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수출 차단·금융제재로 경제 압박 심화...이란, 항모·구축함 겨냥하며 교착 돌파 시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의 해상 통제를 흔들기 위해 미 해군 함정을 직접 겨냥하는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항구 봉쇄와 금융제재로 원유 수출이 막히고 경제 압박이 커지자, 이란이 남은 핵심 지렛대인 호르무즈 불안을 이용해 교착 상태를 깨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군은 지난 한 주 동안 최소 세 차례 미 해군 함정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공격 대상에는 미 항공모함과 구축함도 포함됐다. 이란은 또 요르단 주둔 미군을 향해서도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CENTCOM X
(미 중부사령부 CENTCOM. X)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의 공격이 모두 실패했으며, 미 해군 함정은 실제로 피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당국자들은 이란이 움직이는 함정을 겨냥할 수 있는 기동형 탄두와 정밀 유도 기술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공격이 이전보다 더 위험해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핵심은 '이란 공세'가 아니라 '미국 통제 흔들기'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이란이 전세를 장악해 공세로 전환했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이란 항구를 봉쇄하고, 상선 통행을 관리하며, 이란 유조선을 직접 타격하고 있다. 이란의 원유 수출은 큰 타격을 입었고, 해상 무역과 결제망도 압박받고 있다. 여기에 새 금융제재까지 겹치면서 이란 경제의 숨통은 빠르게 조여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미 해군 함정을 겨냥하는 것은 미국의 통제를 뚫고 상황을 뒤집으려는 시도에 가깝다. 미군 함정을 실제로 격침하거나 전면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보다는, 미국이 현재의 봉쇄와 호송 체제를 유지하는 비용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란은 미사일 공격, 상선 위협, 호르무즈 배제구역 선언을 통해 미국과 걸프 산유국, 국제 원유시장을 동시에 흔들려 하고 있다.

원유수출 막히며 경제 압박 심화

이란이 무리수를 두는 배경에는 경제 압박이 있다.

WSJ는 미 해군 함정 19척이 중동 작전에 투입돼 이란 항구 봉쇄와 호르무즈 해협 통행 관리, 상선 호송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봉쇄로 이란의 페르시아만 원유 수출은 사실상 막힌 상태다.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미 해군이 7월 중순 봉쇄를 재개한 이후 이란산 원유가 봉쇄선을 넘어간 사례는 없다고 WSJ는 보도했다. 중국으로 향하던 이란의 해상 원유 재고도 빠르게 줄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원유 수출은 이란의 핵심 외화 수입원이다. 이 통로가 막히면 이란 정부는 재정과 통화 방어, 군사·대리세력 지원에서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WSJ는 이란 리알화 가치가 급락하고, 인플레이션이 전년 대비 80%를 넘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이란 경제가 5.4%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즉 이란의 최근 공격은 힘의 과시라기보다, 경제 압박을 견디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미국의 해상 통제 체제를 흔들려는 반응으로 읽힌다.

호르무즈는 이란에 남은 마지막 압박 수단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호르무즈는 테헤란이 미국과 걸프 국가들에 비용을 강요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압박 수단이기 때문이다.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던 핵심 수송로였다. 미국이 이 해협의 통행을 관리하고 이란 수출을 봉쇄하는 데 성공하면, 이란은 경제적으로 더 고립된다. 반대로 이란이 호르무즈 통행을 불안정하게 만들면 국제유가와 해운비, 보험료를 끌어올려 미국과 동맹국에도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

정치위험 자문회사 애저스트래티지의 앨리스 가워(Alice Gower)는 WSJ에 호르무즈가 이란의 "핵심 전장"이자 가장 큰 지렛대라고 설명했다. 이란이 이 지렛대를 쉽게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재 이란이 호르무즈를 "사수"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은 이미 봉쇄와 호송, 유조선 타격으로 해협 주변의 주도권을 상당 부분 행사하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과 배제구역 선언은 그 통제권을 깨기 위한 압박 전술에 가깝다.

미 해군 겨냥은 고위험 도박

이란이 미 해군 함정을 직접 겨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도박이다.

지금까지 미 함정은 공격을 회피했고 실제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항공모함이나 구축함이 실제로 피격될 경우, 미국은 훨씬 더 강한 군사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제한적 해상 충돌을 다시 전면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란도 그 위험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공격을 계속하는 것은 현재의 봉쇄 상태를 그대로 두면 경제적 손실이 더 커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란의 목표는 미국 해군을 정면으로 꺾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계속 미사일 요격체계를 소모하고, 추가 보복 여부를 매번 고민하게 만들며, 걸프 국가들이 미국의 전략을 부담스럽게 느끼도록 만드는 데 있다.

미국은 유조선 타격으로 맞대응

미국은 이란의 함정 공격 시도에 대해 이란 유조선 타격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군은 이란이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겨냥한 뒤 이란 유조선들을 파괴했다. 미국은 이들 유조선이 이란 혁명수비대와 지역 대리세력의 자금 조달에 사용되는 그림자 선단의 일부라고 보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란이 미 해군 함정을 공격하거나 공격을 시도할 때마다 유조선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의 대응 원칙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란이 군사적으로 압박하면, 미국은 이란의 경제 생명선인 원유 수송망을 더 직접적으로 파괴하겠다는 것이다.

이 구조는 이란에 더 불리하다. 이란은 미국 함정을 실제로 맞히지 못하고 있지만, 그때마다 유조선과 수출 능력을 잃고 있다. 따라서 이란의 공격은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더 큰 손실을 부를 수도 있다.

해군·공군 약화 속 남은 카드는 비대칭 위협

이란이 정규전에서 미국과 맞설 여력은 제한적이다. 제공된 WSJ 기사도 이란의 전장 감시 능력이 미국의 공격으로 약화됐다고 설명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은 정규 해군·공군력으로 미국을 상대하기보다, 탄도미사일, 기뢰, 상선 위협, 대리세력 공격 같은 비대칭 수단에 의존하고 있다.

이란이 미 함정을 겨냥했다는 사실 자체는 위험하지만, 동시에 이란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해상 수출은 막히고, 금융망은 압박받고, 항공·해상 운송까지 제약받는 상황에서 이란은 호르무즈를 흔드는 방식으로만 비용을 외부에 전가할 수 있다.

따라서 이란의 최근 위협은 강자의 공세라기보다, 봉쇄를 깨기 위한 절박한 압박전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걸프 국가들까지 비용 부담 확대

이란이 미국 통제를 흔들려 할수록 걸프 국가들도 더 깊이 말려들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호르무즈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파이프라인과 홍해 항로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흔들고, 이란 지원 후티 반군이 사우디 에너지 시설과 홍해 선박을 위협하면 걸프 산유국의 부담은 커진다.

이란은 바로 이 점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란의 에너지 수출을 공격할수록, 이란은 전쟁 비용을 미국과 걸프 동맹국, 국제 에너지 시장 전체로 확산시키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이란이 강해서 선택하는 전략이라기보다, 자국 경제가 더 이상 압박을 견디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선택한 고위험 전략에 가깝다.

이란의 목표는 호르무즈 장악이 아니라 미국 통제 흔들기?

이란의 최근 미 해군 함정 공격 시도는 "호르무즈를 사수하는 공세"라기보다, 미국이 구축한 해상 통제와 봉쇄 체제를 깨려는 시도로 보는 것이 맞다.

미국은 이란 항구 봉쇄, 상선 호송, 유조선 타격, 금융제재를 통해 이란의 원유 수출과 외화 조달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은 이 압박을 견디기 어려워지자 미 해군 함정과 상선, 호르무즈 통항로를 위협하며 미국의 통제 비용을 높이려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란의 공격은 미 함정을 실제로 타격하지 못했다. 반면 미국은 이란 유조선단을 직접 파괴하며 이란 경제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란이 공격을 계속할수록 미국의 추가 보복 명분도 커진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의 현재 구도는 이란이 지배권을 지키는 싸움이 아니다. 미국이 해상 통제를 강화하고, 이란이 그 통제를 흔들기 위해 위험한 미사일·상선 위협 카드를 꺼내 드는 싸움이다. 이란의 위협 수위가 높아지는 것은 자신감의 표시라기보다, 봉쇄와 제재가 실제로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