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국제공항(LAX)의 자동 무인열차 '피플무버(people mover)' 건설 사업이 법적 분쟁과 재정 혼란으로 파행을 겪으며 2028년 LA올림픽 개통 여부마저 불투명해졌다고 LA타임스가 20일(목) 보도했다. 이 매체 칼럼니스트 마이클 힐치크(Michael Hiltzik)는 해당 사업을 "미국에서 가장 어이없이 관리된 건설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하루 1만명의 승객을 공항 각 터미널과 렌터카센터, LA지하철 그린라인까지 실어나를 목적으로 설계된 이 2.25마일(약 3.6㎞) 노선은 2019년 착공해 2023년 개통이 목표였다. 원래는 올해 열린 월드컵과 내년 2월 소파이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7년 슈퍼볼, 그리고 2028년 LA올림픽까지 순차적으로 대응할 계획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공사는 전체 99.6%가 완료된 상태로, 현재 LAX 순환도로를 지나는 운전자라면 선로를 시험 운행하는 열차 차량을 목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남은 0.4%가 문제다. 안전·보안 테스트 등 개통 전 마지막 기술적 절차가 남아 있는 데다, 공항 측과 시공사 간의 유치한 분쟁까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힐치크는 지적했다. 결국 월드컵 개통은 무산됐고, 슈퍼볼 전 개통 여부도 불확실하며 올림픽 전 완공조차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업비는 당초 예상했던 19억5000만달러에서 최소 33억달러로 불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LA타임스는 이 비용이 2004년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20억달러로 완공된 UCLA 로널드 레이건 병원이나, 26억달러가 든 게티센터 등 다른 대형 프로젝트보다 훨씬 비싼 수준이라고 짚었다. 이 수치들은 2025년 6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대배심(grand jury)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나온 것으로, 영화감독 닉 안더트(Nick Andert)가 유튜브에서 이를 상세히 분석한 바 있다고 전했다.
대배심은 시공 컨소시엄인 링크스(LINXS·LAX Integrated Express Solution)가 지연을 무기로 LAX를 소유·운영하는 시 산하 기관 LA월드에어포츠(LAWA)로부터 더 많은 돈을 뽑아내려 했다며 사실상 사업을 '인질'로 잡았다고 주장했다. 링크스는 피플무버 완공 후 30년간 설계·시공·자금조달·운영을 맡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 갈수록 악화되는 갈등…소송전으로 확산
최근 양측의 관계는 더 악화됐다. 지난달 9일 시공사 측은 시가 재정적으로 시공사를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의도로 건설 분쟁 합의를 거부했다며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대배심이 지목한 전략과 정확히 반대라는 것이다. 대배심은 오히려 시공사가 제때 사업을 끝내려는 시의 절박함을 악용해 논란이 된 변경 명령(change order)에 수백만달러를 지급하도록 강요했다고 봤다.
동료 기자 콜린 샬비(Colleen Shalby)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이 프로젝트 채권 등급을 '투기등급(junk)'으로 두 번째 강등했다. 피치는 시와 시공사 간 "지속되는 불화"가 추가 지연과 채권 디폴트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등 이유를 밝혔다.
갈등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시는 링크스가 시 자문위원과 시 변호사 간 비공개 대화, 그것도 시의 소송 전략에 관한 대화를 엿들었다고 주장했다. 시에 따르면 이 특권 대화 내용이 링크스 소송의 근거가 됐다는 것이다. 시는 이번 도청 의혹과 관련된 시카고 소재 변호사 2명을 이 사건에서 배제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상태다. 해당 변호사 중 한 명은 LAWA에 보낸 서한에서 링크스 직원이 실제로 대화를 엿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LAWA 측 변호사를 "당혹스럽게" 만들지 않기 위해 소송에 대화 세부 내용을 전부 담지는 않았다고 다소 위협적으로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담당 판사는 아직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 8억8000만달러 변경 명령…무엇이 잘못됐나
LA타임스는 사업비가 어떻게 눈덩이처럼 불어났는지 짚었다. 대배심에 따르면 LAWA는 이 사업을 이른바 '최고 전문가들'에게 맡겼다. 공공-민간 협력 공사에 전문성을 가진 법률회사 노사만(Nossaman)이 시공사와의 계약서를 작성했고, 대형 건설사 플루어(Fluor Corp.)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시공을 담당했다. 컨소시엄은 설계·시공·자금조달은 물론 완공 후 25년간 운영·유지보수까지 맡아, 건설 사업의 골칫거리인 변경 명령의 수와 비용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구조였다. 노사만과 플루어 양측 모두 이번 사업에서의 역할에 대한 힐치크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대배심은 보고서에서 "배심원단은 사기, 부패, 관리 부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추가 조사를 권고할 만한 악의적 인물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변경 명령 비용은 무려 8억8000만달러에 달해 원래 예상했던 19억5000만달러 규모의 사업비를 크게 흔들어놓았다.
LAWA는 힐치크의 이메일 질의에 "링크스 컨소시엄과 관련된 민간 자금조달 계약, 대출기관과의 협의, 계약상 이정표, 신용평가사 결정 등에 대해서는 언급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대배심은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프로젝트 중립자(project neutral)' 제도를 지목했다. 이는 양측의 분쟁을 듣고 소송으로 갈 경우 어떤 결론이 날지 미리 계산해주는 조정자 역할이었는데, LAWA는 소송이 걸리면 사업이 수년간 지연될 것을 우려해 이 제도를 극도로 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역할을 맡은 시카고 소재 변호사 존 C. 오루크 주니어(John C. O'Rourke Jr.)는 이 분야를 전문으로 다뤄온 인물로, 힐치크는 그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고 전했다.
LAWA는 오루크가 거의 매번 시공사 편을 든다는 사실을 알아챘지만, 어느 쪽이든 불만이 있을 경우 그를 교체할 조항이 계약에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대배심은 이를 노사만의 계약서 작성 잘못으로 지목했다.
첫 번째 주요 분쟁은 건축법규를 둘러싼 것이었다. 시공 계약서에는 사업이 시의 교량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지만, 이는 잘못된 기준이었다. 실제로는 내진 규정을 따라야 했다. 시 관계자들은 이를 링크스에 전달했지만 문서화하지 않았고, 링크스는 그대로 잘못된 규정에 맞춰 설계를 진행했다. LAWA 측 입장은 설계·시공을 맡은 링크스가 스스로 올바른 규정을 파악해야 했다는 것이다.
링크스는 규격 변경에 1억4300만달러를 요구했다. 프로젝트 중립자는 소송으로 가면 9700만달러가 인정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LAWA는 법정에서 이길 수도 있지만 소송이 너무 오래 걸려 대배심의 표현대로 "사업 완공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 결국 시공사에 9700만달러를 지급했다. 이는 이후 반복되는 패턴이 됐다.
LAWA는 시와 비공식 합의를 맺어 피플무버 관련 허가 신청에 우선권을 주고 20일 내 승인을 약속했다. 그런데 대배심에 따르면 시공사는 이 합의를 최대한 이용했다. 시 관계자들은 대배심에 링크스가 허가 신청서를 "60㎝ 높이 서류 더미"로 쏟아부어 정해진 시간 내에 검토가 도저히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이로 인해 공사 지연이 누적됐고, 이는 모두 변경 명령으로 전환됐다. 이 모든 청구가 법정으로 갈 경우 LAX 공사 자체가 멈춰설 수 있다는 압박이 커지면서, 2024년 LAWA는 시공사 측 청구를 5억5000만달러에 합의했다. 여기에 소규모 변경 명령 2억3300만달러가 더해져 총 8억8000만달러에 이르렀다.
반면 링크스는 소송에서 이 상황을 정반대로 그렸다. 시가 "공사 완료 기한 연장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거나 거부"함으로써 시공사에 양보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 전선(電線) 캐비닛 하나로 법정까지
전체 사업 마감 기한은 12월 8일이지만, 시공사 측은 이보다 더 빠듯한 일정에 직면해 있다. 오는 10월 8일까지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면 대출기관들이 대출금 전액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일반인이 보기엔 사소한 다툼에서 시작됐다. 시 상수전력국(DWP)의 전력망을 피플무버에 연결하는 장비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문제다. 링크스는 이 장비가 시의 책임이라며, DWP 작업자들이 수리를 위해 전기 캐비닛을 열었다가 6개월간 캐비닛을 사용 불가 상태로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링크스는 완공 기한을 141일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LAWA는 장비 문제가 무엇이든 이를 해결하는 것은 링크스의 책임이라며 거부했고, 결국 양측은 법정에서 다투게 됐다.
피치의 애널리스트 세스 리먼(Seth Lehman)은 올림픽 기한을 놓쳤을 때 초래될 결과가 너무 끔찍하기 때문에 사업이 올림픽 전에는 거의 확실히 완공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피치 내부에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협상 대신 이런 소소한 분쟁까지 소송으로 끌고 가는 방식이 새로운 고통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먼은 "법적 절차에 들어가면, 그것은 나름의 시간표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 시간표가 올림픽을 찾는 관객들을 실어나를 수 있게 맞춰질지는 이제 지켜볼 문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