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 AMD가 최신 하드웨어 제품을 통해 경쟁사 엔비디아(Nvidia)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 세계 최대 규모 AI 연구소들의 컴퓨팅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설계된 랙스케일(rack-scale) 시스템이 그 주인공이다.
IT 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TechCrunch) 보도에 따르면, AMD는 지난 목요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석 매진을 기록한 '어드밴싱 AI(Advancing AI)' 콘퍼런스에서 새로운 AI 랙 시스템 '헬리오스(Helios)'를 공개했다.
AMD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리사 수(Lisa Su) 박사는 이 자리에서 헬리오스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를 비롯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고객사 명단을 소개하며, 올해 하반기 출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수 CEO는 이와 함께 AI 산업이라는, 컴퓨팅 자원을 끝없이 요구하는 '거대한 용'을 먹여 살릴 신형 칩들도 함께 선보였다.
랙 시스템이란 다수의 프로세서를 하나의 고성능 단일 장치로 통합한 것으로, 데이터센터에서 AI 모델을 학습·구동하거나 그 밖의 고강도 연산 작업을 처리하는 데 쓰인다.
수 CEO는 헬리오스를 두고 업계 "최고 성능의 AI 랙"이라고 자평하며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최첨단(frontier) 모델을 대규모로 학습시키고 구동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선도적인 AI 기업들에 의해 기가와트(GW)급 규모로 배치될 예정이다.
그동안 이 시장은 엔비디아가 자사의 '베라 루빈(Vera Rubin)'과 '그레이스 블랙웰(Grace Blackwell)' 랙스케일 시스템을 앞세워 사실상 독점해왔다. AMD가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려는 의도가 뚜렷해 보인다. IT 매체 더 레지스터(The Register)에 따르면 헬리오스는 여러 성능 지표에서 베라 루빈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AMD에 실제로 승산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5년 처음 공개돼 지난 1월 CES 2026 무대에서 다시 소개된 헬리오스는 이미 오픈AI(OpenAI), 메타(Meta), 오라클(Oracle), 앤스로픽(Anthropic),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수의 고객사를 확보한 상태다. 이들 기업은 모두 헬리오스 시스템 도입 계획을 갖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지난 월요일 자사의 애저(Azure) 인프라를 헬리오스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앤스로픽과 AMD는 지난 수요일 새로운 랙 시스템을 통해 최대 2기가와트 규모의 GPU를 배치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AMD는 이날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컴퓨팅 워크로드 처리를 위해 설계된 신형 CPU '베니스-X(Venice-X)'도 함께 공개했다. 베니스-X는 2027년 출시될 예정이다.
수 CEO는 이날 발언을 통해 반도체 산업의 향후 흐름도 짚었다. 그는 2030년이 되면 AI 구동용 칩이 전체 컴퓨팅 시장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이전틱(agentic) AI의 부상이 견인하는 "컴퓨팅 수요의 단계적 도약"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에이전트에게 어떤 작업을 시키면 실제로는 수십 단계를 거쳐야 한다. 추론을 해야 하고, 도구를 호출해야 하고, 데이터에 접근해야 하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수많은 GPU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 CEO는 "2030년까지 AI 가속기 시장 규모가 약 1조 4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이번 10년이 끝날 무렵이면 AI 가속기 시장 규모가 오늘날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에 근접하게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알고리즘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워크로드 역시 계속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런 흐름은 전반적인 반도체 생태계에서 프로그래머빌리티(programmability)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GPU가 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