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전문가들 "두바이·도하·바레인 공격은 전략적 오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가 사망하고 군 수뇌부가 제거된 이후, 이란은 중동 최소 9개국을 공격하며 전면적인 역내 전쟁을 촉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테헤란의 계산은 분명해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유한 걸프 왕정국가들을 타격해 워싱턴과 이스라엘에 조기 확전을 멈추도록 압박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란은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 수송을 압박하고 항공 교통을 교란함으로써, 해외 무역·관광·외국인 노동자에 크게 의존하는 걸프 국가들에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고통을 안기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계산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드론과 미사일이 호텔·항만·공항을 겨냥하자 걸프 국가들은 "이란 위협을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쪽으로 기류가 급변했다.
"걸프 국가 겨냥은 비이성적이고 근시안적"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외교고문 안와르 가르가시(Anwar Gargash)는 "이란은 걸프 국가와 국민들에게 '나는 당신들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라며 "걸프 국가를 겨냥하는 것은 전적으로 비이성적이고 매우 근시안적"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오만을 포함한 걸프협력회의(GCC) 6개 산유국 전부를 공격했다. 오만은 그동안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을 중재해온 국가다. 이란은 또한 요르단·이라크·이스라엘도 타격했다.
초기에는 걸프 국가들 모두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두바이·아부다비(UAE), 도하(카타르), 마나마(바레인) 등 주요 도시가 직접 공격을 받고 민간 피해가 발생하자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었다.
UAE 국방부에 따르면 이란은 UAE에만 탄도미사일 165기와 드론 541기를 발사했고, 이 중 대부분이 요격됐으나 3명이 사망하고 58명이 부상했다.
애틀랜틱카운슬의 윌리엄 웩슬러(William Wechsler)는 "많은 걸프 주민들은 토요일 아침엔 미국과 이스라엘에 분노했지만, 밤에는 이란에 분노하며 잠자리에 들었다"고 말했다.
"동맹을 때려 본진 압박"... 이번엔 통하지 않아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Abbas Araghchi)는 갈등의 책임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있다며, 걸프 국가들이 이란이 아니라 상대를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과거 12일간의 전쟁 당시, 카타르를 제한적으로 공격한 뒤 휴전으로 이어졌던 전략과 유사하다.
카타르대학의 이란 전문가 니콜라이 코자노프(Nikolay Kozhanov)는 "이란의 전략은 본적을 직접 타격하기 어렵다면 동맹을 공격해 압박을 가하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걸프 주요국은 최근 몇 년간 진행해온 이란과의 관계 개선 기조를 사실상 중단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외교적 갈등을 접고 이란에 대한 공동 대응에 나섰다.
유럽도 기류 변화... "이란 역사적 전환점"
유럽에서도 초기 우려가 점차 묵인에 가까운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일부 이란 미사일이 유럽연합(EU) 회원국 키프로스 방향으로 비행하다 요격되면서 안보 우려가 커졌다.
EU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하는 카야 칼라스(Kaja Kallas)는 하메네이 사망을 "이란 역사에서 결정적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란 국민이 더 큰 자유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다만 유럽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마찰(예: 그린란드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어 이란 문제로 미국과 정면 충돌할 의지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독일·프랑스·영국은 이란의 미사일·드론 발사 능력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비례적 방어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걸프 "수동 방어에서 능동 방어로"
현재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은 공군력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내부 봉기 없이 정권이 교체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사우디 정치 분석가 알리 시하비(Ali Shihabi)는 "베네수엘라식 시나리오가 최선일 수 있다"며 "체제는 유지되되, 무력화·수정되는 방식이 혼란과 내전을 피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UAE는 테헤란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고 외교관을 철수시켰다.
걸프 경제는 석유 외에도 관광·항공·금융·부동산 산업에 의존하고 있어, 이란 정권이 존속한 채 드론·미사일 위협을 계속하는 상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공군 원수 출신 마틴 샘슨(Martin Sampson)은 "이란은 선을 넘었다"며 "이는 걸프 국가들의 경제·사회적 미래에 실존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