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지난 4일(화) 전기차 업체 루시드모터스(Lucid Motors)가 14억 달러 규모의 현금 절감을 핵심으로 한 '운영 리셋(operational reset)'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로보택시 사업, 사우디아라비아 공장, 중형 전기차 출시 등 세 가지 '필승 과제'도 함께 제시됐다.
보도에 따르면 실비오 나폴리(Silvio Napoli) 루시드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5만 달러 미만 가격대로 계획됐던 중형 전기차의 출시를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 차량은 올해 말까지 출고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나폴리 CEO는 "우리의 목표는 명확하다. 중형 모델은 모든 공정과 품질 요건이 충족됐을 때만 출시할 것"이라며 "준비되지 않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던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폴리 CEO가 주도하는 이번 회생 계획은 재고 증가와 방만한 지출이라는 악순환에서 루시드를 벗어나게 하려는 시도다. 회사는 2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자본지출을 5억 달러 줄이고, 재고 부문에서 6억~8억 달러의 절감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운영비용도 2억 달러 줄이기로 했다. 이를 합치면 목표로 하는 14억 달러 현금 절감이 완성된다. 나폴리 CEO는 이 계획이 성공하면 2027년까지도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폴리 CEO는 취임 후 첫 분기 실적 발표에서 에두르지 않고 회사의 문제를 짚었다. 그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며 "루시드가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과 뛰어난 제품을 내놓은 것은 분명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너무 오랫동안 실망을 안겼다"고 말했다.
이어 "일관되게 실행하지 못했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며, 준비되지 않은 제품을 출시했고, 서비스에 투자를 소홀히 했으며, 품질 문제에 너무 느리게 대응했고, 복잡한 조직 구조가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도록 방치했다"고 자평했다.
나폴리 CEO는 이미 이러한 개편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회사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고객책임자(CCO),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최고혁신책임자(CTO급 Chief Transformation Officer) 등을 새로 영입하며 경영진을 대폭 물갈이했다. 나폴리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인원도 절반으로 줄였다. 지난 6월에는 전체 인력의 18%, 약 1500명에 달하는 인원에 대한 감원을 지시했는데, 이는 불과 4개월 전 12% 감원을 시행한 데 이어 나온 조치다.
루시드는 미국 애리조나주 카사그란데(Casa Grande) 공장에서 운영하던 2교대 생산체제도 폐지했다. 나폴리 CEO는 실적 발표에서 이번 인력 감축과 2교대 폐지로 연간 1억5800만 달러의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런 조치에도 루시드의 2분기 실적은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매출은 4억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2억5940만 달러에서 늘었지만, 순손실은 12억6000만 달러(주당 3.30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8억5530만 달러(주당 2.80달러) 손실보다 확대됐다. 루시드는 2분기 말 기준 총 유동성이 30억 달러라고 밝혔다.
지출 축소가 이번 리셋의 핵심이지만, 나폴리 CEO는 향후 수익성 확보를 위한 '필승 과제'로 중형 전기차 출시와 사우디아라비아 AMP-2 공장 완공, 우버(Uber)·뉴로(Nuro)와 함께하는 로보택시 사업을 제시했다.
'코스모스(Cosmos)'로 불리는 이 중형 전기차는 루시드의 중형 플랫폼에서 나오는 첫 모델로, 나폴리 CEO는 이 플랫폼이 "루시드 전략 계획의 핵심 요소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상당하다"고 덧붙이며, 그동안 회사가 품질 문제에 "일관되게 실행하지 못했고" "너무 느리게 대응했다"는 점이 출시 연기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나폴리 CEO는 우버·뉴로와 진행 중인 로보택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이를 소비자 직접 판매 외에 수익을 늘릴 기회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조치로 루시드는 최고디지털책임자 카이 스테퍼(Kai Stepper)가 이끄는 신설 사업부 '루시드 테크놀로지스(Lucid Technologies)'를 출범시켰다. 이 사업부는 인공지능(AI), 고급 운전자보조시스템, 디지털 기술에 집중할 예정이다.
나폴리 CEO는 뉴로의 자율주행 기술을 루시드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그래비티(Gravity)'에 접목한 로보택시 사업과 관련해 "전통적인 소매 판매 모델보다 훨씬 높은 마진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우버는 이 프리미엄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며, 이용자는 우버 앱을 통해 자율주행 차량을 호출할 수 있게 된다.
뉴로와 우버는 현재 휴스턴과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차량 100대 규모의 시범 운행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지난달 애리조나주 쿨리지(Coolidge) 시설에서 조립한 생산 검증용 차량을 인도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로보택시용 정규 생산은 4분기에 시작될 예정이며, 서비스 출시는 2026년 말로 예상된다.
한편 나폴리 CE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지난달 제기됐던 파산 검토설도 정면으로 부인했다. 루시드가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를 고용한 것을 두고 파산을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던 데 대해, 그는 "이들의 업무는 오로지 우리의 비용 절감 계획을 지원하고 운영을 효율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며 "이달 말 해당 작업이 마무리되면 계약도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