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걸프 지역 미군 시설·동맹국 겨냥 보복 공격...미국 "상선 통항은 계속"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군은 이란이 컨테이너선을 공격한 뒤 이란 내 군사 목표물에 대한 추가 공습을 단행했다. 이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폐쇄한다고 발표하고, 걸프 지역의 미군 시설과 미국 동맹국 내 군사 목표물을 겨냥한 공격을 확대했다.
이번 충돌은 지난 며칠 동안 이어진 선박 공격과 보복 공습의 연장선에서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앞서 미국과 이란 사이의 휴전이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동시에 협상 재개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였다.
미군 "사흘간 이란 목표물 300곳 이상 타격"
미 중부사령부는 미군이 토요일 하루에만 이란 군사 목표물 140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사흘간의 공습으로 타격한 이란 목표물은 300곳을 넘는다고 설명했다.
미군은 이번 작전의 목적이 호르무즈 해협을 자유롭게 통항하는 민간 선박과 상업용 선박에 대한 이란의 공격 능력을 약화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매체들은 여러 항구도시에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업 선박을 공격하고, 해상 통행을 군사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운송의 약 5분의 1이 지나던 핵심 해상 통로다.
이란 "미국 개입 끝날 때까지 해협 폐쇄"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승인되지 않은 항로를 따라 이동하던 선박에 경고 사격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선박이 피격됐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여러 선박이 "승인되지 않은 항로"로 이동하려 했고, 항로를 수정하라는 경고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이 "미국의 역내 개입이 끝날 때까지" 폐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의 발표와 달리 상업용 선박들이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즉, 이란은 해협 폐쇄를 선언했지만 미국은 실제 통항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란, 요르단·쿠웨이트·오만·카타르 목표물 공격 주장
미국의 공습 이후 이란은 걸프 지역의 미군 관련 시설과 미국 동맹국 내 군사 목표물을 겨냥한 공격을 확대했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요르단의 한 기지에서 지휘통제센터와 드론 격납고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또 쿠웨이트의 미군 레이더 시설, 오만의 항공모함 지원 및 급유 플랫폼, 카타르의 전투기 정비센터와 지휘통제시설도 공격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두 번째 선박도 타격해 무력화했다고 주장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자국 방공망이 이란에서 날아온 미사일과 드론에 대응했다고 밝혔다. 바레인에서는 경보 사이렌이 울렸고,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도 폭발음이 들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공격은 최근 몇 주간의 이란 군사행동보다 훨씬 넓은 지역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확전으로 평가된다. 이란은 최근 쿠웨이트와 바레인의 일부 시설을 공격했지만, 카타르는 4월 초 이후, UAE는 5월 초 이후 공격 대상에서 비교적 제외해왔다.
걸프 불안에 국제유가 급등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 충돌은 국제 에너지 시장을 다시 흔들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란이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UAE 등 주요 산유국의 에너지 수출이 통과하는 핵심 통로다. 이 지역의 통항이 불안정해지면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이는 글로벌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유가 상승은 11월 의회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이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물가 불만이 커지고, 이는 선거 국면에서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일방적 합의의 시대는 끝났다"
이란은 미국이 먼저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압바스 아락치(Abbas Araqchi) 이란 외무장관은 앞서 X에 "상호 준수만이 가능하다"고 적으며,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이란도 상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최고 협상가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Mohammad Baqer Qalibaf)는 "일방적 합의의 시대는 끝났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현실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앞서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상업용 유조선 3척이 공격을 받은 뒤 이란산 원유 판매를 허용하던 면허를 철회했다. 이란은 이를 휴전 합의 위반으로 보고 있다.
이란은 선박 공격의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테헤란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압박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오만 중재는 계속...해협 통항 문제 논의
군사 충돌이 확대되는 가운데서도 외교 채널은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오만에서 바드르 알부사이디(Badr Albusaidi) 오만 외무장관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의 안전 통항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란 외무부는 양측이 해협을 통한 안전한 선박 통행을 위한 적절한 메커니즘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오만 국영통신도 오만과 이란 협상단이 기술적·정치적 차원에서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만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이란 사이의 중재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도 해협 봉쇄와 군사 충돌을 완화하기 위한 중재를 이어가고 있지만, 양측의 군사행동이 계속되면서 협상 여지는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부친 피의 복수" 다짐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Ayatollah Mojtaba Khamenei)는 부친이자 전임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서면 성명에서 "순교한 지도자와 모든 순교자의 피에 복수할 것을 맹세한다"고 밝혔다.
이 성명은 지난 2월 28일 전쟁 초기 공격으로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 행사를 기념해 발표됐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았으며, 전쟁 발발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란 지도부의 복수 메시지는 외교 협상 가능성과 별개로, 내부적으로는 강경 대응 압박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휴전 붕괴 뒤 전면 확전 위험 커져
이번 사태는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사실상 무너졌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대화를 계속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휴전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후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 선박 공격, 이란 내 군사시설 공습, 걸프 지역 미군 시설 공격을 주고받으며 충돌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이란이 민간 선박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군사능력을 약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란은 미국이 역내 개입을 중단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핵심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이다. 미국은 모든 선박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항을 요구하고 있고, 이란은 해협을 자국 안보와 협상력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해협에서 대형 선박 피해나 미군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충돌은 더 넓은 중동 전쟁으로 확산될 수 있다.
현재 오만을 통한 중재가 계속되고 있지만, 양측의 군사행동과 정치적 발언은 협상보다 확전에 가까운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번 위기는 미국과 이란 전쟁의 향방뿐 아니라 세계 에너지 시장과 글로벌 경제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