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가족 농지 지키려 매각 철회...일자리·세수 기대와 환경·소음·불투명성 우려 충돌

미국 켄터키주의 작은 농촌 마을 메이스빌(Maysville)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둘러싸고 둘로 갈라졌다. 한 모녀가 2,648만달러에 달하는 농지 매각 제안을 거절하면서, AI 인프라 확장이 지역사회와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켄터키주 메이스빌에 사는 델시아 베어(Delsia Bare)와 그의 어머니 아이다 허들스턴(Ida Huddleston)은 지난해 한 익명의 회사로부터 농지 매입 제안을 받았다.

캔터키 모녀
(캔터키 시골마을 모녀. WSJ)

회사는 베어 소유 농지 463에이커를 에이커당 4만8,000달러에, 인근 허들스턴 소유 토지 71에이커를 에이커당 6만달러에 사겠다고 제안했다. 두 사람이 받게 될 총액은 2,648만달러였다.

처음에는 두 사람도 제안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후 이 땅이 2.2기가와트 규모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부지로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결정을 뒤집었다. 이 농지는 가족이 약 200년 동안 경작해온 땅이었다.

베어는 계약 철회에 성공한 뒤 매입 담당자에게 다시 오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

"땅은 돈보다 중요하다"

베어와 허들스턴은 스스로를 "시골 촌사람"이라고 부르는 평범한 농촌 여성들이다. 그러나 2,648만달러를 거절한 뒤 이들은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반대하는 농촌 지역 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떠올랐다.

베어는 54세로 당뇨 합병증 때문에 시력이 크게 손상됐다. 어머니 허들스턴은 83세의 교회 다니는 과부로 지팡이를 짚고 걷는다. 두 사람의 집과 농지는 대공황 시절 가족을 먹여 살렸고, 현재 주택을 짓는 데 필요한 목재도 이 땅에서 나왔다.

회사의 제안가는 공개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가격의 거의 10배 수준이었다. 하지만 베어에게 이 땅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서 있는 땅을 지키는 것이 신앙적 책임이라고 말했다.

허들스턴도 "2,600만달러가 있어도 나는 여기 내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늘 먹던 곳에서 밥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정체는 메타 가능성

데이터센터를 추진하는 회사의 정체는 오랫동안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달 새로 나온 정황은 해당 프로젝트 뒤에 메타(Meta)가 있을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공공기록 요청을 통해 확보된 자료에는 "프로젝트 크리샴(Project Crisham)"이라는 이름의 유한책임회사(LLC)가 제출한 토지 조사와 신청 서류가 포함돼 있었다. 이 회사의 연락 담당자로 기재된 인물은 과거 메타 데이터센터로 밝혀진 여러 프로젝트에 관여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타 대변인은 해당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할지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메이스빌 관계자들은 주민들에게 이 사업자가 이름 없는 투기 업체가 아니라 AI 분야의 대형 기업이라고 설명해왔다. 한 지역 관계자는 이 건설사가 세계 10대 기업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마을은 찬반으로 분열

메이스빌은 인구 약 8,700명의 작은 도시다. 신시내티에서 남동쪽으로 약 60마일 떨어져 있다. 데이터센터 계획은 이 조용한 마을의 사회적 관계를 크게 흔들었다.

공청회와 지역 회의는 미국 국기에 대한 맹세로 시작하지만, 종종 고성과 모욕으로 끝난다. 자매끼리도 데이터센터 찬반이 갈릴 정도다. 지역 공무원들은 과거에는 풋볼 경기장에서 주민들에게 현안을 설명하던 사람들이었지만, 이제는 비밀유지계약 때문에 알고 있는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지역 경제개발 책임자인 타일러 맥휴(Tyler McHugh)는 메이스빌 여론이 대략 세 갈래라고 본다. 20%는 강하게 반대하고, 20%는 강하게 찬성하며, 나머지 60%는 이 문제가 빨리 끝나 더 이상 듣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반대 측 "정보 없이 서명 요구"

베어와 허들스턴은 처음에는 토지를 팔겠다고 했지만, 매입자가 누구인지, 사업이 무엇인지 충분히 설명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과거 도로와 매립지 건설 때처럼 수용권이 행사돼 어차피 땅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해 계약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25년 7월 주민들이 이 사업이 거대한 데이터센터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베어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허들스턴은 계약서에 외부에 정보를 말하거나 글로 공유하지 말라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도 분노했다. 그는 이웃들에게 비밀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그는 주변 사람들을 불러 각자 받은 제안을 비교하게 했다.

베어와 허들스턴은 매각 계약을 철회했다. 맥휴는 두 사람이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서명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계약 철회를 허용했고, 회사 측도 지역사회 관계를 고려하면 마지못해 파는 사람에게서 땅을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찬성 측 "마을 경제 살릴 기회"

반면 데이터센터를 지지하는 주민들은 이 사업이 메이스빌의 경제를 바꿀 기회라고 본다.

맥휴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처음에는 700에이커 규모로 설명됐지만, 이후 2,000에이커가 넘는 초대형 부지로 확대됐다. 이는 뉴욕 센트럴파크 두 개보다 큰 규모다. 토지 매입 계약 규모는 1억1,000만달러에 달하며,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지어질 경우 지급된다.

회사 측은 부지가 조성되면 정규직 400개와 수백 개의 건설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메이슨카운티의 생산가능인구가 약 1만1,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큰 규모다.

또 숙박세와 재산세 수입은 메이스빌 시 예산을 두세 배로 늘릴 수 있다고 맥휴는 설명했다. 회사는 경찰, 구급, 소방 서비스에 최소 1,500만달러를 지원하고, 매달 수도관 파열이 발생하는 노후 수도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약 8,000만달러 규모의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반대 측은 이런 약속이 문서로 명확히 보장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며, 맥휴는 관련 내용이 현재 공식화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빈곤한 지역 현실도 찬성론 키워

메이스빌의 경제 현실은 데이터센터 찬성 여론의 배경이 되고 있다.

메이스빌 주민 4명 중 1명은 빈곤선 아래에서 살고 있다. 중위 가구소득은 약 3만9,000달러로, 미국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켄터키주 평균보다도 약 40% 낮다.

데이터센터 예정 부지 맞은편에서 바를 운영하는 대니엘 리스(Danielle Rees)는 데이터센터가 주민들이 아직 상상하지 못하는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지역에서 시간당 20달러가 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가족과 식사를 함께할 수 있는 근무 조건을 갖춘 일자리도 드물다고 말했다.

리스는 자신에게 AI 회사가 2,600만달러를 제안했다면 "당연히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고생이 아니라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

소송으로 매입 지연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은 법정으로 옮겨갔다.

베어와 반대 주민들은 데이터센터 관련 조례 개정과 구역 변경을 문제 삼아 두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켄터키 법에 따라 구역 변경 권한을 부여한 사람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야 했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들의 이웃을 소송 대상으로 삼아야 했다.

이 때문에 마을 내 갈등은 더 커졌다. 데이터센터 부지 매각을 기대했던 농민들은 수천만달러 규모의 대금을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회사 측은 법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매입 계약 종료 절차를 연기했다.

지난 금요일 판사는 소송 중 한 건을 기각했다. 맥휴는 이로 인해 절차가 다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웃들이 피고로 포함된 다른 소송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불투명한 절차가 불신 키워

이번 논란의 핵심에는 비밀유지계약과 정보 부족이 있다.

데이터센터 개발사들은 통상 사업 초기 단계에서 부지 정보와 기업명을 공개하지 않기 위해 비밀유지계약을 요구한다. 그러나 서로의 사정을 잘 아는 작은 마을에서는 이런 방식이 큰 반감을 불렀다.

반대 운동을 이끄는 재닛 개리슨(Janet Garrison)은 원래 데이터센터가 자신의 제자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역 커뮤니티칼리지에서 정보기술을 가르쳤던 인물이다. 그러나 회사와 지역 당국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자 입장을 바꿨다.

그는 "우리는 이 과정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며, 비밀유지계약이 모든 것을 닫아버렸다고 말했다.

개리슨은 사냥꾼들이 쓰는 토지 지도 앱을 내려받아 매입 대상 부지를 추적했고, 다른 주민들과 함께 지역 박람회에서 정보 부스를 운영했다. 그는 최근 반데이터센터 공약으로 메이슨카운티 위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75표 차이로 낙선했다.

AI는 이미 마을 안으로 들어왔다

이번 갈등은 AI가 농촌 마을에서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음을 보여준다.

베어를 흉내 낸 가짜 AI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돌며 기부를 요청하는 일도 발생했다. 그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은 한 음악가는 관련 앨범을 만들고 있는데, 보컬과 악기를 보강하는 데 AI를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AI 데이터센터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조차 AI 기술의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팔지 않아도 데이터센터 옆에 살 수 있다

베어와 허들스턴은 토지를 팔지 않았지만, 데이터센터가 아예 무산된 것은 아니다. 회사가 인근 다른 토지를 확보해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럴 경우 두 사람은 돈을 받지 않은 채 데이터센터 옆에서 살아야 할 수도 있다. 베어도 이 아이러니를 알고 있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자신이 가장 아끼는 농장 구역을 찾아가며, 시력이 거의 없어도 땅의 굴곡과 머릿속 지도로 길을 안내할 수 있었다. 그에게 이 땅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삶의 기억과 가족의 역사, 신앙적 책임이 결합된 공간이다.

결론: AI 인프라가 농촌의 삶을 바꾸는 방식

메이스빌의 갈등은 AI 산업이 더 이상 실리콘밸리나 월스트리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AI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하려면 막대한 전력과 토지, 물, 냉각 설비가 필요하다. 그 부담은 이제 켄터키의 작은 농촌 마을 같은 지역사회로 옮겨가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일자리, 세수, 인프라 개선, 토지 매각 대금이라는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동시에 소음, 물 사용, 전력 수요, 환경 영향, 지역 정체성 훼손, 불투명한 개발 절차에 대한 우려도 낳는다.

베어와 허들스턴에게 2,648만달러는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가족이 200년 가까이 지켜온 땅을 AI 데이터센터에 넘기는 선택을 거부했다.

이들의 결정은 메이스빌을 분열시켰지만, 동시에 AI 시대의 핵심 질문을 드러냈다. 미래의 컴퓨팅 능력을 위해 어떤 지역이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대가가 아무리 커도, 팔 수 없는 것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