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중국이 이란의 미군 표적 공격을 돕고 있다는 의혹을 잇달아 일축했다고 미 폭스뉴스(Fox News)가 4일(월)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그의 행정부 내에서는 모스크바와 베이징이 다른 방식으로 테헤란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어, 트럼프의 발언과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기자들과 만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기한 "러시아가 이란에 걸프 지역 미군 시설 위성사진을 제공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게 사실인지 확인해보겠다. 푸틴에게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가 그런 일을 해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높은 수준에서는 아니다"라며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영향은 매우 미미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근거로 이란군이 전쟁 기간 입은 피해를 들었다. 러시아의 지원이 있었다 해도 미국이 테헤란의 재래식 전력 상당 부분을 파괴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러시아와 중국이 각각 다른 경로로 이란을 지원하고 있다는 두 건의 최근 보도에 대한 반응이었다. 하나는 러시아가 이란에 위성 정보를 제공했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이 파키스탄을 경유해 어깨에 메는 방식의 방공 미사일 수백 기를 테헤란에 보낼 수 있다는 로이터통신 보도다. 중국은 이 보도를 부인했다.
◇ 젤렌스키 "러시아 위성사진, 이란 공습 전후 정확히 일치"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가 확보한 증거를 공개하며, 러시아 위성이 지난 7월 초부터 걸프 국가들과 미군 시설을 정찰하기 시작했고 이후 해당 영상이 이란에서 포착됐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 이미지들은 이후 이란에서 나타났다"고 적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정찰 활동과 이후 이란의 공격 사이에서 "명확한 상관관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따르면 모스크바는 공격에 앞서 표적 설정을 돕기 위해 영상을 수집했고, 공격 이후에는 피해 평가를 위해 다시 해당 지역을 살폈다.
구체적으로는 러시아 위성이 이틀에 걸쳐 바레인의 공군기지 두 곳, 요르단과 쿠웨이트 각 한 곳 등 총 네 곳의 공군기지를 집중적으로 관측했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이 정보를 해외 파트너국과 공유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올가 스테파니시나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달 30일 기자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동에서는 의제가 많아 이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가 "다른 채널을 통해" 관련 정보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폭스뉴스디지털 취재에 응한 한 우크라이나 관리는 키이우가 이란과의 "제2전선"을 여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새로 확보된 위성사진은 이란이 고가치 표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정확한 타격 좌표를 다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공격이 의도한 표적을 명중했는지 사후 확인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관계자는 폭스뉴스디지털에 "대통령이 말한 대로, 외부 행위자가 이란을 돕기 위해 하는 어떤 행위도 미국인을 표적으로 삼는 이란의 능력을 전혀 높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는 미군 표적에 관한 정보를 이란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군 기지 위치는 이미 공개된 정보라고 주장했다. 크렘린궁 역시 러시아의 대이란 정보 지원에 관한 앞선 보도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한 바 있다.
◇ 헤그세스 "러·중 '적대 진영 결집' 확인"…트럼프는 "매우 놀라운 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War Secretary)은 지난 7월 상원 청문회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이란이 벌이는 일부 행위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분명한 적대 진영 결집"이 있으며, 두 나라가 "각기 다른 수준에서" 이란의 행동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억지할 수단이 미국에 있다면서도 일부 조치는 기밀로 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쟁 초반부터 행정부가 모스크바와 베이징의 행동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이에 대응해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파키스탄을 통해 어깨에 메는 방공 무기 수백 기를 이란에 넘길 수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에게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확약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긴 하지만, 그렇다면 정말 놀랄 것"이라며 "그(시 주석)는 나에게 개입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말했다. 다만 그러면 내가 상당히 실망할 것이라는 점을 그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 주석이 오는 9월 24일쯤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해당 보도를 "근거 없다"고 반박했으며, 파키스탄 역시 이란으로의 무기 경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근거 없고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 전문가들 "러·중, 미국 부담 키우려는 '결집' 신호"
전직 국방부·정보당국 관계자인 매슈 크로에닉(Matthew Kroenig)은 이 같은 보도들이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 중국, 이란 간 협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러시아와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중동 전쟁을 복잡하게 만들고 워싱턴이 치를 비용을 높일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자신들에게 이득이 된다"고 폭스뉴스디지털에 말했다.
크로에닉은 트럼프 대통령이 카메라 앞에서 모스크바와 베이징을 직접 공개 비판하는 대신, 비공개 경로로 경고를 보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가장 관대하게 해석하자면, 이는 중국과 러시아에 '그만두라'는 경고를 보내는 그의 방식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확약에만 의존한다면 그의 발언은 더 큰 위험을 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행정부가 어느 쪽이든 이란을 도우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 문제를 그냥 통째로 무시하는 데는 위험이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Washington Institute for Near East Policy)의 애나 보르셰프스카야(Anna Borshchevskaya) 선임연구원은 모스크바가 수년에 걸쳐 테헤란과의 군사적 유대를 강화해왔다고 짚었다. 그는 "이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러시아는 직접적인 군사 개입 없이 이란을 도울 방법을 찾은 것"이라며 "바로 그 점 때문에 이번 사안이 중요하다"고 폭스뉴스디지털에 밝혔다.
보르셰프스카야 연구원은 이란이 2022년부터 러시아에 샤헤드(Shahed) 공격 드론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이는 모스크바에 우크라이나 도시와 전력 기반시설을 향해 파상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저렴한 무기를 안겨줬다고 설명했다. 이후 러시아는 이란의 지원을 받아 자체 버전을 생산하고 설계를 개량하면서 이 드론을 주력 공격 수단으로 삼았다. 그는 과거 이란이 러시아를 지원했던 전력이, 이제는 러시아가 이란의 미군 표적 공격을 돕고 있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장에 무게를 더한다고 짚었다.
위성사진 제공은 러시아가 미군과의 직접 충돌을 피하면서도 테헤란을 도울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보르셰프스카야 연구원은 "정보 제공이 사소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관리들이 비공개로는 더 강경한 메시지를 보내는 동안, 모스크바와의 공개적인 언쟁은 잠잠하게 유지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봤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을 미국의 영향력에 맞선 자국 캠페인의 연결된 부분들로 인식하는 반면, 미국 당국은 각 분쟁을 별개의 정책 사안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문제는 각 전장을 분리해서 보는 경우가 많지만, 러시아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라며 "러시아는 이 모든 분쟁을 훨씬 더 상호 연결된 방식으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가 러시아군을 직접 투입하거나 워싱턴과 정면충돌하지 않고도 이란을 강화할 수 있는 형태의 지원을 선택해왔다며 "러시아는 이 문제에서 신중을 기하고 있다. 훨씬 더 정교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크로에닉 전 관계자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러시아에 경제·산업적 지원을 해왔지만 살상무기를 공개적으로 보내는 선은 넘지 않았다며, 이란 전쟁에서도 베이징이 같은 선을 지킬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첨단 방공 무기 이전에는 중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며, 러시아의 위성 정보 역시 국가가 통제하는 역량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런 데이터를 파는 구멍가게는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