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오픈웨이트 모델 추가 공개·데이터센터 지역사회 투자기금 조성...AI 경쟁 뒤처진 상황서 개방 전략 강조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메타플랫폼스(Meta Platforms) 최고경영자가 6,500단어 분량의 장문 에세이를 통해 회사의 새 인공지능(AI) 전략을 공개했다. 핵심은 더 많은 AI 모델을 개방하고,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지역사회에 투자하며, AI의 혜택을 대형 기관이 아닌 개인에게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9일자 보도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최근 공개한 에세이에서 AI 배포, 규제, 안전성, 기업 간 협력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그는 메타의 AI 개발 방향을 "사람들의 손에 힘을 쥐여주는" 방식으로 설명하며, AI가 일부 기업이나 정부, 대형 기관에 집중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 자료화면)

저커버그는 "다른 대부분의 연구소는 기업, 정부 또는 기관을 위한 AI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그들이 앞서면 권력의 균형은 개인보다 대형 기관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썼다. 이어 "메타의 사명은 창립 이래 사람들의 손에 권한을 주는 데 집중돼 있었다"며 메타의 접근이 개인에게 더 유리한 AI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픈웨이트 모델 추가 공개

메타는 이번 구상에 따라 새로운 오픈웨이트 AI 모델 뮤즈 글리머(Muse Glimmer)를 출시한다.

오픈웨이트 모델은 AI 모델의 작동 방식을 결정하는 수치값, 즉 가중치를 사용자가 내려받을 수 있도록 공개한 모델이다. 사용자는 이를 자신의 시스템에서 실행하거나 조정할 수 있다.

메타 대변인에 따르면 회사는 앞으로 몇 주 안에 자사의 가장 발전된 모델인 뮤즈 스파크 1.2(Muse Spark 1.2)의 오픈웨이트 버전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고성능 AI 모델을 공개 방식으로 개발해야 하는지, 아니면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처럼 폐쇄된 연구소 안에서 엄격히 통제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에서 중요한 움직임이다.

AI 안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첨단 AI 모델을 공개하면 악용 위험이 커진다고 주장한다. 반면 메타는 개방형 모델이 혁신을 넓히고, AI 권력이 소수 기업에 집중되는 것을 막는다고 보고 있다.

"전체주의·대량실업·통제 불능 AI 막는 길"

저커버그는 에세이에서 메타의 개방 전략이 오히려 더 안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AI가 잘못 발전할 경우 전체주의, 대량실업, 인간을 위협하는 통제 불능의 컴퓨터 지능 같은 재앙적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위험을 막는 데 가장 적합한 방식이 AI를 넓게 배포하고, 가치 판단의 많은 부분을 최종 사용자에게 맡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AI 통제를 중앙집중화하는 방식보다, 개인과 개발자들이 직접 AI를 활용하고 조정할 수 있게 하는 편이 권력 집중을 막는다는 논리다.

메타 이사회, AI 안전 기준에 더 큰 역할

저커버그는 메타의 자체 AI 안전성 관리 방식도 일부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메타 이사회가 회사 AI 모델이 따라야 할 안전 기준에 더 많은 발언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AI 모델 개발과 공개 과정에서 경영진뿐 아니라 이사회 차원의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저커버그는 연방정부가 기업들과 협력해 새 AI 모델을 안전성 테스트하는 방식에 대한 정책 제안도 내놓았다. 그는 AI 개발자들이 서로의 모델을 증류(distillation)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증류는 한 AI 모델의 출력이나 작동 방식을 활용해 다른 모델을 훈련하거나 개선하는 방식이다. 이는 AI 경쟁과 기술 확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일부 기업들은 지식재산권과 모델 도용 논란을 제기해왔다.

데이터센터 지역사회에 10억달러 투자기금

저커버그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지역사회에 투자하기 위한 새 기금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메타 대변인에 따르면 기금 규모는 10억달러다. 저커버그의 에세이에는 구체적인 사용 방식이 자세히 담기지는 않았지만, 그는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지역사회와 지속 가능한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지역사회 협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루이지애나주 리치랜드 패리시(Richland Parish)의 사례도 언급했다. 메타의 하이페리온(Hyperion) 데이터센터 캠퍼스 인근 경제활동 증가로 지역 판매세 수입이 늘었고, 이 수입이 교사들에게 5만달러 보너스 수표로 지급된 사례다.

메타는 이런 방식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역사회에도 직접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 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반발 확산 속 지역사회 달래기

저커버그의 발언은 미국 내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AI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하려면 막대한 전력과 물, 토지, 송전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 건설 지역에서는 전력망 부담, 환경 영향, 소음, 세금 혜택, 지역 개발 불균형을 둘러싼 반발이 커지고 있다.

몇 주 전 뉴욕주는 대형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최대 1년간 일시 금지했다. 이는 AI 인프라 확장이 지역사회와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다.

저커버그가 10억달러 기금을 제시한 것은 이런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데이터센터 건설을 정당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중국과의 AI 경쟁도 강조

저커버그는 미국이 중국과 초지능 AI 개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미국 내 인프라 건설이 어렵다는 점을 약점으로 지적했다.

메타는 올해 최대 1,450억달러의 자본지출을 계획하고 있다. 대부분은 데이터센터 건설에 쓰일 예정이다. 회사는 2028년까지 자본지출 규모가 6,0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저커버그는 미국이 AI 경쟁에서 앞서가려면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더 빠르게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사회 지원기금은 이런 인프라 확장을 위한 정치적·사회적 기반을 만들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AI 경쟁서 뒤처진 메타의 반격

메타는 현재 AI 경쟁에서 오픈AI와 앤트로픽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가장 발전된 AI 모델을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되며, 기업 고객과 개발자 시장에서도 강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메타는 뒤늦게 AI 조직을 재편하고 인재 영입, 모델 개발, 데이터센터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최근 WSJ 기고문과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번 에세이의 핵심 논리를 미리 제시해왔다. 이번 장문 에세이는 메타가 단순히 기술 성능 경쟁만이 아니라, AI 철학과 배포 방식의 경쟁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투자자들은 수익화 압박

하지만 투자자들은 메타의 장기 AI 비전보다 당장의 수익화를 더 궁금해하고 있다.

메타는 AI 인재와 컴퓨팅 인프라에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 지출이 언제, 어떻게 매출과 이익으로 돌아올지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최근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를 직접 수익화하기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시작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실적 발표에서 이 구상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지 않자 메타 주가는 매도 압력을 받았다.

이는 메타가 직면한 딜레마다. 회사는 장기적으로 AI와 데이터센터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하지만, 동시에 투자자들에게 단기적인 수익 모델도 보여줘야 한다.

결론: 개방형 AI로 승부 거는 메타

저커버그의 새 AI 비전은 메타가 오픈AI·앤트로픽과 다른 길을 택하겠다는 선언이다.

메타는 더 많은 오픈웨이트 모델을 공개하고, 사용자가 AI를 직접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게 하며, AI 권력이 대형 기관에 집중되는 것을 막겠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데이터센터 지역사회에 10억달러를 투자해 인프라 확장에 대한 반발을 줄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이 성공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오픈웨이트 모델은 혁신과 확산에는 유리하지만, 악용과 안전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데이터센터 투자기금 역시 지역사회 반발을 줄일 수는 있지만, 전력과 환경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메타는 AI 경쟁에서 뒤처진 상태에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저커버그의 철학보다 수익을 요구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AI의 미래가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메타가 그 미래를 주도하려면, 개방이라는 명분뿐 아니라 성능, 안전성, 지역사회 수용성, 그리고 수익성까지 동시에 입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