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스타트업, 비슷한 기업보다 직원 25% 적어...미국 기업 조직의 미래 보여주나

인공지능(AI)을 처음부터 업무 구조의 중심에 두고 설계된 이른바 'AI 네이티브' 기업들이 기존 스타트업보다 훨씬 적은 인력과 단순한 조직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연구 결과, AI 기능을 핵심 기반으로 세운 스타트업들은 비슷한 조건의 비(非)AI 스타트업보다 직원 수가 약 25%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신입 직원과 관리자도 적고, 조직 내 직급 단계도 더 단순했다. 그럼에도 기업가치는 AI 중심이 아닌 스타트업들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AI
(인공지능. 자료화면)

이는 AI가 기업의 인력 구조와 관리 방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초기 사례로 평가된다.

직원 4명으로 75만명 이용자 서비스

대표 사례는 포인트하운드(Pointhound)다.

이 회사는 신용카드 포인트를 활용해 항공권 특가를 예약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설립 3년차인 포인트하운드는 지난해 75만명이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정규직 직원은 4명뿐이다. 나머지 업무 상당 부분은 AI 에이전트들이 처리한다.

포인트하운드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제이 리노(Jay Reno)는 앞서 2017년 구독형 가구 렌털 회사를 창업한 경험이 있다. 당시 회사는 정점에 약 150명의 직원을 고용했으며, 그는 2022년 해당 회사를 매각했다.

리노는 과거 회사에서 6개월 걸리던 프로젝트가 포인트하운드에서는 며칠 만에 끝난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기업을 날씬하게 만드는 효과를 체중 감량 치료제에 빗대며, "모두가 GLP-1을 맞은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포인트하운드의 매출이 하룻밤 사이 10배 늘어나더라도 엔지니어 1명과 마케팅 담당자 1명 정도만 추가로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원은 적고, 조직은 더 평평하게

AI 네이티브 기업들은 기존 기업과 다른 인력 구조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연구 논문은 최근 수천 개의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및 미국 벤처투자 스타트업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AI 기반 스타트업이 비교 대상 기업보다 전체 직원 수가 약 25% 적다는 점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이들 기업은 신입 직원이 약 15% 적고, 관리자도 약 15% 적었다. 또한 조직 내 직급 단계도 더 적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비슷한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기업가치 역시 덜 AI 중심적인 기업들과 유사했다. 그 결과 AI 스타트업은 직원 1인당 자본이 약 20% 더 많은 구조를 갖게 됐다.

즉, AI 네이티브 기업은 더 적은 인력으로 비슷한 시장 평가를 받으며, 직원 1명당 더 많은 자본과 생산성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기업 구조조정의 실험장

이러한 변화는 아마존(Amazon), 메타(Meta),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같은 대기업들이 추진하는 조직 재편과도 맞닿아 있다.

대기업들은 최근 관리 계층을 줄이고, 중간관리직을 축소하며, AI 도입을 통해 조직 효율을 높이려 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이런 변화의 실험장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부문은 7월 초 3,2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히며, 관리 계층을 3~5단계로 줄이겠다고 했다. 일부 부문에서는 업무가 최대 14단계의 결재와 보고 체계를 거쳐야 했고, Xbox 이용자 기반이 줄어드는 동안 플랫폼 팀 규모는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Xbox 최고경영자 아샤 샤르마(Asha Sharma)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그 복잡성이 의사결정을 늦추고, 책임 소재를 흐리게 하며, 결과물을 내기 어렵게 만들었다"며 "우리는 단순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플레이어-코치'형 인력이 중심

AI 네이티브 기업의 또 다른 특징은 관리자보다 직접 실행하는 인력이 더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기존 기업에서는 팀을 관리하고 보고를 조율하는 중간관리자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AI 네이티브 기업에서는 거의 모든 직원이 직접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AI 도구와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플레이어-코치' 역할을 맡는다.

이런 구조에서는 단순 지시나 보고보다 문제 해결 능력, 기술 이해도, 업무 자동화 설계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연구에 따르면 AI 네이티브 스타트업 직원들은 명문 기업 출신이거나 엘리트 대학 학위를 가진 경우가 더 많았다. 또한 남성 비중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 네이티브 기업이 더 적은 인력을 채용하는 대신, 고숙련 인재에게 더 많은 책임과 자본을 집중시키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비스 기업에서는 직원 수 70% 감소

AI가 인력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업종에 따라 차이가 컸다.

연구진은 정신건강, 과외, 교육 서비스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에서 직원 수 감소가 가장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이 분야의 AI 기업들은 비슷한 비AI 기업보다 직원 수가 70% 적었다.

서비스업은 고객 응대, 상담, 일정 관리, 자료 작성 등 반복적이면서도 사람의 시간을 많이 쓰는 업무가 많다. AI가 이러한 업무를 대체하거나 보조하면서 인력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연구진은 기업 규모가 줄어든다고 해서 반드시 전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AI는 기업을 더 쉽게 만들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더 많은 기업이 생기고 각각은 더 작은 인력으로 운영되는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기업은 단순 도입만으로 한계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렘 코닝(Rem Koning) 교수는 기존 기업들이 단순히 직원들에게 AI 도구를 나눠주는 것만으로는 큰 생산성 향상을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AI를 업무 흐름 자체에 깊이 심고, 보고 체계와 관리 계층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코닝 교수는 "스타트업을 주목하는 것이 지금 매우 중요하다"며 "그들이 앞으로의 방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반 투자은행 오프딜(OffDeal)의 최고경영자 오리 엘다로프(Ori Eldarov)도 기존 조직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으며, 사람과 AI 사이의 상호작용에 맞춰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기업들이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작은 단계로만 AI를 도입하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비효율적인 업무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 업무도 AI 중심으로 재설계

오프딜은 AI 네이티브 조직 구조의 또 다른 사례다.

이 회사는 AI 기반 투자은행으로, 지난해 여름 1,2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오프딜에서는 엔지니어와 투자은행가가 나란히 일하며, 두 직군의 보상도 실제 거래 성사 여부와 연결돼 있다.

엔지니어와 은행가의 비율은 거의 1대1이다. 이는 많은 월가 기업에서 엔지니어들이 본사 핵심 업무와 떨어진 백오피스에 배치되는 구조와는 크게 다르다.

오프딜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2주 동안 오전 8시30분부터 자정까지 은행가들을 따라다니며 그들의 업무를 모두 기록하게 했다. 목적은 어떤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없앨 수 있는지 찾는 것이었다.

그 결과 고객 통화 전 준비와 통화 후 정리 작업은 자동화할 수 있었고, 많은 보고서는 아예 없앨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엔지니어들은 은행가들이 직접 요청하지도 못했을 AI 기반 일일 업무관리 시스템도 만들었다.

기존에는 고객 기업을 인수할 잠재 매수자를 찾는 업무가 은행가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업무 분석 이후 오프딜은 이 일을 비즈니스개발팀으로 재배치했다.

엘다로프는 이런 업무의 상당 부분이 전통적인 투자은행에서는 신입 애널리스트들이 맡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부터 주니어 은행가들을 고용했다면, 우리는 프로세스를 혁신할 필요에 몰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입과 중간관리자의 역할 축소

AI 네이티브 기업의 확산은 특히 신입 직원과 중간관리자의 역할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

과거 스타트업과 대기업은 반복 업무를 처리하고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신입 인력을 고용했다. 또 조직이 커질수록 팀장, 매니저, 디렉터 등 여러 관리 계층이 생겼다.

그러나 AI가 문서 작성, 자료 조사, 고객 응대, 보고서 정리, 코드 작성, 일정 관리 등 많은 초급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서 신입 직원이 맡던 업무의 상당 부분이 줄어들 수 있다.

또 AI가 업무 진행 상황을 기록하고, 정보를 정리하며, 의사결정 자료를 자동으로 제공하면 중간관리자의 조율 기능도 축소될 수 있다.

AI 네이티브 기업이 보여주는 미래는 더 적은 직원, 더 많은 엔지니어, 더 낮은 관리 계층, 그리고 더 높은 1인당 생산성이다.

미국 기업의 미래인가

AI 네이티브 기업들이 미국 기업 조직의 미래를 보여주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쟁이 있다.

이들 기업은 처음부터 AI를 중심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기존 대기업보다 변화가 훨씬 쉽다. 반면 대기업은 이미 복잡한 조직, 오래된 업무 방식, 규정, 보상 체계, 내부 정치가 얽혀 있어 같은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AI 네이티브 스타트업들이 보여주는 흐름은 분명하다. 기업은 더 작아지고, 조직은 더 평평해지며, 직원들은 더 많은 일을 AI와 함께 처리하게 된다.

이는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이라는 장점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신입 일자리 감소, 관리직 축소, 고숙련 인재 집중, 조직 내 성별·학력 격차 확대 같은 문제도 함께 제기된다.

AI가 기업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그 효율성이 누구에게 기회가 되고, 누구에게 일자리 상실로 다가올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AI 네이티브 기업들은 미국 기업의 새로운 운영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실험은 이미 대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조직 재편 논리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