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레이션 이코노믹 아웃캐스트' 발표...석유·금융·해운·디지털자산 우회망 정조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이 이란 정권을 국제 경제망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새 압박 작전을 공식 발표했다. 베센트 장관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와 기업을 향해 "미국의 입장에 모호함은 없다"며, 테헤란과 어떤 형태로든 경제적으로 관여할 경우 미국 정부의 전면적 제재와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새 대이란 경제 압박 캠페인인 '오퍼레이션 이코노믹 아웃캐스트(Operation Economic Outcast)'를 발표했다. 그는 이란 정권을 "살인 정권"이라고 부르며, "이 정권과 어떤 종류의 경제적 관여를 하든 책임 있는 자들은 미국 권력의 전 범위에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군사작전 중심에서 경제 압박 중심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든 노드와 조력자, 네트워크를 파악했다"

베센트 장관은 재무부가 이란의 제재 회피망을 광범위하게 추적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재무부는 이란이 석유를 밀수하고 제재를 회피하는 데 사용한 모든 노드, 모든 조력자, 모든 네트워크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이란 정권이 핵·미사일 기술을 조달하고, 석유 수입을 확보하며, 사이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운 전 세계 60개 이상의 기관, 개인, 선박을 제재한다고 설명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 자료화면)

이번 조치는 기존 대이란 제재를 단순히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 이란의 남은 경제 생명줄을 끊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상은 이란 본토 기관뿐 아니라, 이란의 석유 수출과 자금 회수, 기술 조달, 해운·항공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해외 세력까지 포함된다.

'미국과 함께할 것인가, 맞설 것인가'의 실질 집행

이번 발표는 베센트 장관이 앞서 강조한 "미국과 함께할 것인가, 맞설 것인가"라는 메시지를 구체화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베센트는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와 기업에 회색지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이제 이란과의 경제 거래를 단순한 상업 활동으로 보지 않고, 이란 정권의 전쟁 수행 능력과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유지시키는 행위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특정 국가, 특히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인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국 은행이나 기업이 이란과 거래할 경우 제재할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 제재의 범위 밖에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답했다.

5개 분야에 2차 제재 가능성

기자회견 이후 미 재무부는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와 기관에 2차 제재가 적용될 수 있는 분야를 공개했다. 대상 분야는 디지털자산, 기술, 금, 항공, 해운 등 5개 부문이다.

이는 이란이 전통적 금융망과 원유 거래망이 막힌 상황에서 우회로로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을 겨냥한 것이다. 디지털자산은 제재 회피와 자금 이전 수단으로, 금은 가치 저장과 결제 수단으로, 항공과 해운은 물류와 원유 운송망으로 활용될 수 있다.

재무부는 송금 결제와 관련된 일부 일반 허가도 중단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요구에 응하는 행위와 관련한 제재 위험 지침도 추가로 제시했다.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과 선박 운항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상황에 대응하려는 조치다.

이란 최대 국영은행도 압박

베센트 장관은 몇 가지 구체적 조치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 이란 최대 국영은행인 멜리은행(Bank Melli)의 해외 지점 폐쇄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멜리은행은 여러 유럽 국가에 지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주 안에 특정 금융기관을 겨냥한 추가 제재가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항공과 해운 연결망을 제한하고, 금과 디지털화폐 거래를 막기 위한 추가 조치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베센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정상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란과의 거래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는 새 제재 작전이 재무부 차원의 기술적 조치가 아니라, 백악관이 주도하는 외교·경제 압박 캠페인임을 보여준다.

트럼프 "이란은 완전히 붕괴 중"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완전히 붕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리알화가 최근 달러 대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미국은 이미 수년 동안 이란에 강력한 제재를 부과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에도 '최대 압박' 정책을 통해 이란의 원유 수출과 금융거래를 제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해군 봉쇄와 경제 제재가 결합되면서 압박 수위가 더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이란 항구와 상업 활동을 겨냥한 해상 봉쇄를 강화하고 있다. 이 조치는 이란의 취약한 경제에 추가 부담을 주고 있다.

베센트 장관은 지난주 새 정책의 목표가 "정권 붕괴를 위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발표에서는 구체적으로 정권 붕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그리고 어느 국가와 기업에 어떤 시간표로 조치를 적용할 것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란 "허세는 통하지 않는다"

이란은 미국의 새 압박 작전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란 측 최고 협상가이자 의회 의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Mohammad Bagher Ghalibaf)는 베센트 장관의 발표 직전 소셜미디어에 "미국인들은 아무도 그들의 허세를 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썼다.

그는 이란의 교역 상대국들이 언론과 직접 메시지를 통해 미국의 발언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측 반응은 미국의 경제 압박을 협상 신호가 아니라 항복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 지도부는 미국 제재가 이미 수십 년 동안 이어졌지만 이란을 굴복시키지 못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중국 변수는 여전히 핵심

이번 제재 작전의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이란이 수출하는 원유의 약 90%를 사들이고 있으며, 이는 매년 이란 정권에 수십억달러의 수입을 제공한다.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로 중국이 현재 이란산 원유를 많이 사들이지 못하고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중국 은행과 다른 기관들은 여전히 이란이 해외 수입을 회수하는 과정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당시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중국의 이란산 원유 구매는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이는 미국의 새 제재 캠페인이 직면한 핵심 딜레마다.

미국이 중국 기업이나 은행을 강하게 제재하려면, 이란 문제를 미중 경제관계의 다른 우선순위보다 앞세워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관세전쟁과 희토류 접근 문제를 거친 뒤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고, 시 주석은 다음 달 워싱턴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을 직접 겨냥한 대이란 제재는 미중 관계를 다시 흔들 수 있다.

군사작전에서 경제전으로 무게 이동

이번 발표는 미국의 대이란 전략이 군사작전에서 경제전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과 이란은 지금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재개방하고, 이란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경제를 겨냥한 압박 캠페인으로 방향을 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 제재를 이란에 대한 "경제 D-Day"라고 표현했다. 베센트 장관의 '오퍼레이션 이코노믹 아웃캐스트'는 이 표현을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미국은 이란을 국제 무역과 금융망에서 고립시키고, 원유 수입을 차단하며, 제재 회피를 돕는 모든 우회망을 끊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결론: 이란 경제 숨통 끊기, 그러나 중국이 관건

베센트 장관의 새 작전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압박이 한층 더 넓고 체계적인 경제전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와 기업에 "미국 제재망 밖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디지털자산, 기술, 금, 항공, 해운, 금융, 석유 수출망까지 전방위로 겨냥해 이란의 남은 경제 생명줄을 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중국을 비롯한 이란의 핵심 교역 상대국을 얼마나 실제로 압박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중국이 이란산 원유 구매와 자금 회수 통로를 계속 제공한다면, 미국의 경제 고립 작전은 제한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이 중국 은행과 기업까지 제재 대상으로 삼으면, 대이란 압박은 미중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군사 확전 대신 경제 붕괴 압박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략은 이란뿐 아니라 중국, 글로벌 원유시장, 국제 금융망까지 동시에 건드리는 고위험 승부가 되고 있다.