대사(U.K. ambassador to the United States)로 임명하도록 조언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맨델슨은 과거 엡스타인과 개인적 친분을 유지했던 인물로, 미국 법무부(U.S. Department of Justice)가 최근 공개한 '엡스타인 파일(Epstein files)'을 통해 그 관계의 범위가 다시 드러났다.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맨델슨은 엡스타인이 2008년 성범죄(sex offenses)로 처음 수감된 이후에도 연락을 지속했으며, 2009~2010년에는 시장에 민감한 정부 이메일(market-sensitive government emails)을 엡스타인에게 전달한 정황도 포함돼 있다.
스타머 "허위 보고 받았다"... 사과와 후폭풍
스타머 총리는 지난주 맨델슨이 엡스타인과의 관계 범위에 대해 자신에게 허위로 보고했다고 밝히며 임명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맨델슨은 별도의 해명을 내놓지 않았으나, 앞서 "더 일찍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 여성과 소녀들에게 사과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맥스위니는 성명을 통해 "공적 영역에서는 책임이 가장 불편할 때도 반드시 져야 한다"며 "현 상황에서 물러나는 것이 유일하게 명예로운 선택"이라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맥스위니의 노동당(Labour Party)에 대한 공로를 치하했다.
노동당 권력 핵심의 붕괴
맥스위니는 스타머의 최측근이자 핵심 전략가로, 노동당이 2024년 총선에서 14년 만에 정권을 탈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돼 왔다. 동시에 그는 맨델슨의 오랜 제자(protégé)로, 과거 긴밀히 함께 일한 이력도 이번 논란을 키웠다.
이번 사임이 스타머 총리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줄지, 아니면 추가적인 책임론을 촉발할지는 불투명하다. 엡스타인 문건 공개 이전부터 노동당 내부에서는 스타머의 지도력에 대한 불만과 교체론이 제기돼 왔다.
향후 정치 일정과 추가 압박
스타머 총리는 맨델슨 임명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진행한 검증 절차(vetting process) 관련 문서를 공개해, 맨델슨이 허위 진술을 했다는 점을 입증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치적 시험대는 계속된다. 2월 말 예정된 보궐선거(by-election)는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며, 5월 지방선거(local elections)는 사실상 중간평가(midterm referendum)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집권 노동당은 여론조사에서 개혁영국(Reform UK)에 뒤처지고 있다. 개혁영국 대표 나이절 패라지(Nigel Farage)는 "다가오는 5월 선거에서 노동당이 참패하면 스타머 역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엡스타인 사망(2019년 수감 중 사망) 이후에도 이어지는 파장은, 이번에는 영국 정권 핵심 인사의 퇴진으로까지 이어지며 국제 정치권 전반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