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타임스는 5일(수) 이란전 여파로 정유업체와 석유회사들이 2분기에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서 캘리포니아주 의원들 사이에서 업계 폭리에 대한 규제 요구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2위 정유사인 마라톤페트롤리엄(Marathon Petroleum)은 지난 4일 51억달러의 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란전으로 연료 공급이 타이트해지고 원유와 휘발유 가격이 치솟은 영향이다.


같은 4~6월 기간 캘리포니아 최대 정유사이자 2위 석유생산업체인 셰브런(Chevron)은 121억달러의 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5배에 달하며 최소 6년 만에 최고 실적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정유업체 PBF에너지와 발레로(Valero) 역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는데, 발레로는 37억달러의 이익을 내며 전년보다 5배 늘었다.

셰브론
(셰브론. 자료화면)

이 같은 실적 발표에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 조시 베커(민주·멘로파크)는 "이 이익들은 절대적으로 파렴치한 수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벤저민 앨런(민주·산타모니카) 의원과 함께 전쟁 시기 폭리 행위를 검찰총장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베커 의원은 "이 기업들이 캘리포니아에서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등의 핑계를 대고 있지만, 지금 이익 규모는 파렴치한 수준이며 주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셰브런 측은 이번 실적이 캘리포니아나 지역 단위가 아닌 전세계 사업 실적을 반영한 것이며, 과거 투자에 힘입은 결과라고 반박했다. 셰브런 대변인 로스 앨런(Ross Allen)은 이메일을 통해 "소비자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지난 1년간 에너지 생산을 약 20% 늘렸고, 2분기에는 정유시설을 약 97% 가동률로 운영했다"고 밝혔다.

◇ 미국 전역 휘발유값 30~50% 급등...캘리포니아는 갤런당 5.60달러 넘어

이런 대규모 이익은 결국 운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전 발발 이후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30~50% 뛰었다. 전쟁 전부터 이미 전국에서 가장 비싼 휘발유값을 기록해온 캘리포니아는 현재도 갤런당 5.60달러를 웃돌고 있다.

가격 급등을 계기로 일부 의원들은 1990년대 대기오염 저감을 위해 도입된 캘리포니아 전용 청정연료 규정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유업체들은 그동안 이런 환경 규제를 캘리포니아 휘발유 고가의 원인으로 꾸준히 지목해왔다.

주 상원의원 헨리 스턴(민주·로스앤젤레스)은 캘리포니아가 일반 휘발유를 더 쉽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공급업체에 부과금을 물려 전기차 리베이트 등 프로그램 재원으로 쓰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우려하는과학자연합(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등 일부 환경단체는 전국 단위 휘발유 기준과 현대 차량의 청정 성능을 고려하면 캘리포니아 전용 연료 규정의 필요성이 낮아졌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규정을 유예하면 다른 주에서 더 저렴한 휘발유를 들여오기 쉬워지고, 해당 연료를 생산하는 주내 정유사에 대한 의존도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

반면 업계 단체인 서부주석유협회(Western States Petroleum Assn.)는 이미 청정연료 생산에 투자한 캘리포니아 정유사들에 불이익을 준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 6월 낸 반대 서한에서 협회는 "이는 정유사들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주내 생산 투자를 저해하며, 연료 가격이나 안정적 공급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 아이디어를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베커 의원 법안에도 반대하고 있다. 이 법안은 자연재해나 팬데믹처럼 캘리포니아 폭리방지법을 적용할 수 있는 '비상상황' 목록에 전쟁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폭리방지법은 비상 이전 가격의 10% 이상 인상을 금지한다.

베커 의원은 소수의 정유사가 상대적으로 고립되고 대체 연료 조달 수단이 제한된 캘리포니아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는 점에서, 캘리포니아 내 폭리 증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비자감시단체 컨슈머워치독(Consumer Watchdog)의 조사를 인용해, 올해 첫 25주 가운데 13주 동안 캘리포니아 휘발유값이 전국 평균보다 1.50달러 이상 높았고 이 중 12주는 전쟁 발발 이후였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는 이런 일이 단 2주에 불과했고, 2024년에는 4주뿐이었다고 덧붙였다.

◇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 "전국적 추세와 부합"...브랜드 주유소 프리미엄 지목

그러나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California Energy Commission)는 이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위원회는 캘리포니아 휘발유값이 항상 전국 평균보다 높지만, 전쟁 기간의 상승폭은 전국적 추세와 부합한다고 밝혔다. 위원회 연료시장감시국장 타이 밀더(Tai Milder)는 대신 다른 문제를 지목했다. 캘리포니아 내 브랜드 주유소는 무브랜드 주유소보다 평균 갤런당 31센트 더 비싸게 판매하는데, 전국 평균 차이는 약 6센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내 셰브런 주유소는 모든 브랜드 중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해, 지난 5월 평균 갤런당 6.34달러에 달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 6월 캘리포니아 운전자들이 제기한 연방 집단소송에서는 주요 주유소 체인들이 AI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담합하고 주유소 가격을 높게 유지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부주석유협회는 브랜드 휘발유가 더 비싼 이유로 부동산 비용, "차량 성능 개선을 위한 독자적 휘발유 첨가제" 등을 들었다. 협회 대변인 짐 스탠리(Jim Stanley)는 "브랜드 제품이 일반 대체품보다 프리미엄에 판매되는 것은 어느 시장에서나 완전히 정상적인 일"이라며 "이런 현상이 없는 소비재를 단 하나도 떠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전쟁 기간 석유 이익에 상한을 두려는 방안에 대해서는, 캘리포니아를 수입 확보 경쟁력이 낮은 시장으로 만들고 수입 연료 의존도가 커지는 상황에서 "경제가 의존하는 에너지의 공급 부족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연방 차원 폭리세 법안도...주 하원 세출위 8월 13일 심사

연방 차원에서도 캘리포니아 출신 애덤 시프(Adam Schiff) 상원의원과 브래드 셔먼(Brad Sherman, 민주·셔먼오크스) 하원의원 등 민주당 의원 여러 명이 초과이윤을 겨냥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스턴 의원과 베커 의원의 법안은 오는 8월 13일 주 하원 세출위원회에서 다음 관문을 맞을 예정이다.

컨슈머워치독의 제이미 코트(Jamie Court) 대표는 베커 의원 법안을 지지하면서도, 주가 이미 보유한 가장 유용한 가격 억제 수단을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빈 뉴섬(Gavin Newsom) 주지사가 2022년 서명한 법에 따라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는 정유사 이익에 상한을 둘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코트 대표는 전쟁 발발 전인 지난 1월 정유사들의 갤런당 이익률이 44센트였던 점을 고려해, 이보다 훨씬 높은 갤런당 1달러로 상한을 뒀더라도 캘리포니아 운전자들이 6억1100만달러를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해당 법이 서명된 이후 주내 주요 정유시설 두 곳이 폐쇄되면서, 전기차가 휘발유 수요를 완전히 대체하기 전까지 규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원들과 관계기관 사이에서 커졌다. 에너지위원회 대변인 니키 우다드(Niki Woodard)는 가격 상한 권한 행사를 "후순위로 미뤄뒀다"면서도 "정제 마진과 상한 설정이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데이터를 계속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석유·가스업계는 주의회 로비에 1700만달러 이상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정제 부문이 이익 견인"...우드매켄지 "올해 업계 이익 4950억달러 전망"

블룸버그인텔리전스(Bloomberg Intelligence)의 애널리스트 브렛 깁스(Brett Gibbs)는 전세계 석유업계 이익 상당 부분이 정제 부문과 관련이 있다고 짚었다. 공격과 원유 부족으로 인한 정유시설 폐쇄가 연료 부족 사태를 심화시켰다는 설명이다.

마라톤페트롤리엄과 발레로는 전쟁 외에도 최근 캘리포니아 내 정유시설 폐쇄와 캘리포니아산 원유 공급 확대를 언급하며 서부 해안 지역 정유시설의 강한 실적을 강조했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화재로 마르티네스 정유시설을 가동하지 못했던 PBF에너지는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캘리포니아에서 계속 높은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매켄지(Wood Mackenzie)는 유가가 배럴당 약 90달러 선의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올해 석유업계 이익이 4950억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전쟁 전 배럴당 60달러 수준에서 업계가 예상했던 규모보다 두 배 넘게 많은 수치다. 우드매켄지 기업연구 부문 부사장 톰 엘라콧(Tom Ellacott)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생산에 재투자하기보다 이번 windfall 이익을 그대로 보유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