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지명한 Kevin Warsh 전 연준 이사가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연준 내부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 

AI 생산성 혁신 근거로 금리 인하 주장

워시는 지난 1년간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이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려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출 것이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금리 인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캐빈 워시
(캐빈 워시. 자료화면)

그의 주장은 단순하다. AI 도입으로 노동 생산성이 높아지면 기업은 임금을 올리더라도 가격을 올릴 필요가 없고,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을 억제해 금리 인하 여지를 만든다는 것이다.

"1990년대 그린스펀 모델" 재현 시도

워시와 트럼프 행정부는 앨런 그리스펀(Alan Greenspan) 전 연준 의장이 1990년대 인터넷 혁명 당시 금리 인상을 자제하며 성장과 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했던 사례를 주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당시 그린스펀은 생산성 상승을 근거로 금리를 유지했고, 결과적으로 경제는 호황을 누리면서도 물가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연준 내부 "지금은 상황 다르다" 강한 반론

그러나 연준 내부 인사들은 현재 경제 상황이 당시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넷 옐런(Janet Yellen) 전 연준 의장은 "워시가 그린스펀과 같은 신뢰와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단기간에 그의 논리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특히 1990년대에는 인플레이션이 2% 수준으로 안정돼 있었던 반면, 현재는 목표치인 2%를 웃도는 고물가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큰 차이로 지목된다.

지정학 리스크·탈세계화...물가 상승 압력 여전

전문가들은 현재 경제 환경이 오히려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 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갈등, 관세 확대, 공급망 재편(탈세계화) 등은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1990년대와 정반대의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AI는 아직 수요 자극"...단기 물가 상승 요인

연준 일부 인사들은 AI가 단기적으로는 물가를 낮추기보다 오히려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 전력 수요 증가, 주식시장 상승 등이 소비를 자극하면서 단기적으로는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Alberto Musalem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미래 생산성 개선을 기대하며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물가 안정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AI 효과 과장" 지적도...도입 속도 변수

AI 생산성 효과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전 연준 관계자 출신인 빈센트 라인하트(Vincent Reinhart)는 "현재 사례 대부분이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이 아니라 기술을 만드는 기업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James Bullard 전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AI 확산 속도는 실리콘밸리가 기대하는 만큼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금은 기다려야 할 때"...입장 변화 가능성

워시 지명자의 주장에 일부 공감하는 인사들도 현재 시점에서는 금리 인하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무부 출신 경제학자인 조셉 라보르냐(Joseph Lavorgna)는 "AI가 디스인플레이션을 유도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란 전쟁 등 변수로 인해 당장은 연준이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준 청문회서 입장 변화 주목

워시는 상원 인준 청문회를 통해 자신의 경제관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며, 최근 변화된 경제 환경을 반영해 기존 입장을 수정할지 여부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최근 다양한 충격이 발생한 만큼, 워시 역시 기존 주장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리 정책 향방, 'AI vs 현실' 충돌 속 결정

결국 이번 논쟁은 미래 기술에 대한 기대와 현재 경제 현실 사이의 충돌로 요약된다.

AI가 실제로 생산성 혁신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킬지, 아니면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지는 향후 연준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