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대국민 연설에서 중국의 미국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베이징의 광범위한 대미 영향력 공작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폭스뉴스가 26일(일) 보도했다.
연방 기록에 따르면 다수의 중국 정부 기관, 국영 언론사, 중국 기반 기업들이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라 미국 내에서 이들을 대신해 수행되는 정치적 함의를 지닌 활동을 신고하기 위해 등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다른 중국 기업들은 의회에 로비공개법(LDA)에 따른 신고서를 제출해, 스스로 순수한 상업적 이익을 추구한다고 주장하는 로비 활동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이 같은 신고 자료들은 중국 측 이해관계자들이 미국의 정책과 여론, 상업적 결정을 어떻게 움직이려 하는지에 대한 부분적인 공개 기록을 제공하지만, 베이징 활동의 전모를 밝히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관련 주장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매체는 짚었다.
중국공산당(CCP)과 상당한 연관을 맺고 있는 중국·홍콩 기반의 민간 단체들은 미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미 법무부(DOJ) 집계에 따르면 이들 단체가 2025년 한 해 FARA에 따라 지출한 비용은 2000만 달러가 넘으며, 의회에 제출된 로비 신고서에도 수백만 달러가 추가로 잡혀 있다. 같은 기간 중국 정부 관련 소스들이 FARA 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약 8000만 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개입 주장을 "전적으로 날조된 것"이라며 반박하고 대응 조치를 위협한 바 있다.
베이징의 모든 영향력 공작이 공식 기록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국무부가 중국 정부와 연계돼 있다고 지목한 중국학생학자연합회(CSSA) 같은 캠퍼스 단체들은 DOJ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미국인들은 이들의 활동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베이징의 해외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활동하는 중국공산당 충성파들의 전 세계 네트워크인 통일전선공작부(United Front Work Department) 산하 단체들도 그 은밀한 성격 탓에 관련 신고를 하지 않는다.
대중(對中) 강경파들은 일부 영향력 있는 미국 내 비영리단체들도 중국공산당과 상당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어, 베이징이 미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또 다른 통로가 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폭스뉴스디지털에 "중국은 중미 양국 국민 간 상호 이해와 우호를 증진하고, 무역·교육·문화 등 분야에서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을 진전시키는 데 힘쓰고 있다"며 "중국의 국제 교류와 협력은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상호 이해 증진과 상호 이익 실현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어 "중국의 정상적인 국제 교류와 협력을 이른바 '영향력 공작'으로 묘사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고 정당한 교류에 낙인을 찍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대미 영향력이 실제로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증거들만 놓고 보아도 미국인들의 삶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려는 광범위하고 다면적인 공작의 윤곽이 드러난다고 매체는 전했다.
◇ '선전' 매체들
중국이 가장 널리 활용하는 영향력 수단 중 하나는 국영 언론 체계다. 학계와 미 연방정부는 이를 흔히 '선전(propaganda)' 공작으로 규정한다.
국무부는 2023년 기준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해외 정보 조작 공작에 연간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DOJ 기록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외국대리인으로 등록해 활동 중인 중국 언론사는 5곳이다. CCTV, 신화통신(新華通訊社), 차이나데일리(China Daily)는 각각 중국공산당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고, 성도일보(Sing Tao News Corporation)는 민간 소유이지만 보도에서 일관되게 친(親)베이징 성향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CCTV는 중국의 대표 영어권 매체인 CGTN 아메리카를 운영한다. 폭스뉴스디지털이 검토한 DOJ 신고 자료에 따르면 CGTN은 2025년 2월부터 11월까지 CCTV로부터 668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았는데, 이는 중국 전체 해외 영향력 예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금액이다.
2025년 CGTN은 미국 민주당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것과 유사한 수사를 확산시켰다. 기후변화, 인종 갈등, 이민, 가자지구 전쟁 등의 사안에서 좌파 성향 논조를 펴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법 집행·주방위군 투입을 통한 워싱턴 D.C. 치안 강화 노력을 비판했다. CGTN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는 개빈 뉴섬(Gavin Newsom)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치켜세우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런던 킹스칼리지(King's College) 연구진이 2022년 발표한 학술 논문은 CGTN이 겉보기와 달리 유권자 행동 자체를 바꾸거나 엄격한 이념적 편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통치가 부실하고 금권정치적이며 인종차별적이고 국제 안정을 저해하는 나라"로, 반대로 중국을 "잘 통치되고 온건하며 안정적이고 부상하는 초강대국"으로 그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대리인으로 지정된 중국 언론사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성격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경향이 있다. 신화통신의 한 신고서 부속서에는 연방정부가 이 매체에 FARA 등록을 요구한 이유가 "미국의 대외 정책이나 외교 관계 등 관련 주제에 대해 미국 대중이나 정책 입안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다고 DOJ가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중국 언론매체들은 법에 따라 뉴스 보도와 정보 전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신화통신, CGTN, 차이나데일리 같은 매체들을 '선전 도구'나 '외국 영향력 수단'으로 규정하는 것은 국제 언론 교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보다 이념적 편견과 냉전적 사고방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중국 로비'
미 정부가 중국군을 위해 활동한다고 경고하는 기업들을 포함해 중국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은 미국 로비스트들에게 큰 사업이 되고 있다.
로비 관련 기록을 보면 2025년 이후 수십 명의 미국 로비스트가 중국 자본이 일부 혹은 전부 소유한 수십 개 기업과 새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FARA 기록에는 화웨이(Huawei), BOE테크놀로지아메리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 XH스마트테크차이나, 하이크비전(Hikvision), 퓨처웨이테크놀로지스, 징코솔라(JinkoSolar) 등 7개 중국 기업이 외국대리인으로 현재 등록돼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자사의 상업적 이익을 옹호하는 중국 기업은 로비공개법(LDA)에 따라 의회에 신고서를 제출하는 반면, 연방정부가 외국 위탁자를 위한 정치적·정부 관련·광범위한 여론 영향력 행사 활동으로 판단하는 조직은 통상 DOJ에 FARA로 신고한다.
일례로 중국에 본사를 둔 영상감시 장비 제조업체로 일부 국유 지분을 가진 하이크비전은 DOJ에 신고하는 쪽에 속한다. 이 회사는 중국공산당의 위구르족 무슬림 탄압을 도왔다는 의혹 속에 미국 정부로부터 조달·수출·투자 제재를 받고 있으며, 이런 제재를 해제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호소하기 위해 미국 로비스트들에게 수백만 달러를 지불해왔다.
하이크비전은 FARA의 공개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에, 대중은 이 회사를 대신해 정책 입안자들에게 배포된 자료와 함께 이들이 접촉한 구체적인 정책 입안자에 대한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10월 하이크비전 측 로비스트들이 국방부와 상무부 관계자들에게 제출한 슬라이드 발표 자료도 공개돼 있다.
중국 기업들이 구매하는 로비 서비스 대부분은 LDA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 법은 위탁자에게 누구에게 얼마를 지불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사안에 대해 로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설명만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미국 로비스트를 고용한 기업들 중에는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계 농업 기업, 미국 산업의 주요 경쟁사, 국유기업, 그리고 미 국방부가 중국 인민해방군을 위해 활동한다고 주장하는 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최근 국방부가 '중국 군사기업' 명단에 추가한 기술 대기업 텐센트(Tencent)는 2025년 이후 로비 비용으로 10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텐센트는 국방부의 이 같은 지정 이후 성명을 내고 "본사는 중국 군사기업도, 중국 국방산업 기반에 기여하는 군민융합 기업도 아니므로 (중국 군사기업) 명단에 포함된 것은 오류라고 본다"며 "이 같은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재심 절차를 개시할 계획이며, 그 과정에서 미 국방부와 논의를 통해 오해를 해소하고, 필요할 경우 명단에서 제외되도록 법적 절차도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중국 기업들, 심지어 국방부의 중국 군사기업 명단에 오른 곳들조차 미국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로비를 벌인 사례도 있다. 톰 코튼(Tom Cotton) 상원의원 등 일부 인사들은 중국 기업들이 더 엄격한 공개 의무를 지는 FARA 등록을 피하기 위해 LDA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FARA 등록 시 미국인들은 이들의 활동에 대해 훨씬 더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무역, 관광, 그리고 개발?
다른 여러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미국인들이 중국과 교역하고, 중국을 여행하고, 중국에 투자하도록 설득하는 데 상당한 자금을 쓰고 있다.
일례로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는 FARA 신고 자료에 따르면 반년마다 베이징으로부터 수십만 달러를 지원받아 미국 전역을 돌며 "중국과 미국의 기업, 상공회의소, 무역협회 및 단체 간 연락 역할을 맡아 양국 간 무역, 투자, 경제협력을 촉진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CCPIT의 활동은 겉으로는 무해해 보이지만, 대중 강경파들은 이 조직이 이중적 목적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제임스타운재단(Jamestown Foundation)은 1957년 기밀 해제된 CIA 메모를 인용하며 CCPIT가 "오래전부터 미국 정보당국에 의해 중국의 외교적 목표를 지원하는 통일전선 조직으로 분류돼 왔다"고 주장한다. 체코의 한 대학과 연계된 연구 프로젝트인 시노프시스(Sinopsis) 역시 중국이 CCPIT를 통해 외국 관료 및 재계 단체들과 관계를 구축해 궁극적으로 중국의 경제적·지정학적 목표를 진전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통일전선공작부와 연관돼 있다는 조직들에 대한 주장은 사실적 근거가 없다"며 "CCPIT는 오랫동안 중국과 세계 각국 간 무역·투자 협력을 촉진하고 경제 교류를 지원하는 데 헌신해왔으며, 정상적인 무역 촉진 활동을 이른바 지정학적 목표와 연결짓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밖에도 미국인들에게 중국 방문을 권유하고 중국 내 투자 유치를 위해 활동하는 다양한 사무소들 역시 베이징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미국 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을 겨냥한 거센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9월 인공지능(AI)과 양자 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미국으로 초청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